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The World of Us|2015


처음에는 어쩐지 선이의 마지막이 좀 슬플 것 같아서
애잔한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꽤 화끈한 초반 우정공력이 귀엽기도 하다가
방학이 끝나면서 덮쳐오는 급격한 관계의 변화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같은 분위기도 풍긴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어린이들, 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대충 볼라치면 좀 사는 집은 부모가 문제고
사이 좋은 집은 돈이 문제고
이도 저도 아닌 집은 공부로 애를 잡아 문제구나 싶게 거의 클리쉐에 가까운 설정이지만
선이, 지아, 보라를 그냥 어떤 집 아이-라고 부를 수가 없다.

그렇게 사랑하는 엄마에게도 고백할 수 없는 친구사이란
선이에게 굉장한 사생활인 것이라
아이들의 세계는 어느 정도 독립적이지만
아이들이 왕따를 하거나
왕따를 당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선택은 매우 정치적이기까지 하다.

거기에 이상한 타이밍이 끼어들어 본의 아니게 비밀을 보고, 오해를 사거나 오해를 하고...
그 다음 분노까지는 그리 먼 길이 아니다.
(그 이상한 타이밍에는 어른이 걸음을 못 걸을 정도로 취한 늦은 밤에
초등 4학년이 그 앞을 지나가는 것도 있다^^) 

그럼에도.
뭔가를 배워서 실천하는 열한 살이라니
그렇게 싸우고는 상처가 깊어서 다시는 같이 못놀것 같은데
이 아이들에겐
놀다가 또 생각나는 날이 오면 그때 또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두 어린이 꽁냥꽁냥이 뭐 얼마나 재미있겠나 싶었지만 정말 의외였다.
심지어 개를 훔치는 방법을 보고서
어린이 영화 깔보면 안된다는 걸 깨달은 지 얼마 안되는 나도 이 모냥이니
2만 관객에도 감사영상을 띄우는 마음씨가 고마울 밖에.
극악스럽거나 무식한 어른이 등장하지 않아서 너무 다행스러웠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들 조금쯤은 노력하는 평범하게 착하고 무능한 어른들이어서...

 우정의 한낮
혀도 짧은 처지에 손님대접까지 할 줄 아는 윤이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가 바로 윤이의 것이라는 게 반전.
아직도 귀에 울린다,
'그럼 언제 놀아, 그냥 놀고 싶은데!' 
윤이의 매력의 끝은 어디인가 ㅋㅋㅋ
얼굴에 장난장난이 잔뜩 붙어있는 윤이의 진짜 부모님은 
너무너무 즐겁고
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들것 같다^^

PS1. 우리들 특별버전이라고 20분짜리 부가영상이 있는 것으로 다운받아 보고
윤이 특별영상 때문에 스페셜 버전 널리 퍼트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특별영상은 모두 포탈에 이미 공개된 것-하하하...!

PS2. 영화 관련 동영상 중 10대 20대 30대 세배우의 인터뷰 영상이 재미있었다,
그 중 특히 10대 김수안의 인터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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