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7 빌라 엘 초콘 Villa El Chocon


아무리 시간표를 들여다봐도 Plaza Huincul 플라자 후인쿨과 빌라 엘 초콘을 
대중교통으로 하루에 다녀오기는 불가능 하다. 
화석이 발견된 게 2년 전이어서 신생 관광지라 그렇다는데 
가이드북의 대대적인 소개와는 달리 후인쿨은 첨 들어본다는 사람도 꽤 있었지민
다들 엘 초콘은 강력추천하기에 그러기로 결정하고 아침 일찍 나섰는데........
관광안내소에서 알려준 장소는 버스를 타는 곳이 아니라 표를 사는 곳이어서 
일단 버스 한 대를 놓쳤고, 
남는 시간에 박물관을 가려고 했지만 월요일은 휴관,
달걀 들어간 밥이나 먹자고 간 식당에서는 
아침메뉴를 안한다고 해서 그냥 샌드위치를 먹었고,
엘 초콘 가는 버스회사에서 알려준 버스터미널 행 버스 정류장은 
버스가 서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려서 나와 같이 기다리던 동네 주민을 열 받게 했고,
엘 초콘행 버스도 어제 관광안내소에서 알려준 것과는 시간표가 좀 달랐고, 
결국 택시를 탔는데 음료차 사고가 났는지 소방차가 깨진 병 치우느라 차가 막혔다.
그 와중에 희소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이 엘 초콘행 버스를 시간 맞춰 탔다는 것!
땡볕을 헤매다 보니 모자는 엘 초콘 뿐 아니라 
앞으로 아주 중요한 상비용품이 될 것 같다, 너무 뜨거워...
여기선 우리나라를 마일드 썬이라고 자랑해도 될 듯.

실제 크기의 공룡 뼈들이 전시된 박물관.
아담하지만 공룡상식이 가득하다.
발굴 당시의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진짜 저 순간에 다들 얼마나 흥분됐을까 싶었다.
제법 현장감 있게 발굴당시를 재현하고 있지만,
털썩....다 복제였다...!
난 진짜인 줄 알고 열심히 왔건만--;;
가는 길에 들른 거라 치자고 달래며
나의 노고를 기리는 마음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그래, 공룡알도 봤는데 잘 왔다, 잘왔어.

박물관에 써 있는 걸 열심히 읽어도 
다 둘러보는 데에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서
근처 호숫가 수영하는 사람들 구경하고
깜찍한 등대 사진도 찍고
구석구석 숨어있는 그늘을 찾아 메뚜기 놀이를 하며
버스가 오기까지 두 시간을 때웠다.
이번에 터미널에서 읍내로 돌아올 땐 버스를 타 보려고 사람들을 따라 나와
초롱한 처자에게 교통카드결제를 부탁했다.
얼마 안된다며 이 처자도 또 그냥 내주려고 한다.
버릇될까 봐, 또 마침 잔돈이 있어서 줬는데
어째 표정이...호의를 무시한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윽...또 소심증 발병.
그 사이 또 다른 발견.
버스회사에서 알려준 터미널행 버스 번호도 틀렸다!
5A가 아니라 5B버스 였다고요...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은 
배고픈 걸 꾹 참고 찾아간 식당이 8시가 아니라 8시 반 오픈이었다는 것
-하지만 이 정도는 진짜 애교지.
게다가 멋진 목소리로 정중하고 유창한 영어를 하시는 할아버지 덕에
저녁은 만족스런 엔딩~

오늘의 삽질을 교훈삼아 내일 탈 공항버스 정류장을 답사해봤다.
정류장 앞 키오스크의 
장난 좋아하게 생긴 주인 아저씨와 한가한 삼촌 같은 아저씨에게 공항버스를 물었는데 
잘 모르겠다며 마침 앞에 선 택시 아저씨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붙잡고 물어봐도 될까 싶었던 택시 아저씨는 차에서 볼펜까지 꺼내가며 버스번호를 적어주고
각각의 버스가 어디에 서는 지까지 일러주셨다.
역시 어제 관광안내소에서 알려준 Koko버스의 정체를 나는 끝내 모를 예정이다--;;
내가 적어 온 번호를 보더니 아저씨 둘 이제 교통카드 걱정을 한다. 
그 정도는 이제 나도 안다고요~
그래서 손짓발짓으로 남에게 카드부탁하고 현금으로 낼거라고-나는 말했는데
한가한 삼촌 아저씨가 자기 교통카드를 꺼내더니 
마침 정류장에 선 공항버스로 달려가며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와, 진짜 이렇게 친절하시다니요.
감사합니다, 오늘 진짜 훈훈하게 빵 터트려주셨세여^^
 
나의 스페인어 실력-이랄 것도 없지만-은 
남들이 더 많은 말을 하게 하면서
정작 나는 더 정신을 못차리게 되는 신묘한 수준인데
이럭저럭 돌아다니다보니
어제 부에노스 아이레스 청년의
경제적으로다가 그냥 주워 배우라는 말이 갑자기 크게 와 닿는다.
꼭 돈이 아까워서---임 ㅋㅋ
 
불과 며칠 전 만 해도 담요를 더 달래서 잘 정도였는데
어제는 땀 흘리느라 잠을 설쳤다.
추울땐 빨리 여름나라로 가고 싶더니
고온건조한 땡볕을 겪는 지금은 
간사하게 파타고니아의 날씨를 그리워하게 된다.
손으로 대충 짜서 널고 잔 빨래가 바싹 마른 것 만이
뽀송할 뿐.

PS. 돌아오는 버스에서 봤다-여기도 '파타고니아'라고
그러니까 나는 파타고니아를 그리워하며 
두 달 째 파타고니아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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