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Exhuma|2024

처음 귀신이 등장하는 순간 
영화의 홍보 문구를 그대로 구현하려는 것 같아 기대가 좀 식었고 
정령이 등장할 땐
괴물의 CG를 생각나게 하면서  
기이함을 풍기던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이 되어버렸지만
재밌었다. 

김고은의 굿은 정말 압도적이었고
김고은과 이도현이 보여주는 
신당 밖 젊은 무당들의 모습도 재밌다. 
의심이 놀라움으로 바뀌는 순간의 전율을 즐기는 직업이 
무당 하나는 아니겠지만
생각해보면 현실 속의 초능력자들인 이 사람들이
결혼식 사진 속 모르는 사람들로 마주칠 만큼
전보다 오히려 가까이 있으며
그 힘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니.

문제를 피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하려던 전문가의 자세와 
힘들수록 같이 하려던 신뢰의 관계는 좋았지만
노력하던 사람, 친절한 사람의 희생은 슬프다.

발레 심청|유니버설발레단





다들 잘 아는 얘기이다 보니
항상 청이 아부지 눈 뜨는 장면에선 잔치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데
오늘은 심봉사s 다 눈을 뜨고 춤추는 장면이 유난히 코믹했다.
-전에도 다 눈을 떴던가...가물가물하다...
용궁이 더 화려해졌지만 용왕의 운명은 화려해지지 못했다.
-볼 때마다 좀 짠하고 멋진 용왕
오늘 왕과 심청의 2인무는 더 아름다웠는데
아름다운 사이 어쩌다가 왕의 노동이 보였다^^
자기 춤도 추면서 이렇게 박자 맞춰 들어 올리기-새삼 대단하다. 
언제나 귀여운 어린 심청들도 여전하고.
4년 만의 공연이었다니 벌써 그렇게 됐나 싶긴 한데
내년이 40주년이라니
뭔가 더 특별할 심청이 벌써 기대된다.
그리고...출산 후 복귀해서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해버리는 강미선 멋지다!
공연이 끝나고 우연히 문훈숙 단장이 출연한 유튜브를 발견했다.
심청의 긴 역사와 뒷이야기 재미있었는데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꼼꼼히 들여다보는 게 분명한데도
바뀌었으면 하는 장면은 왜 바뀌지 않고 있는지.
심청이와 선원들이 같이 나오는 장면들 너무 폭력적.

PITTA강형호 콘서트 Be Free 0430

 




스탠딩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힘들거라 생각해서 맨 뒤를 자처한 건 너무 나도 팔랑귀의 선택이었다.  
어울려 놀려면 역시 뒤보다는 중간-다음엔 제 시간에 줄 서서 가기로.
맨 뒤를 전전했기에 갑자기 벌떡 나타나준 가수조차
가까이서 보지 못했지만 
암튼 다 비현실적인 그림이었고
꿈에 그리던 댄들라이온 라이브와
Be free, Smog 너무 좋았다. 
들려줬던 Smog 데모 버전 좋은데 음원으로 나오면 좋겠다. 
듣기 편해서 전체 반복이었던 1집이었는데
이번 앨범은 Be free, Smog 반복 중.
처음 Carpe Diem 싱글만 발표됐을땐
1집 Not Alone이랑 비슷한 분위기로 가나 보다 하면서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았는데
Be free와 Smog를 듣고는 콰과광---
감상곡 분위기의 Universe가 어느새 확신의 떼창곡이 된 건
공연의 재미-언젠가는 Universe 부르러 공연 오는 팬도 생기고야 말듯^^
  
포레스텔라의 긴 공연시간 비교하지 말고 
짧게(근데 그것도 짧은 건 아님) 끝나도 괜찮아요.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비옴. 
혼자서도 비를 부르는구나.

송영민 리사이틀 0419

 

늦을 것 같아서 곡 순서가 바뀌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갔는데 
바라던 대로 이루어져서 하이든의 곡을 놓치지 않고 다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람회의 그림을 들으러 갔지만 
남은 것은 헝가리안 랩소디의 압도적 분위기.
멋있었다. 

포레스텔라 페스티벌 20221009 수원야외음악당

처음 페스티벌이 발표됐을때
예전 팬텀싱어 페스티벌을 기대했었다. 
초대 손님도 좀 불러서 했으면 더 흥겹지 않을까 했는데
앙콜 콘서트의 야외 버전.
빗속에서 꿋꿋이 사갔던 맥주 다 마시고
젖은 비비큐 튀김들도 다 먹고 뛰어 놀았다. 
야외 저녁 공연에서 In un'altra Vita는 당연히 해줄 줄 알았는데 없어서 분노함^^

공연장 들어갈 때
이미 비가 왔었던가...암튼 인근 다른 주차장에서 짐을 들고 걸어가며 
이게 무슨 일이냐..투덜투덜 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다른 팬이 (정확한 대사는 아니지만 대충)
"포레스텔라 덕분에 이런 경험도 해보죠? 저도 처음이에요"
라며 밝은 기운을 주고 씩씩하게 걸어 가셨다. 
가끔 공연장에서 아는 사람처럼 다른 분들과 얘기하게 되는 때가 있는데 
모르지만 낯설지 않은 묘한 기분.

사진 한 장 남지 않았지만 뭔가 어수선하면서도 강렬한 하루.
비가 오는 건 생각보다 큰 방해는 아니었고
야외의 자유로움이 좋았지만
다음 페스티벌이 있다면 포레스텔라가 주최인
좀 더 큰 규모였으면.
그리고 해질무렵 For life와 In un'altra Vita는 꼭 있었으면.

2022년 임재범 전국투어 콘서트 서울

 

2022.10.29.6:00PM

임재범의 팬으로서 안 기다리는 듯 기다리는 것은 
그냥 숙명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무려 7년 이었다고 한다. 
사라졌다 나타나는 임재범을 보는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거라 생각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오-임재범!이 튀어 나온다. 

임재범이라는 이름에 쌓인 무게를 임재범이 가장 크게 느끼는 게 아닐까...싶게
혹시 실망할까 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또 실망하는 사람이 없을 순 없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임재범이 지금 임재범의 목소리를 가지고 만들
미래의 임재범을 기대하고 있음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새 앨범을 내고 하는 공연이어서 
당연히 새 곡을 들을 욕심이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던 건 아쉬울 밖에.



오네긴|유니버설발레단|2022

 



줄거리 자체도 좀 새로웠지만 
작가가 단순한 이야기 속 인물들에 글로 숨을 불어 넣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 듯
춤으로 풍성해진 발레극.
이렇게 매력적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