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더 깊이 파주는 구석이 있지만 상업적인 면만을 속 뽑아서 잘만든 것 같은 포스터
제목이 이브라서 모든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헐...한국전쟁 시절에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니.
칼부림 없이도 긴장감이 쫙 느껴진다.
내용은 간단하다.
누구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질만한 참하고 성실한 젊은 처자 이브가
행운을 노려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의 도움으로 기회를 잡은 뒤
뒤통수를 쳐서 성공하는 이야기.
전형적인 악녀 캐릭터에 직업까지 배우라
당연히 요부스타일의 여배우일 것 같지만
오히려 수더분하고 성실한 미모의 배우가 연기함으로써
이야기가 더 괜찮아졌다.
모든 것이 요망한 미모로 해결되었다면 그녀의 처세술은 하수일뿐이었을텐데
일차원적 미모를 능가하는 성실함과 태도에 대한 노력으로 레벨업.
여러 사람이 작당을 해서 하나를 등신 만드는 거야 흔한 절망이지만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뒤통수를 치는 기막힌 상황이 더 미칠 지경이라는 참신함(^^)도 좋았다.
다행이 영화는 뒤통수 맞은 사람들끼리는(묻힌 비밀은 있지만) 서로 흥분하지 않도록 배려함으로써 이브의 욕망에 집중하게 해준다.
게다가 남자들은 여자가 잔머리만 굴려도 홀랑 다 넘어가는 단세포라든가,
질투는 여자의 힘이며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게으른 설정들을 빌려쓰지 않아서 더 흥미진진했다.
오히려 빌이 직관을, 캐런과 마고가 의리를 발판으로 삼았다는 것도 신선했고.
(언젠가는 캐런이 재앙이 되어버린 악의 없는 장난도 고백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마지막에 새로운 이브지망생이 거울속에서 무수히 증식하는 장면도 멋있었다.
제목이 이브라서 여자를 나타내는 대표명사 같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브 속의 '여자'보다는 '욕망'에 집중해주는 느낌이었다.
이브-마고-마릴린 먼로-레베카에서 사촌이었던 영국배우(여기서는 평론가)
성공한 배우인 마고는 '여자'가 되려면 남자가 필요하며 그러기위해선
성공을 하기 위해 버렸던 '여자'를 되찾아야 한다고 고백하면서도 일을 그만두지는 않고,
마고의 연인 빌은 마고의 재능에 반해 사랑을 시작했지만
가장 힘든 시기에 한 걸음에 달려와주는 인간애의 경지까지 나아가며
유혹에 굴하지 않는 의리도 보여준다-빌 정도의 감이라면 아마 이브의 진심을 꿰뚫은 것 같기도 하지만...
하지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영화 속 인물들의 대화가 욕망을 얘기할 때조차도 막나가지 않으며 성찰이 있었다는 점이다.
공황이 끝나고 다시 찾아온 풍요는 그들에게
비참하던 그 시절을 딛고 다시 우아하게 살도록 격려해준 것 같은데
그에 비하자면 염치도 없고 천박한 요즘 자본은 대체 조상이 누군지 궁금해진다.
베티 데이비스 아이즈라는 꽤 유명한 팝송이 있었는데 그 눈이 바로 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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