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반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묻던 '크리스마스가 특별하니? 크리스마스에 어디있을 거니?'.
물론 내겐 크리스마스가 여러 빨간 날 중 하나라고 대답하긴 했지만
어젯밤, 호스텔 유일의 투숙객으로 밤을 보내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관광안내소 마저 문을 닫은 이 시점에서
나름 차려먹어 보겠다고 장을 보긴 했지만
오늘 밤이 좀 두렵긴 했었다.
남들의 성탄 설레발을 너무 겪은 탓인지
혼자 와인 병나발을 불다가 잠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올라!
어느 친절한 가족이 나를 거두사
아사도 파티에 초대를 해주시었던 것이다.
새벽 네 시가 넘은 시간
나는 기력의 한계로 들어왔지만
남은 가족들은 쌩쌩한 체력을 뽐내며
절대 조용하지 않게 대화를 즐기고 계신다.
도미토리를 혼자 차지하는 건 흔치 않은 대박이지만
어제는 호스텔 전체에 나 혼자라 좀 무섭기도 했는데
오늘은 혼자여도 가족들의 씩씩한 떠드는 소리에
맘껏 즐겨줄 수 있다.
못 알아 들어도 너무 귀여운 이 집 아들네미.
아직 우윳병도 못 뗀 주제에 이 새벽까지 놀고 있는 수퍼 베이비.
가정식 치고는 꽤 대규모 장비를 갖춘 아사도 요리 과정.
장정 둘이서 세 시간 동안 번갈아가며 대형 꼬치를 돌리고
간간이 맥주와 레몬을 뿌려가며 굽는다.
그 사이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는 초대받은 모든 사람들이 준비한 선물들이 쌓이고
저녁을 먹은 뒤 선물에 써 있는 이름을 보고 선물을 찾아 가진다.
행복한 표정들은 본 게 내겐 크리스마스 선물.
오늘의 가정용 디제이인 아저씨가 나와 음악취향이 비슷해서
Toto와 Scorpions를 틀어주는데
헐, 스콜피온스가 스페인어로 부른 Wind of Change가 나왔다.
칠레 사람들도 한 술 한다며 역시나 한국의 술에 관심을 보인다.
그걸 보면 소주나 막걸리는 국제 기준에서 좀 약하긴 하지^^
모노폴리하면서 숫자 복습 했다.
이제 숫자는 자신있어^^
아사도를 만드는 게 남자들의 노동이었다면
여기서도 설겆이는 주부의 몫.
혼자 저걸 다 어떻게 하나 싶어 소매를 걷었는데
손님이 이런 거 하는 거 아니라고 말리는 사람 하나 없는 걸 보면
이 동네 문화는 확실히 다르긴 한 건데,
진짜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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