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롭게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승마정보를 봤다.
세시간 짜리도 있고 페르난다가 이번엔 진짜 자기가 태워다 준다고 ㅋㅋㅋ
안 그래도 버스타고 초원을 돌아오면서 말달리자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워낙 내가 엉성하게 시작했는지 칠레 가우초 청년이 엄청 칭찬하며 기를 살려줬다.
이 능숙한 전문가 청년, 뒤에서 보면 말등에 탄 모습이 꼭 조는 것처럼 느긋한데
이따금 뒤를 흘깃 보면서 챙길 건 다 챙겨준다.
심지어 뒤에서 따라가며 신나게 달리느라 정신 못차리던 내 가방 주머니가 열려
담배며 지갑이며 다 떨어진 것도 먼저 알아챘다.
이런 동네에서 이렇게 살면서 성격 나빠지기는 좀 어렵겠다 생각했지만 오감발달도 그 못지 않겠다 싶다.
평화로울 땐 어설픈 기술도 그럭저럭 쓸만하지만 위기에서 솜씨는 빛을 발한다.
내 기념사진 찍어주느라 방심한 사이 가우초 청년의 말이 도망갔는데
헐...금방 달려가서 잡아왔다.
7년 묵은 능구렁이 그 말은 내가 보기에서 한 성깔 하는 것 같아서
그 녀석을 어르고 달래며 타는 것 자체도 대단하다 싶었는데.
나였으면 단박에 깔보여서 패대기 쳐졌겠지.
능숙하게 자기 몸을 쓰고 발달된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인다.
말의 몸이 반 쯤 잠기는 진창을 두 마리 말을 다 끌고 넘어가질 않나,
내리막길에서 아주 편안하게 담배 피우기 시전까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도 따라할 뻔 했잖아^^그랬다간 나는 단박에 내동댕이...
스페인어를 하는 사람들이 내가 못알아듣는 걸 알면서도 계속 말을 걸어주고
버벅버벅 눈치채다보면 나도 조금은 알아듣게 되는 일이 계속 됐다.
내가 구보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언덕 너머 평지에서 하라고 얘기한 것도,
마사에 어린 말이 한 마리 있다는 것도,
이 짧은 외승에 마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다 알아들었다.
오늘 처음 마테를 먹어봤는데 맛보다도 헐...필터 달린 빨대를 돌아가며 마시는 문화에 속으로 당황했지만
그럭저럭 자연스럽게 마실 수 있었다.
무척 진한 맛인데 우루과이에서 수입하는 것이라고 한다.
말로 두 시간, 차로 15분이면 아르헨티나인데 담배는 거기서 사다 피우고 있다고 한다.
뒤에 맨 배낭이 덜그럭 거려서 신경쓰였지만 그래도 오늘 초록의 초원을 달렸다.
또 하나의 대박은 말타러 간 도로테아에서 만난 요리사 친구.
11년 째 페루를 떠나 칠레에서 살고 몇 달 전 여기있는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파타고니아 러버.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 쓰는 이 친구의 최근 슬픈 연애담까지 알아들었다.
파타고니아는 진짜 술 마시기 좋은 동네인 것이 오스트랄 맥주가 맛있기도 하고
센 바람 한 번 쐬면 술이 금새 다 깬다.
푼나 아레나스도 그랬지만 푸에르토 나탈레스도 바다공원이 멋있다.
살사클럽 구경은 엇갈려서 못했지만 또 하나의 여행인연.
여기는 숙소인데도 오래 죽치다보니
나갈 때 들어올 때 자기 전에 꼭 인사를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프론트를 기웃거리게 되는데
모든 것을 척척 알아서 해주는 페르난다 보다도
나의 이 이상한 행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는 건 마리아다.
아침엔 호텔 일, 6시까지는 유치원에서, 저녁엔 또 호텔에서
하루에 4-5시간 자면서 일을 한다는데도 정말 별의 별 걸 다 챙겨준다.
마지막 날 진짜 너무 아쉬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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