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0 안쿠드, 칠로에 섬 Ancud, Chiloe


누구는 설명할 수 없게 이상한 동네였다고 하고
누구는 크리스마스에 다시 돌아갈 곳이라는 상반된 평이 있었던 안쿠드를 
나는 그냥 호기심에 와 봤다. 
작은 마을이지만 숙소 찾아가는 길에 시장도 봤고
맘에 드는 커피 집도 발견했고
저렴한 숙소가 전망도 좋아서 
며칠 스페인어 자습을 할 장소로 낙점.
날짜가 날짜이니만큼 성당 근처 가게들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바쁜데
아무리봐도 이 땡볕의 크리스마스는 뭔가 임박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어진 해변 공원 분위기는 한산하고
딱히 별로 할 것도 없으니 공부하기는 딱 맞춤.
아르헨티나 특유의 y를 sh로 바꾸는 발음이 싫어서 
칠레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했는데
칠레는 Gracias대신 Gracia-라고 자음을 빼고 발음을 해서
나를 고민스럽게 한다. 
원어민들이야 이리 말하나 저리 말하나 잘 알아듣겠지만
원형을 모르고서야 응용이 안 될 것 같은 나는
일단 자습을 좀 해보고
여기저기서 일주일씩 배워보는 걸로 계획을 바꿔 봤다.
내일부터 며칠 간은 있는 비디오 수업 공부해보기.

저녁 때 아담한 공용 공간에 몇 명 안되는 투숙객들이 모였다.
무려 한 달 동안 칠레에서
그것도 세 번이나 뭔가를 날치기당한 어느 커플의 실화를 들으며
정말 남은 게 없는 것 같아도 항상 잃어버리면 안되는 것들이 남아있다는
내 첫 배낭여행의 주의사항을 다시 되새겼다.
잃어버린 물건 보다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는 게 더 큰 손실이라는데 입을 모았고
모두 파타고니아 같지는 않다는 걸 생각하며
조심조심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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