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휴가 잘 다녀왔네요^^
영화는 바캉스족이 떼로 몰려다니는 기차역에서 시작한다.
땡깡부리는 아들에게 싸다구를 날리는 호기어린 엄마,
테니스라켓에 턴테이블까지 바리바리 싼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기차가 도착하는 승강장 여기 저기로 옮겨다니는 사람들.
이어서
콩알탄을 밟고 지나가는 것 처럼 끊임없이 안쓰러운 소음을 내고 달리는
윌로씨의 자동차가 등장-본격적인 휴가의 시작이다.
뚜껑달린 오토릭샤 같은 윌로씨의 자동차는
윌로씨 한 명만 타도 몸이 꼭 낄 것 같은 크기에
옆에서 큰 차가 먼지바람이라도 뿜고 달려가버리면
너무나도 괴롭게 비틀거린다.
친절한 윌로씨는
짐을 든 숙녀를 외면하는 법이 없고
뒤늦게라도 인사를 빠트리는 적이 없으며
실수는 엄청나게 많이 하지만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절대 바보가 아니다^^
나는 슬랩스틱 참 좋아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슬랩스틱은
연기자의 엄청난 고통이 없이는 볼 수 없는 슬픈 장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자크 타티감독은
모든 물건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서로에게 반응하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차원이 다른 슬랩스틱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타티감독의 슬랩스틱은
다른 영화들이 내면연기하는 동안,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의 에너지를 드러내고,
휴가의 느긋한 느낌을 치밀한 짜임새로 보여주면서
움직임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슬랩스틱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주는 청량감 넘치는 고전.
저가타이틀의 바다에서 보물을 건진 기분이다.
내가 뽑은 이 영화의 베스트.
아이스크림 가판대 너머로 손 밖에 안 보일 정도의 애기가
아이스크림 콘 두 개를 산다.
양 손에 하나씩 들고 제 무릎만한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가면서
한 계단 올라설 때마다 이쪽저쪽 아이스크림을 살핀다.
이 영화는 슬랩스틱이니까
보는 관객은 저 아이스크림이 언제 못 먹게 될 지 조마조마하고
너무나 집중해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가는 애기가 워낙 귀엽다보니
다가올 비극에 가슴까지 아플지경이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지만 손잡이가 높다.
애기는 어쩔 수 없이 아이스크림을 든 손으로 제 머리위의 손잡이를 잡고 돌리고
아이스크림은 180도에 가깝게 뒤집어지는데....
놀랍고도 다행스럽게도 그대로다.
애기는 계속 조심조심 들어가 형에게 아이스크림을 성공적으로 건넨다.
추천이유.
매력적인 등장인물의 마력을 적극 활용하였으며,
아이스크림 구입-전달-시식의 단순한 구조 속에
서스펜스와 반전을 함께 담아낸 명 연출^^
PS. 헐...윌로씨가 감독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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