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비자를 일찍 받게 되면 버스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튼
하루 뿐이었지만 어제의 긴 고난을 함께 했던 셋은 모두 떠나고
이제 내겐 도전이 남아있다.
브라질 국경 근처의 모토택시기사는 구글지도도 모르던
새로 이사한 볼리비아 대사관에 정확히 내려줬지만
거기서 얻은 건 종이 두 장 뿐.
인터넷 접수요령이었다.
처음엔 원래 숙소로 돌아가 친절한 주인의 허락하에
와이파이와 나의 아이패드로 해보려했지만
출력이 안된다고도 하고 아이패드도 이상해서 결국 실패.
땡볕 속에 인터넷 카페를 찾아다니다가
남은 동전을 세며 아이스크림을 사먹다가 집요하게 구걸하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원래 그냥 구걸하는 사람에게 넙죽 내미는 편은 아니기도 하지만
오늘 처럼 버스 차비까지 세야 하는 나에게
이렇게 공격적으로 구걸하는 할아버지는 정말 재앙.
결국 내가 도망나왔다.
여차저차 출력을 해서 대사관을 찾아갔더니
-나는 길치인지라 같던 곳을 다시 가는 것도 헤매는데
문제는 새로 이사 온 볼리비아 대사관 같은 건 이웃주민들도 잘 모르더라는--;;
문 닫은 시간.
남은 브라질 돈이 없어서 몇 헤아이스 안하는 인터넷 카페비도 카드로 내고
달랑 버스비 3헤아이스 남았을 채 다시 문 여는 시간을 기다리는 데 완전 땡볕.
바로 옆 가게에 혹시나 들어갔는데 볼리비아 돈을 안 받는다고 한다.
생수 한 병을 못 사먹는구나....싶은 찰나
가게 언니가 생수 한 병을 꺼내서 건네준다.
진짜 눈물나게 고마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또 딱지.
기운이 빠져서 다시 인터넷 카페로 가느라 길을 묻는데
모토택시청년이 어차피 모토택시 정류장 가는 길이라며 그냥 태워줬다.
그러나 이번에도 또 딱지.
결국 온전한 인터넷 접수증 하나 달랑들고 다시 국경을 넘는다.
버스로 국경오는 길에
할머니 한 분이 계속
저건 아니다, 이걸 타라, 여기서 기다려라, 제대로 타라-며 같은 길 가는 사람들을 연결시켜주셨다.
진짜 브라질에서는 무관심 속에 죽어가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정말 오늘까지 거두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푸에르토 키하로의 호텔 비니로 돌아와 어제갔던 식당에서 또 계란밥과 맥주를 마시며
그래도 희망이 있던 어제 다같이 모여서 밥먹던 때를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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