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버리 따라가는 상황이 있다.
살타에서 처음 길을 물어본 사람이 여섯 블럭 밖에 안되니 걸어가라고 해서
10시간 버스를 타고 한 밤중에 내린 상태에서 배낭을 메고 걸어갔고,
코르도바에서는 버스터미널에 내린 사람들이 다 택시를 타고 가길래 그냥 택시를 탔었다.
그리고 오늘.
아나케나까지 길이 어떠냐니 잘 포장되어 있다고들 했고,
자전거를 타고 간다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아서 그냥 자전거를 빌렸는데...
헐. 죽다 살았다.
지도 앱에서 본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고 섬 자체가 평평하다는 얘기를 미리 많이 들었는데
내겐 어찌나 오르락 내리락 하시는지.
이게 다 호수공원에서 고작 보름 남짓 연습하고 온 미천한 내 자전거 실력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전기자전거를 빌리지 않은 것만을 후회했는데,
정작 숙소로 돌아와 자전거를 타고 아나케나를 다녀왔다고 하니 다들 놀란다.
..왜 이 놀람을 미리 전해주지 않은 거야....
결국 자전거 타기가 더 힘든 구간은 걸으면서 왔는데
해변 이후로는 생수 한 병 파는 곳도 없어서
장장 8시간을 쫄딱 굶으며 오랜만에 입에서 단내난다는 말을 실감했다.
게다가 도중에 드디어 폭우까지 등장했으니 제대로 구색갖춘 지옥훈련 완성.
자전거 때문에 히치하이킹은 엄두도 못냈고
어제 같은 행운은 없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숙소에 돌아온 지금이 꿈만 같다.
극한스포츠맨도 5시간이 걸렸다니 만만한 거리가 아닌 것 맞아...
자전거의 즐거움-흐린 하늘아래서도 파랗게 부딪히는 파도 옆으로
텅 빈 도로를 이스터 바람 맞으며 내려가는 신나는 그 기분-최고!
자전거의 어려움-그 잠깐의 즐거움을 뺀 나머지 다...
너무 피곤한데 잠은 안오고 배는 금새 고파진다.
늦게까지 잤으면......
아나케나 Anakena
예쁜 해변이지만 해지기 전에 못 돌아갈까 봐 휘리릭 둘러봤을 뿐.
그럴 거면 대체 여길 왜 그 고생하며 왔을까 ㅎ
그래도 해변에서
Ahu Nau Nau, Atur Huki를 볼 수 있다.
통가리키 Tongariki
최대 규모의 모아이 유적지.
이스터의 모아이들은 지진과 부족싸움으로 거의 다 쓰러져 있었다는데
다시 세워놓은 과정 사진이 안내판에 붙어 있다.
해변의 할아버지들^^
노을 보기 좋은 곳이라 낮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도 보고 싶다, 해질 무렵에.
하지만 어쨌거나 오늘은 폭우로 노을이고 뭐고 없었으니까 뭐.
Akahanga
되다만 모아이들이 누워있는 곳.
조각을 하다가 딱딱한 성분이 바위 중간에 끼어있으면 장인들은 그걸 버리고 새로운 모아이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모아이들이 다시 세워지지 못한 채 남아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