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다가 만난 동네 한가한 개.
열심히 따라 오면서 내가 가방을 부시럭거릴때마다 뭐 먹을 거 나오는 줄 알고 초롱초롱 보기도 하고, 내가 잠깐 자리잡고 않으면 전신을 뒤집어가며 재롱까지 떨었는데 어쩌니, 먹을 게 하나도 없는데. 이 녀석 인건비를 생각하면 밥 한끼 제대로 대접해야했는데...아줌마가 많이 미안하다--;;
음악 들으면서 한 두시간쯤 걷는 동안 이 동네가 되게 맘에 들어졌다. 바람도 세고 좀 춥기도 했지만 군데군데 담벼락 그림도, 보행자를 보면 100% 차를 세워주는 매너도 두루 이쁜 동네.
La Cuisine
트립 어드바이저에 칭찬이 자자한 프랑스 식당. 내일 아침 버스를 타니까 푼타 아레나스에서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건 오늘 뿐이라 두 끼를 맛있게 챙겨 먹기 위해 숙소에서 주는 아침도 안 먹고 11시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갔는데 12시가 점심 여는 시간. 그래서 좀 방황하다 첫 손님으로 입장. 한동안 손님이 나 뿐이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칠레는 보통 점심시간이 1시에서 2, 3시까지라고 한다. 주방장의 추천 메뉴 킹크랩 라자냐. 맨위쪽 라자냐를 직화로 그슬려 바삭해서 특이했고, 킹크랩도 섭섭하지 않게 들어있다. 로제 와인을 시켰더니 오이, 당근이랑 마요네즈에 통후추를 뿌린 소스를 주는데, 정말 통후추 하나로 꽤 있어보이는^^ 맛이 났다. 완전 되게 맛있어 보다는 굉장히 건강한 한끼를 잘 대접 받으며 먹는 느낌이다. 어제 저녁의 햄버거가 낯선 동네와의 접선에 좋은 식사 였다면 오늘의 점심은 이제 자리 좀 잡고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달까? 맘에 드는 밥 한끼는 여행의 완성이다-라고 생각했다.
밥이 맘에 들어서 디저트까지 시켰다. 에스프레소와 디저트 샘플러. 브라우니는 덜 달아서 좋았고, 샤벳은 깔끔, 대박은 마지막 저 이상한 색의 칼라파데. 맨 위에 얇은 설탕막이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촉촉한 푸딩같은데 맛있다.
Libro Arte Cafe
한가하게 바다구경하며 와이파이를 즐기기엔 그만. 바다 쪽 공원에 한적하게 자리잡고 있다.
푼타 아레나스 라면집
여행 전만 해도 거기까지 가서 라면을, 그것도 농심라면을 왜 먹나 싶어 별 생각이 없었지만, 무엇보다 이 동네는 너무나도 심심하고, 보니까 다른 라면도 있는 것 같길래, 일단 가 보기로 생각을 바꿨다. 하지만, 작은 동네라 들어오면 한 눈에 딱 나타날 줄 알았던 그 라면집은 길치인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고 다녀도 뙇 나타나 주지는 않아서 결국 관광안내소에 문의했다.
알고 보니 하필 그 앞이 공사 중으로 인도가 막혀서 돌아갔던 길이었는데, 심지어 나는 그 앞 마트에서 수건을 사가지고 나오기까지 했으면서도 못봤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잘들 찾아갔을까? 신통방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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