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4 코룸바 Corumbá

오늘 나는 어제 산 버스표 대로 버스를 타고
어제 예약한 숙소를 찾고
어제 들은 모기약울 사고
배고파서 밥을 먹은 것 뿐인데
되게 많은 일이 일어난 것 같은 기분. 

일단 
내내 인터넷이 신통치 않던 숙소가
아침에는 에어컨이 정해진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꺼지더니
와이파이는 계속 먹통이어서
큰처 호텔 로비로 출장을 가야했다. 
시내를 가나 그 절반 거리인 터미널에 가나
20라는 똑같은 택시비 때문에 7짜리 오토바이택시를 탔는데 아저씨 완전 친절하심. 
하지만 보니또, 
이 브라질 최고의 바가지 마을의 명예를 해치지는 못한다 ^^ 


코룸바행 버스는 20인승 밴에 
짐칸이 코랑지로 달려있는 것이었는데
다행이 에어컨은 빵빵했지만
옆에 앉은 볼리비아 처자 덕분에 잠시 위기가 찾아온다. 
나의 가난한 스페인어 수준으로 이해하자면
이 해맑은 얼굴의 처자는
자기만의 깊은 신앙에 빠져있는 자매님으로
내가 그 유창한 말을 못 알아듣겠다고 절규하면 
오히려 손짓 발짓 음향효과에 찬송가 독창의 강도를 높이는,
포기를 모르는 아포칼립소 찬양자였다. 
결국 자는 척-그러다 진짜 잠-으로 내뺄 수 밖에. 
나의 안전을 걱정해주며 한국말 인사까지 물어봐준 다정다감한 길벗이었지만
나에게는 너무 벅찬 독한 신앙의 그녀. 

국경을 넘는 것도 안닌데
중간에 갑자기 짐 검사를 한다. 
이 버스가 파라과이 국경 근처에서 보니또를 거쳐 볼리비아 국경 근처를 잇는 버스라 그렇다고 한다. 
내 짐은 보지도 않았다^^

드디어 코룸바에 내렸는데
관광지스러운 호객꾼들의 영어가 나를 반기는데 
다행이 숙소를 예약한 내게는 길만 기르쳐주고 끝났다. 
같은 차에 있던 영국여행자는 
오늘 바로 국경을 넘어서 
싼 볼리비아 숙소에서 자고
-그게 가능하다고-
도장은 내일 국경사무소로 와서 받을 거라고 한다. 

숙소를 찾았더니
초등학생 같아보이는 아들이 리셉션 스탭이다--;; 
온 가족이 아들의 영어에 의지하는 느낌 이랄까 ㅋㅋ
침대 세 개 짜리 도미토리지만
오늘은 나 혼자~



다행이 일요일이지만 식당 약국 다 문을 연다. 
약국에서 어제 추천받았으나 보니또 물가 때문에 충분히 못 산 모기약을 사다가
거리 끝 멋진 풍경을 봤다. 
판타날 초입이라더니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습지 풍경이 있었고
그걸 보는 사이
멋진 음악소리가 들려서 따라갔더니
라이브 클럽의 밴드가 연습 중인 거였다. 
하지만 연주는 12시부터 아침 5시까지라니--;;

아쉽게 돌아오던 길에 코코아 물을 사먹다가
구걸왔다 안 주니까
아주 꼬리가 길게 저주를 퍼붓는 할머니를 만났다. 
아, 이런 공격적인 구걸과 강렬한 뒤끝. 
동네가 좀 맘이 안들려던 찰나 
생맥주를 파는 곳 발견!


양이 많아서 1인분 맞냐고 물어볼 때 
이렇게 다 먹어버리면 민망할 것 같았는데
안 민망함ㅋㅋ

처음엔 옆옆집 밴드음악이 좋아서
아쉬워 했지만 잠시 후 이 집 밴드도 출동했다. 
무려 브라질의 필 콜린스인듯
드러머가 노래하는 밴드. 
분위기는 완전 다르지만
이 동네 모든 밴드 
다 내 맘에 드는 음악을 한다~
덕분에 오랜만에-그냥 맥주는 말고-생맥주 달림 ^^ 



그러고 보니 오늘이 브라질 마지막 밤. 
말도 못하는 저를 잘 거둬주셔서 고맙습니다^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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