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칠레.
이쁘니까 눈뜨고 보라던 멘도사-산티아고의 길을 반쯤 졸았다.
아타카마 생각에 국경넘기가 오래 걸릴까 걱정했는데
금방 끝났다.
재미있던 건 어떤 아저씨의 반도네온이 수색에 걸렸는데
아저씨가 가방 푼 김에 국경사무실에서 멋진 한 곡조를 뽑으셨다.
마지막 국경넘기의 인상적인 장면^^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발파라이소를 가기로 하는 바람에
터미널에 짐을 맡기고 산티아고 한인회관에 투표하러 갔다 왔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휑한 거리였는데
낯익은 한국식품들을 써놓은 간판을 보니 몇십년 전 한국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산티아고는 항상 어딜 가는 길에 잠깐 벌써 두번째.
푼타아레나스 가던 길에는 공항에서 잠깐,
발파라이소 가는 길에는 터미널에 잠깐.
같은 회사인데도 밤버스에서 준 아침은 전부 달달한 과자나 빵이라 별로 였는데,
아침버스에서 준 아침은 훌륭하게도 샌드위치였다.
국경같은데서는 맛없을 것 같은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던 칠레 국경 엠파나다도 훌륭.
이렇게 깨나 주섬주섬 먹었는데도 너무 배가 고파서
발파라이소 터미널과 부두 근처의 문 연 식당에서 해물스프를 사먹었다.
낮부터 와인을 피처로 마시고 있는 아저씨들이 드글드글한데
한국으로 보내는 생선을 잡는 아저씨 한 분이 반갑게 인사를 하신다.
진짜 놀라운 가격-2400페소에 홍합과 쌀, 야채가 들어있는 스프와 와인이라니.
아리카의 세비체 이후 두번째 가격감동이구나...
언덕에 있다는 숙소는 숙소 주인이 워낙 설명 잘해서 메일을 보내줬는데
시키는대로 타려던 콜렉티보는 자리가 없어서 번번히 놓쳤고
구글에서 찾은 버스를 탄 것 까지 좋았는데
남미에서는 평범한 친절한 아저씨 둘이서
다른 버스를 직접 잡아 태워주시기 까지 하며
나의 숙소가 아닌 자기들이 알고 있는 언덕 위의 예쁜 호텔 위에 내려두고 가심--;;
다행이 또 다른, 평범하게 친절한 행인이
또 다른 평범한 행인들에게 물어가며 가르쳐준 덕에
해가 완전 지기 전 숙소에 도착했다.
전기줄이 시야를 좀 가리긴 하지만 발파라이소 항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
약간은 방치된 게 더 잘 어울리는 정원.
일요일인데도 맥주가게를 인근에 둔 훌륭한 위치.
가정식 실내장식과 약간 낯은 가리지만 얼굴에 장난이 잔뜩 묻은 세살배기 아들내미.
이틀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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