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0 라 이게라-사마이파타 La Higuera-Samaipata



라 이게라는 체 게바라가 잡혀있다가 최후를 맞이한 곳이다. 
그는 이 작은 학교 교실에 갇혀있었는데 
이틀째 되는 날 한 군인이 갑자기 문을 열자마자 그를 향해 총을 쏘았다-고 씌어있다. 
잡힌 뒤의 시진 한 장에서 그는 갑자기 몇 십년의 나이를 먹어버린 얼굴이었다. 


그 교실은 이제 작은 기념관이 되었고 
찾아온 사람들이 남긴 편지와 낙서들이 그를 기리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그를 별로 닮지 않은 동상도 서 있다.  

바예그란데에서도 왕복 여섯시간. 
60킬로미터 정도지만 비포장 도로라서 만만치 않은 길이다.
비포장이었던 게, 어딘가 을씨년스럽고 버려진 느낌이 
오히려 루타 델 체-에 어울린다고도, 
만약 그가 아르헨티나에서 최후를 맞았더라면 
그곳은 남미 탑텐 명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도-
이런 엇갈리는 생각이 동시에 떠오른다.
이 길의 일부를 걸어볼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원래는 사마이파타로 돌아와 바로 수크레행 버스를 타려 했는데 생각을 바꿨다,
좀 피곤도 하고 마을이 예뻐 보여서.
원래 묵으려다 자리가 없어 떠났던 호스텔에 딸린 바를 
영국 처자와 함께 찾아갔는데 
별로 말 수가 없는 줄 알았던 그녀는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한가지 신기한 점은 같이 다닐 땐 별로 루타 델 체에 만족하는 것 같지 않아보였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할 때는 꼭 가보라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권한다는 것이었다. 
남들이 권하는 여행지에 엄청 솔깃해지는 나로서는 좀 중요한 정보였다 ^^ 

아무튼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영국여자친구와 함께 여행 중인 프랑스 청년과 
거의 평생을 볼리비아에서 살았다는 독일인 호스텔 주인아저씨와 
무려 카르마와 중용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오랜만에 폭음
-항상 오랜만의 폭음이라고 생각하는데 따져보면 항상 그렇게 오랜만은 아닌 것 같은-을 하게 됐다. 
주인께서는 어느새 사라지셨고 나와 함께 왔던 영국 처자도 말없이 먼저 떠난 뒤 
새벽 두 시까지 마신 나를 다른 영국처자가 바래다 주었다. 
취한 김에 고마워서 알라뷰 어쩌고 주책을 부려놓고 정작 이름을 까먹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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