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63 항가 테, 라노 라라쿠 Hnaga Te'e, Rano Raraku

어제 승마 처자들과의 약속장소에 나가 전기자전거로 일정을 바꾼 걸 얘기하려고 
새벽 6시에 일어났다--;; 
무려 통가리키에서 일출을 보자는 멋진 제안이었지만
죽도록 힘들었던 기억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로 달리던 해변도로는 한 번 더 가보지 않으면 계속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미안함을 무릅썼다. 

차로 다니는 건 꽤 편하고 긴 거리는 어쩔 수 없는데
자전거나 두 발로 돌아다니고 나면
다녔던 모든 곳을 온전히 즐긴 기분이 든다. 
특히나 이스터 섬 처럼 걷기나 자전거 천국에서라면 더더욱.
그래서 전기자전거 도전했다.
다들 편하다고 하지만 나는 어쩐지 조작을 해야하는 기계라는 것에 좀 두려움이 있었는데
걱정했던 조작보다 나의 숏다리가 더 큰 장애--;;
처음 시운전(^^)할 때 이미 한 번 넘어져서 
내가 빌리겠다고 하니 오히려 자전거 가게 언니의 얼굴이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ㅋㅋ
발이 안 닿는 곳에서 수영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좀 무서운 마음으로 일단 도전.
항가 테 돌길에서 체인이 빠져서 난생처음 얼결에 자가수리까지 해봤다. 
이럴 때 보면 주인이 어설픈 걸 자전거까지 알아보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오르막길을 평지처럼 쌩 달리는 기분.
그냥 자전거 만큼 재미있지는 않지만 
네 시간을 기어갔던 곳을 별 무리 없이 한시간 반만에 도착해 시간 걱정없이 다니는 여유를 생각하면  
불평할 수 없다^^

항가 테 Hanga Te'e
모아이보다는 파도가 더 멋지던.


라노 라라쿠 Rano Raraku
내 머릿속 모아이들.

오는 길에 파도가 멋진 곳마다 멈춰서 동영상을 찍었다. 
이스터 섬의 파도는 덩치가 커서 작은 폭포처럼 보일 때도 있다.
좀 낮은 곳에서 보고 있으면 진짜 나를 덮쳐올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험한 파도를 뚫고 이 섬에 도착한 라파 누이들의 강인함이 상상이 된다. 


이스터 행 티켓을 직전에 엄청 싸게(근데 이건 달러로 계산해보니 나와 같은 가격^^) 구입한 영국 청년이 
오늘 아침 8시 20분 부터 항공사 앞에 줄을 섰다가-알고 보니 엄청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고-
타히티행 티켓을 반값에 샀다고 엄청 신나한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비행기라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하고, 
그래도 1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지만 
반 값 이라니, 좋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