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58 이스터 섬 Easter Island

두번째 공항 출근. 
떠나고 싶다.....
8시 10분까지 와서 대기하라고 했는데 오라던 37번 창구에는 아무도 없다. 
시킨대로만 하기에는 불안해서 안내카운터와 이스터행 보딩카운터를 계속 어정거리며 대기 중임을 알려 놓고 기다렸다. 
하필 오늘 비행기는 만원이랬는데 안내판을 보니 미국, 스페인 비행기와 연결편이다. 
안되면 내일 다시 와야지 싶어 운이 안 따라줄 경우의 오늘의 일정도 어차피 짜놨다. 
그랬는데...! 
자리가 났다, 꺄~~~~ㄱ!
비행기 놓친 사고 중 최악이었지만 가장 저렴하게 해결.
타고 보니 심지어 빈 자리도 있었다-그러니까 역시 닥쳐봐야 아는 것.
사실 오늘은 드디어 이스터-라는 설레임이 더 큰 날이었는데
사연^^있는 탑승자인 관계로 무사히 비행기를 탄 게 더 큰 일. 

하지만!
이스터섬은 도착 순간 부터 묘한 설렘을 주기 시작했다. 
그래, 여기가 거기야, 언젠가는 가봐야지 라고 오랫동안 생각만 했던 곳.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일 년 내내 이 섬에서는 흔하게 불어댄다는 바람 만으로도 특별한 기분이 들 것 같다. 

***같은 숙소의 영국 청년은 별 계획없다가 이틀 전에 250파운드에 비행기표를 샀다고. 
사기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샀는데 별 일 없이 왔다고 완전 기뻐한다.
혹시 그래서 매진이었던 거...?


맘 먹으면 하루에 다 볼 수 있다는 이 섬.
비행기 값이 아깝다는 생각에 여유있게 있으려고 8일을 잡았다가 하루 빠진 일주일의 일정인데
일주일 있을 거라고 하니 다들 그렇게나-?하는 표정이다. 
그럼 또 대기해서 좀 일찍 돌아가볼까 생각했는데 
같은 숙소 홍콩 청년이 3일째 매일 체크아웃 했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얘기를 들어서 
일정 바꾸는 건 정 심심할 때  한 번 해보기로^^

3시 넘어서 느릿느릿 돌아다녔는데도 모아이 유적지의 1/4은 다 본 것 같다. 
오늘의 방문지.

Tahat Archeological Complex
아후 바이 우리 Ahu Vai Uri
아후 코 테 리쿠 Ahu Ko Te Riku
아후 타하이 Ahu Tahai

코스타리카에서 태어났다는 덴마크 처자와 얘기하기 좋아하는 칠레에서 파견나온 교감 선생님 덕에 
-아마도 많이 희화됐겠지만-섬과 라파 누이 주민들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얻어들었다.
라파 누이 말에는 sorry가 아예 없고 굉장히 직설적인 언어라 구애를 할 때도 대놓고 말해버리는데
대신 욕도 없어서 심한 말이 '돼지'정도 라고 한다.
만날 때, 헤어질 때, 아침점심저녁 인삿말이 같은 건 우리나라랑 비슷하다.
요라나~
칠레에 속해있지만 꽤 독립적이어서 외지인은 여기서 땅을 살 수 없고,  
가정폭력이 흔한 편이라 라파 누이 처자들은 외지인을 좋아한다고 한다. 
가끔 현지인들이 섬 구경을 시켜준다고 여행객을 초대할 때가 있는데 
마지막에 집에 초대를 받게 될 거고 
그러고 나면 결혼으로 끝나서 니들은 이제 집엔 다 갔다는 농담에 다들 빵 터졌다.
물가가 비싼 섬이라 여기서 몇 년 일하면 육지에 집을 산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뒤이어 칠레에서 몇 년 째 사는 칠레의 경제와 정치에 빠삭한 스위스 아저씨 등장.
이스터 섬 공항에 들어서면 국립공원 입장권을 3만 페소 주고 사야하는데
아저씨 말이 자기가 관여하고 있는 음악학교 자원봉사자라고 하면 안 사도 된다고 한다. 
어쩐지 안 사고 그냥 나오고 싶더라...
사실 난 안 사도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어 그냥 나왔었는데 
공항마중을 나온 숙소주인이 여기서 사야된다고 해서 다시 들어가 샀었다.
속은 좀 쓰리지만 아무튼 첫 날부터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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