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간다 게임|Propaganda Game|2015

 스페인 북한 사람 알레한드로

시작은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북한의 모습이다-사람들이 다니는 거리, 식당.
인라인 스케이트는 타는 청소년들은 처음 봤다.

어떤 전문가는
북한에 대해서는 잘못된 정보가 아니라 정보 부족이 문제라고도 한다.
늘 그렇듯 정해진 것들만, 보여주는 것들만 찍었겠지만
아무튼 이 다큐멘터리 감독은 영화속에서
5일밖에 안됐는데 벌써 세뇌당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고백한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일단 평양의 모습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는 자유로와보여서 혼란을 겪고
만나는 모든 북한 주민들은 행복하다고 말하며
외부의 시선을 알고 있는 북한의 지식인들 조차
북한의 왜곡을 성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지점에서
일찌기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를 찾고 싶어했다는 알레한드로가
북한에 빠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북한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유니콘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성택을 개를 풀어 죽였다,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처형된다,
머리 모양이 18개로 정해져 있다
-는게 북한에서라면 가능하겠다고 생각을 하니까.

이 소식들은 중국블로거의 농담이나 일부 탈북자들의 과장된 진술 같은 것이 확인없이 보도되는 경우인데 
이 말도 안되는-북한 사람들조차 그걸 믿는 게 이해가 안간다고 할 정도의-정보를 믿는다니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 화가 나고 불편한 건 당연하겠지.

알레한드로는 이 모든 것이 정치공세라며
북한의 폐쇄는 미제국주의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이었음을 성토한다.
미제국주의-라.
이제는 골동품느낌까지 나는 말이지만
월가-시위에서 봤듯이
미국 국가라기보다는 미국에서 번성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제국같다는 걸 떠올려보면
그리고 이란, 베네수엘라, 칠레 등 미국이 암살한 정권들을 생각해보면
21세기에 이르러 알레한드로의 설명도 말이 되긴 한다. 

하지만, 외부 세계가 북한이 닫힌 국가라는 이유로
상식적이지 않는 뉴스까지 마구잡이로 보도하고 조롱하는 오류를 저질렀다면
알레한드로 역시 악의적인 정치공세에 분노해 객관적인 사실을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오류를 범한다.
그는 북한에서는 매우 훌륭한 선전도구 일테니
아마도 어려움을 겪는 인민들의 삶을 볼 기회는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다행인 건 이 모든 정보가 
알레한드로의 입장이며, 스스로 제한된 정보를 접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은 감독덕분에
다양한 의견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한반도 전문가들의 한마디들이 이어지는데
남한은 비용 때문에,
미국은 주둔부대를 철수하고 싶지 않아서,
중국은 미국의 근접이 싫어서,
일본은 통일한국의 잠재력이 두려워서
모두가 통일에 반대하고 있으며
그 사이 북한인민들만 희생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와닿던 한마디-통일비용은 당연히 천문학적 규모겠지만 늦어질수록 더 비싸진다.

영화중간에 김일성과 김정일 사망소식에 오열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나온다.
저럴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연기도 아닌 것 같다며 당황한다.
사실 이상한 건 그들의 애도가 아니다.
이승만이 죽건 박정희가 죽건 심지어 권위에 반대하던 노무현 때도
호불호를 떠나 '나랏님이 돌아가셨다'다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이상한 건 어떻게 예외없이 '모두'가 슬퍼할 수 있느냐이다.
그들의 애도가 진짜일수록 더 기괴하게 보이는 건 그래서다.
그러다가 문득
저 애도가 박정희를 향한 것이었다면
박근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커녕
고맙다고 말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라였어야 자괴감이 안들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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