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57 산티아고 공항, 인권박물관 Museo de Memoria y los DerechosHumanos

여행한 지 5개월. 
대도시 출퇴근 시간의 교통 사정 같은 건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줄을 선다든지 지하철의 엄청난 인구밀도 같은 것도. 
구글지도에서 15분 거리 라는 14 km 떨어진 산티아고 공항은 
아침 출퇴근 시간엔 한 시간이 족히 걸리며 
공항버스는 공항 근처나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게다가 LAN은 한 시간 전에 짤없이 카운터 마감. 
그래서.

비행기를 놓쳤다...
그래 뭐 처음도 아니고 전적으로 늦은 내 책임이라 쿨하게 인정했다, 이제 뭘 어떻게 하면 될까요.
모든 항공사 직원들의 반응은 비행기를 놓쳤다는 말에는 대수롭지 않게 그래? 인데 
놓친 비행기가 이스터행이라는 대답을 듣는 순간 헐-로 바뀐다. 
그래 이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대형사고다. 
왜냐면 대체할 비행편이 없고 결정적으로 비싼 비행기니까 ㅠㅠ 
처음엔 비행기표를 다시 사라고 했다-내 티켓은 아무 보장이 안되는 저렴한 티켓 ㅠㅠ
그러다가 알려준 새로운 방법은 대기표를 줄테니 내일 아침 일찍 다시 공항으로 나와보라는 것이었다.
좋은 점은 돈이 안든다는 것-공항버스 값은 들지만-, 
나쁜 점은 하필 내일 비행기가 만석이라는 것--;;
그럼에도 승무원 말로는 50%의 확률이라고 한다. 
이스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쓰려던 왕복 공항버스티켓으로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오면서
사고처리를 했다.
예약한 숙소에 보낼 메일을 쓰고, 바로 할 일을 적어봤다. 
오늘 하루 묵을 숙소 찾기, 혹시 모르니 이스터행 편도 비행편 알아보기 ㅠㅠ
내일은 더 일찍인 8시 10분까지 오라고 해서 
숙소는 무조건 공항버스 출발지인 로스 에호에스 역에 구하려고 내렸는데 
이 동네는 대학가 임에도 흔한 인터넷 카페 하나 없어서 15킬로 짜리 배낭을 메고 황망해 하던 중
내가 길을 물었던 학생의 남자친구가 선뜻 자기 아이디로 학교 와이파이를 연결시켜줬다.
그럼 그렇지, 친절한 산티아고 젊은이들이 나를 팽개칠 리가 없지!
가까운 곳에 숙소를 구하고, 못해서 찜찜 했던 빨래를 하고 난 시간이 네시.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아까 길을 헤매다 발견했던 산티아고 대학가의 싸고 맛있는 식당에서 점심도 먹었다. 
아침엔 나 하나만을 반겨주던 식당인데 점심 땐 줄이 장난 아니다. 
생선튀김과 밥, 샐러드와 커피까지 다 해서 2950페소.
맛도 있었지만 
다시금 초반 파타고니아에서의 무지와 무계획에 대한 깊은 반성을 끌어올려주는 가격이다--;;
밥 먹고 빨래 정리하고 반나절 산티아고 관광 시작.



Museo de Memoria y los Derechos Humanos
칠레의 암흑기 하면 제일 자주 나오는 이름 둘, 아옌데와 피노체트.
1973년 피노체트의 군대는 발파라이소를 시작으로 산티아고를 차례로 점령했다고 한다. 
당시 대통령인 아옌데의 대통령 다운 결정이 아마도 지금까지 칠레에 그 이름을 깊이 남긴 이유겠다 싶었다. 지금 대통령은 당시 아옌데와 함께 했던 장군의 딸이라고 한다.   
피노체트의 쿠데타와 군사독재 시절의 인권유린의 현장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
전두환이 피노체트에게 영감을 받은 게 틀림없다 싶게
산티아고 점령 당시의 사진은 광주와 너무 닮았다.
전 세계 인권유린의 현장 사진에는 '남한'자료도 부끄럽게 전시되어 있다.
자료의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꼼꼼하게 잘 기획된 박물관의 짜임새도 인상깊다.
Teatro Municipal
코르도바의 실패를 거울 삼아 미리 예매란 걸 했다.
가는 곳 마다 제일 보고 싶은 공연은 내가 가기 전, 혹은 내가 떠난 다음이지만  
다행이 코르도바에는 그래도 보고 싶은 공연 하나가 날짜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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