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같은 포스터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를 볼 때도 느꼈지만
그 시절의 미국은 참 괜찮아 보인다.
원칙도 있고, 적당한 인정도 있으며, 풍요롭기도 하다.
(그 시절에 이미 지금 패악을 떠는 자본주의 병폐가
윗동네에서 슬금슬금 내려오고 있었겠지만...)
완벽한 애인이 너무 과분하다는 배터질만한 이유로 결혼을 망설이던 사진기자가
모험촬영 중에(약간의 은근한 압력이 있었으나 아무튼 자발적이기도 했던)
잠시 휠체어 신세를 지는 사이 이웃집들을 엿보는 데 맛이 들린다.
영화소개글에 처음부터 살인사건을 목격한다고 나오는데
그 사건은 영화 중반부나 되어야 등장하고, 사실 그는 목격을 하진 못했다.
영화 중반부까지는 동네 사람들의 사생활과
공통점이 없이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사는 이쁜 부자 애인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등장한다.
어째 이웃들도 그닥 바람직한 결혼생활을 보여주지 않아서
그의 망설임이 계속 탄력을 받는데,
그 중 최악이었던 한 부부 중 부인이 어느 날 사라지면서
심심한 그는 열심히 그럴듯한 추론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를 구박하던 방문 간호사와 애인도 금새 이 흥미진진 추리에 퐁당,
나중엔 적극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서게 된다.
그 사이 애인과의 상호적응력은 완전 상승.
주인공은 엿보기를 포기하지 못하지만
법보다 높은 윤리적 수준에서 고민을 한다.
살인사건을 해결했다 한들 이것이 윤리적인가-라는.
훌렁 훌렁 창문 열고 살던 연립주택 동네는
미쿡스타일이라기보다는 아시아 스타일 같아서
옛날엔 서양도 저렇게 참견들 하고 살았구나를 확인시켜 준다.
평범한 연주곡을 배경으로 소근거리며 전화통화하는 장면에서 느꼈던 서스펜스는
꼭 음향으로 쎄리거나, 음악으로 설치지 않아도
분위기는 충분히 잡힌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의외로 클라이막스는 순식간에 후루룩 지나갔지만.
(범인의 자백이 어찌나 빨랐던 지, 묻기도 전에 말해주는 경지^^)
사진기자라는 직업이 내용전개 상 이렇게 실용적으로 써먹히는 것도 처음봤다.
한 가지 더 놀라웠던 건,
지금 뉴욕 한복판에 갖다놔도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날 것 같은 그레이스 켈리의 패션이다.
그 시절에 이미 1000불이 넘는 옷을 사는 사람이 많다는 대사가 나오기도 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펼쳐든 바자르 잡지도 요즘과 표지가 많이 달라보이지 않던데,
이건 단순히 복고의 영향인 걸까? 아니면 신기에 가까운 감각일까?
극장간판을 연상시키는 포스터
이건 좀 만화 분위기
당대 최고 배우 둘을 제압하는 히치콕의 패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