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빙우|2003

 
처음 만든다는 소리 들었을 때 제대로 망할 거라는 생각을 했고,
개봉하고 나서 진짜 그렇게 되고,
그냥저냥 별 관심도, 이성재 말고는 딱히 보고 싶은 이유도 없던 차에,
아마 보려던 게 대여중이었던가, 그래서 보게 되었던 영화.
하지만 예상외로 좋.았.다.
 
뻣뻣하기만 한 거대자연을 향해 인간을 몰아가서
애시당초 게임이 안되는 승부로 몰아넣고 지게 만들던,
그래서 남는 거라고는 아이맥스영화의 한 장면 뿐이던 구태의연한 산악영화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난 산.악.멜로.  
남극일기가 서스펜스를 섞기 전에 빙우가 있었다.
사람들의 사랑 뒤로 물러 앉은 산,
아주 얇아진 마음으로 산에 남은 걸 다 걸게 되는 상처받은 연인들의 얘기가
마음 아픈 영화였다.
 
하긴, 잘 본 내게도 이 영화는 단점이 확연하긴 했다.
몇년 안 지났는데도 벌써 촌스러워 보이는 합성장면도 일조를 했지만,
더 두드러지는 건,
따로 보면 나름대로 다 괜찮건만 이상하게 영화속에서 같이 가질 않는 배우들.
나란히 걸어도 따로 찍어서 합성한 것처럼,
웬만한 영화들에서는 웬만큼 있는
사람들 사이의 교감 같은 걸 느낄 수가 없었다.
아래 기념사진에서 살짝 느낄 수 있듯이.    
 

 
아마, 시나리오는 영화보다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내겐 맘에 드는 영화로 남아주었지만.
어제 MBC에서 다시 해주는 중간부분부터 보면서 생각난 김에...
 
PS. 역시 시나리오가 더 재미있었다.
보고 나도 드는 같은 생각.
배역에 잘맞는 배우들이었는데, 왜 그렇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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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다시 보는 빙우.
내게 빙우는 좀 색다른 멜로영화라 초겨울 찬 바람에 쓰윽 생각이 났다.
굿다운로더니 뭐니해서 빠른 신작서비스에 혹하는 건 사실이지만
좀 빨리 영화가 나온다는 것을 빼면
그 후진 화질과 더 후진 오디오를 참아야 한다는 것이 싫다.
많이 귀찮아도 출시작은 그냥 DVD가 더 좋은데.
하지만 점점 사라지는 가게들......
암튼 불편함을 무릅쓰고 빌린 DVD에 특별영상이 있어서 좋았다.
 
*여정
영화속 산 장면들을 베이스캠프에서 조난까지 따라가는데 솔직히 그닥 볼거리 많지는 않다.

*아시아크너머
후반 컴퓨터작업에 대한 설명.
빙우를 하면서 많은 노하우가 쌓였다고는 하는데, 그 말은 곧 이 영화가 시행착오라는 말씀...

*빙우이야기
말하자면 메이킹.
예전에도 느꼈던, 영화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 배우들에 아쉬움 많은 감독이 추가되었다.
그녀의 회한의 육성증언^^이랄까.

*삭제장면이어보기
이건 좀 새로웠다. 이 단추를 누르고 들어가서 영화를 보다가 화면 한 구석에 산모양이 뜰 때 엔터를 누르면 삭제장면이 먼저 나오고 영화로 이어진다. 삭제된 장면들은 대부분 볼만했다. 왜 삭제했을까..?
 
*김은숙,이성재,송승헌 코멘터리
내 짐작과는 달리 성실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두 배우의 얘기가 영화와 엮어지면서
감성적이기만 한 감독의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하지만 한국영화 코멘터리의 대부분은 영화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낄낄후일담인데
관건은 어느 정도 분위기를 전달해 주느냐이다.
몇번 엉뚱한 송승헌의 돌발질문이나 이성재의 성실한 말잇기가 인상적이었던.
더불에 세 사람의 분위기가 생각보다 화기애애해서 좋기도 했다.
천천히 다시보는 세 배우의 감정씬 연기도 좋았고.
그때마다 감동과 감탄을 표현하는 감독.
역시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동시에 영화가 망한 이유의 대부분을 설명해준 코멘터리.
현장은 영화보다 훨씬 멋있었는데-라든가,
저기까지 올라가지 않고 찍어도 됐을 것 같아요-라든가,
영화에 추가된 장면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삭제장면들 얘기를 듣다보면
헉...제작자는 정말 죽을 맛이었겠다 싶다.
날씨가 영 안좋았다는 캐나다 촬영-일기예보는 확인하고 간 거겠지?
영화상으로는 다 합성인줄 알았던 클로즈업 등반장면 중 놀랍게도 실제가 있었다는 것과
이성재가 진짜로 매달린 장면도 있었다는데
몸고생 보람도 없이
영화에서는 그저 티많이 나는 합성, 혹은 티 조금 나는 합성으로만 구분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씬에 빠져들고 열광하는 감독을 보며
이 영화가 내게 왜 다시 생각나는 연애영화가 된 건지도 알 수 있었다.
얘기를 들을수록
차라리 산악편 감독과 멜로편 감독이 별도로 찍어서 합치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박한 멜로가 눈물이 날 만큼 짠한 연애물이 됐을지도 모르는데.
다시 봐도 아쉽지만, 언젠가 또 생각이 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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