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67 산티아고 걷기

전에 시간이 모자라서 못 간 인권박물관 3층을 마저 보러 갔는데 문 닫았다.
그럼 유명하다는 야채과일 시장이나 가보자고, 시간도 많으니 걸어가기로 했다.

산 파블로 거리 San Pablo


지도를 대충 보고 그냥 큰 길이겠다 싶어 죽 따라가는데 
초반엔 낮부터 코끝이 빨간 주민들이 심심찮게 지나간다. 인사하면 되게 좋아한다. 
그러는 사이 가방을 감싸안고 지나가는 주민들도 꽤 있다.
아항...뒷동네구나...어쩐지 완전 싸고 맛있어 보이는 식당들이 막 나타나더라.
하지만 난 이미 퀸타 Quinta 공원에서 

곱창 샌드위치를 먹어버린 다음.

실하게 맛있었다!
생각해보니 난 새로운 음식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어딜가든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먹고 있을 뿐이었다. 
터키의 코코레치, 케냐의 간샌드위치, 우루과이와 페루의 콩팥구이, 볼리비아의 곱창국수, 칠레의 곱창버거...
기타 부위는 안 먹어본 사람들에겐 혐오식품이지만 나에겐 별식^^
 
어쩐지 이 동네는 물가가 좀 쌀 것 같아서 사려고 적어둔 목록을 여기서 해결했다.

도착해보니 야채과일시장도 문닫은 집이 더 많은 상황.
그렇다면 그렇게나 예쁘다는 벨라비스타를 가보자.
파티오 벨라비스타가 가게 이름인 줄 알았더니 다양한 식당들이 모여있는 식당가였다.
이런 푸드코트는 실패도 없지만 성공도 없기 마련이라 
한 블럭 위의 다른 식당을 찾아갔다.
맛있는 맥주와 맛있는 생선으로 칠레의 마지막 끼니를 만족스럽게 장식한다.
밀맥주는 별로였는데 진하니 오히려 낫군, 
빵이 더 따뜻하면 좋았을 걸, 
구운 감자 껍질이 바삭해서 식감이 좋군, 
다른 데와 달리 칼질을 해도 멜루자가 무너지지 않아-등등
미식가 놀이도 했다 ㅋㅋ
추천해 준 주방장이 어떤지 물어보러 왔다가 헤벌래한 나를 보고는 
자기도 얼굴이 화사해 져서 갔다.
이런 화사함은 자부심이다.
그래서 작지만 이런 식당이 더 좋다. 
 
오늘의 할 일을 적어놨었는데 이제 한 개 남았다-10시 30분 전까지 공항버스 타기.
오늘 칠레를 떠난다. 
나의 남미여행 처음을 낯설지 않게 만들어줘서 
내겐 남미에 있는 고향 같은 그 파타고니아의 칠레다.
아쉬움인지, 서운함인지 몰라도 
아무튼 큰 작별.
다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이제 공항에서 새벽 4시 반까지 기다릴 일만 남았다--;;
..그리고 한 시간. 
택시 싫다싫다 하니까 탈일이 또 생겼지만 지나가서 다행이다....
뭘 자꾸 싫다고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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