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네 시간 넘게도 잘 타고 다녔는데
여섯 시간 보니또 행 버스, 정말 지루하다.
역시 눈 뜨고 여섯 시간은 무리인가....
거기다 버스도 한 몫 한다.
남미 통틀어 처음보는 꼬진^^ 버스.
바깥 경치는 이제 좋아졌는데 창문이 뿌옇고
의자는 꼬질한데다 안전벨트도 망가져 있다--;;
에어컨은 힘이 딸리는 지 정차할 때만 나오고 ㅠㅠ
직선 거리가 아니라 우회해서 이 마을 저 마을 들르는 노선인데
그걸 또 시속 60으로 느긋하게 가니 아무리 시계를 봐도 시간이 안 간다...!
그러다가 뒤늦게 발견했다, 창문이 열린다는 것을!
얼마 만인가, 창문 열리는 버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면서 신나고 있었는데
지도 상 보니또 2킬로미터 전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여행 100 일 째.
오늘은 나에게 뭔가 잘해줘야지!
라고 다짐했다.
숙소까지 1킬로미터 남짓이라 터미널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냉방 잘되는 대기실은 휼륭했지만
카페도 버스회사도 다 닫혀있다.
같은 버스에 탔던 아주 튼튼하게-통통이 아니라 진짜 튼튼-하게 생긴 동그란 눈의 애기가
터미널 화장실에서 물 닦을 때 쓰는 걸 갖고 나와 열심히 들이치는 빗물을 닦아내는데
너무 귀여웠다-사진찍자는 말을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결국 못함--;;
보슬비와 땡볕을 동시에 우산으로 가리며 숙소에 도착.
투어를 물어보는데 두꺼운 브로셔 하나와 여러 날 짜리 가격표 하나 주고 끝.
결국 설명은 찾아나선 다른 여행사에서 들었다.
제일 비싼 걸 호스텔에서 예약한 게 아깝지만
그나마 가격이 어디나 동일하다니..뭐.
2-3년 전 부터 여기서 유명한 곳들은 에코투어리즘 어쩌고 라서
가는 곳 마다 가이드의 인솔을 받아야 하기에 비싸다고 한다--;;
특히나 이번 주말 까지는 성수기 가격이라는데 토요일에 떠나니 어쩔 수 없다..
오늘은 나만의 100일을 기념하며
라이브 바에서 한 잔 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또 폭우가 시작-이번에는 천둥 번개 동반이시다...!
날씨정보에 따르면 금요일까지 오늘같은 날씨이고 토요일만 화창한 뒤 계속 오늘 같은 날씨.
뭐야, 이렇게 비가 오는 성수기라니...
그나마 밤은 괜찮지만 낮엔 제발 소나기로 끝내주길...
읍내는 커녕 결국 호스텔에서 캔맥주...
양력 생일에도 20시간 넘게 버스를 다고 있었는데
잘해주고 싶어도 안 받쳐준다.
그나마 나이를 먹어서 안타까움이 약한 건 다행^^
그런데, 비가 살짝 들이치기도 하는 호스텔 바에서의 한 잔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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