Day 84 살바도르 Salvador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올 땐 아무데나 원하는 데서 내려준다는 편리한 공항버스 2018은
반대로 공항으로 갈 때는 복잡했다. 
해변 도로에서 기다리다가 지나갈때 손을 들면 세워준다는 건 내가 찾았고
아침 8시 부터 인근 호텔에서 예약픽업 신청이 가능하다는 건 다른 숙소 동기가 찾았고, 
아침 9시 이후 부터 다닌다는 건 오늘 아침에 숙소 주인에게 들었고, 
일요일엔 안 다닌다-라는 분명히 알아 들었지만 이해는 되지 않는 얘기는 인근 호텔 직원에게 들었는데 
모든 것을 종합해보니 어쨌든 일요일 아침 7시 30분에 
공항버스를 타는 건 생각보다도 더 어려운 일인 것 같고 
5분 전에 도착해서 승무원들의 살기 어린 눈총을 받으며 비행기를 탄 적도 있어서 
큰 맘 먹고 택시를 타기로 했다.
좋은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원래 스케일이 좀 커서 그런지 
70레알 밖에 안하는데 택시타라고 되게 편하게 권한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확인한 바로는 5:30분 부터 있다고 하는데 좀 더 조사가 필요...

한 시간 반 전에 도착했는데도 비행기 탄 시간이 이륙 10분 전.
시간 잡아먹는 갈레오 공항이다.
비행기는  타기 전 너무 많이 기다리게 한다. 


그냥 누군가가 살바도르는 봐야지-하는 순간 
왜-가 아니라 꼭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무슨 구체적인 그림을 떠올렸던 건 아닌데도 
들어서는 순간 나의 기대가 그대로 나타나 준 느낌이랄까?
넓고 두꺼운 구름사이로 
색색의 형체들이 빼곡하게 들어앉아서 자세히 봐주기를 기다리는 느낌. 
뭔가 압도적이다. 
오기 전에 
여기서 가까운 환상적인 국립공원 사진에 홀려서 갈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이 도시를 만끽하는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살바도르는 아프리카계가 90%이고 
리오보다 더 위험하다는 얘기를 듣고 왔는데 
숙소는 가드가 문을 열어주고 
근처 식당과 술집이 있는 광장은 
경찰이 무려 네 명이나 지키고 서 있다. 
남미 경찰들 마음의 위안과 의지가 된다. 
이렇게 경찰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카라제라는 바히아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데 
쪄서 손으로 뭉쳐 먹던 우갈리를 브라질식과 접목해서 튀긴 듯한 빵과 
뭔지 모르겠는 호박색의 페이스트와
고수향이 나는 샐러드가 기본인데 
불린 마른 새우를 추가했더니 
좋은 맥주안주가 되었다. 

여섯 시 반에 일어나서 일곱시에 나왔는데 
살바도르 공항에서 짐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한 시간 이십 분 동안 다음 공항버스를 기다렸고
공항버스 사무실 직원이 내 목적지를 대충 적었고
기사아저씨가 
내가 다시 확인하며 물어본 목적지보다는 직원이 종이에 적은 이름을 기억했고 
내 아이패드 지도가 한 박자 느려서 
실시간 위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결과 
나는 내릴 곳을 놓쳐서 
사십 분 동안 다시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게 됐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내게 열심히 설명해주고도 
지나는 여행객을 붙잡아 통역까지 확인하고 
먹을 데도 알려주고 
다음 기사아저씨에게 인수인계까지 해주신 아저씨 덕에 
브라질 사람들의 친절 신화는 계속 이어졌다. 

밥 먹으라고 가르쳐 준 곳에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따라갔더니 엘리베이터 관광지였다,
Elevador Lacerda.
0.15 레알 짜리라서 정체가 궁금해는데 
어쩐지 싸다했더니 
여기서는 엘리베이터가 교통수단이었다. 
위쪽 전망 좋은 숙소들과 오래된 성을 
아래 시장과 부두와 이어주는.  
엘리베이터를 갈아타는 동안
살바도르 부두의 전망을 고루 볼 수 있었다. 

본의 아니게 두 시간 짜리 시티 투어를 마치고 도착한 숙소는 
사진만큼 훌륭하긴 했는데 
처음엔 방 번호를 안 갈쳐줘서-나는 내가 듣고도 까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어!-, 
그 다음은 카드키가 안 먹혀서 
세 번을 오락가락하다 
방이 아니라 엘리베이터에 짐 푸는 줄 알았다--;; 
사실 어제부터 감정적으로 좀 피곤한 상태였는데 
이렇게 몸까지 고달파지고나니 
미소를 가동시킬 에너지가 바닥이 났었는지 
화가 아니라 눈물이 나올 뻔 했다. 
그래서 오늘은 나한테 좀 잘해주기로 했다. 

정작 어제 나를 그렇게 피곤하게 만들던 투어비 실랑이는 
받은 분의 감사메일로 허무하게 마무리. 
난 받고 기분나빠할까 봐 노심초사였는데 
어제의 저기압은 결국 50레알 짜리였단 말인가...! 
에휴...진짜 나의 걱정도 병인양....이지만 
아무튼 해피엔딩이라 개운하다. 
나머지 오늘은 숙면으로 마무리 하리라. 



이곳에서의 석양은 정말 기대만발인데
구름때문에 오늘은 실패.
날씨로만 보자면 실바도르의 오늘은 리오의 어제인 듯. 
빨개지지 않고 파란 어둠속으로
-헐...그대안의 블루 가사가 
이제사 완전히 이해됐다-
사라지는 태양은 많이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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