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74 터널 스노클링, 이사벨라 Los Túneles, Isabela

갈라파고스.
외진 곳이라 좀 특별하게 느껴지고
찰스 다윈이라는 이름이 묵직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동물들이 편안하게 돌아다니는 걸 흔히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 속에서 느끼는 건 정말 특별하다.
아무데나 잠깐 들여다보고 있으면 뭔가가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다.
이구아나, 홍게, 이름 모를 생명체들 등등...
구석구석이 생명이 고개를 내미는 곳이랄까. 
보통 부두나 시장처럼 사람들이 많은 곳의 동물들은 경계심이 많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이 편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그래서 한 번은 이구아나를 밟을 뻔도--;;
와보니 일주일은 택도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런 환경이 이렇게 고립되어서만 가능하다는 게 한계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도 가능하다는 건 좀 희망인 것도 같다.



터널 Los Túneles
정말 완벽한 스노클링!
물감칠한 것 같은 하늘색 발을 가진 부비라는 새를 코 앞에서 보고
스노클링 하면서 100살은 넘어보이는 거북이도 쫓아가보고
펭귄이랑 사진도 찍고
빨주노초파남보 색색의 물고기떼도 수없이 봤다.
다른 곳과는 비교도 안되는 풍성함이라니.
산호는 없었지만
그 빈 자리는 물고기들이 다 채워주고 있다.
멋진 바다세계.

피곤해서 한숨자고 
해질무렵 해변산책을 나갔다가 
남편을 찾는 할머니를 만났다.
해변이 기니까 이렇게 엇갈리기도 하는구나 싶으면서도 약간 걱정스럽기도 했던.
안전한 곳이라니 별 일은 없을 거에요.
진짜 큰 깃털같은 예쁜 구름 사진을 찍다가 들어왔다.

PS. 제법 능숙해 보이던 배 선장이 가이드도 하면서 고프로로 사진을 찍어줬다.
펭귄 바로 옆에서도 찍고 
거북이랑 수영할때도 따라와서 찍어주고.
이런 사진 생각만 해도 기대만발.
USB에 담아줄 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메모리를 가져오라고 해서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카메라 메모리를 빼서 사진을 옮겨받았다.
컴퓨터에 꽂아 확인할 수가 없어서 
결국 나중에 확인했는데...
헉...여행 초반에 토레스 델 파이네 사진이 다 지워졌다.
복원프로그램으로 돌려봤지만 복원된 사진들은 다 내가 지웠던 사진들 뿐.
대체 뭔 짓을 하신 걸까.
이짓 저짓 다해보고 
그래, 사라진 것에 미련을 두지 말자,
그래도 내겐 갈라파고스 거북이와 펭귄이 있다-위로하며
갈라파고스 폴더를 열-
..었는데..!

내가 기대했던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어
몹시도 흔들린 남들 사진이 가득.
아.주.잠.시.
기억도 안나는 여행사 컴퓨터 청년에게
살.의.를 느꼈다.
앞으론 절대 여분의 USB와 메모리를 가지고 다니리라...
내 카메라 메모리를 남의 손에 건네는 짓 따윈 하지 않으리라....

....그래, 경험이 중요하지 사진이 뭐가 중요해.
라고 세뇌작업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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