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46 토요일엔 살타행 버스가 없다

아침 바람 찬 바람에 부지런을 떨어 
10시간 버스에서 먹을 샌드위치까지 싸가지고 갔는데 날벼락.
분명 그저께 확인했던 살타행 버스 일정에서 토요일만 지워지고 없다....!
게다가 내일 버스는 다 매진.
쿠스코부터 항상 버스자리가 남아돌길래 처음으로 예매를 안했더니 세상에 이런 일이.
헐...나 여기서 이틀간 묶여있는 거...?
하하하하하하하-이것은 정신나간 럭키세븐 웃음...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래...
볼리비아 트럭 파업도 아무렇지 않게 비껴왔다고 좋아했더니
계속 이런 식이구나, 대박은 피하고 방심하다 뒤통수 맞는 거.
부활절 때문에 가장 붐빈다는 이 절정의 관광성수기에 
다행이 저렴한 숙소는 찾았지만
이틀 간 시체놀이-반갑지 않아....

워낙 사람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나는 가만히 앉아 있는 사이
독특한 음악세계를 가진 칠레 싱어송라이터가 박수 속에 콘서트를 마치기도,
어리버리 러브모드가 허무하게 끝나기도 하고, 
중남미 척척박사님의 여행일정 질의응답이 펼쳐지기도 하고,
살타에서 베드벅에 물린 처자가 배낭햇빛소독차 지붕 산책을 하기도 하고,
그 사이 다른 배낭족의 로맨틱 콘서트가 이어지고....

콧구멍에 바람이라도 쐬고 혹시 어디 노을 보기 좋은 데가 숨어 있나도 찾을 겸
동네산책을 갔다가 먼지바람만 잔뜩 맞았다.
딱히 괜찮은 언덕은 못찾았지만
남의 집 낮은 담장을 딛고 구경한 노을.



지나다 술만 파는 술집에서 맛있는 쿤츠만 생맥주로 먼지기운을 좀 털었다,
삼시 세끼 맛없는 샌드위치의 입가심도 겸해서.
그나마 시간은 잘 가니 다행이고
한 것 없이 졸려서 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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