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65 라 세레나 La Serena

떠올려 보면 
우유니를 보러왔다가 2박 3일 고산병으로 고생만 하다간 중국 커플이 있었고
그저께 이스터행 비행기가 취소된 것도 봤고
오늘은 
일년에 하루 관측하러 왔다가 예정에 없이 구름이 끼는 바람에 7천불을 날리고 울며 돌아갔다는 
어느 노천문학자의 얘기도 들었다. 
왜 이런 얘기들만 주루룩 엮이냐 하면.
딱 하루 천문대에 가려고 왕복 12시간을 질렀는데
하필 오늘 오후에 갑자기 일기예보에서
오늘밤부터 구름에 비까지 올 예정이라는 정보를 제공했고
따라서 오늘부터 다음주 내내 천문대 투어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얘기는 숙소 아저씨의 목격담인데
별로 위로는 안되지만 그 따뜻한^^ 마음은 잘 받았다. 
헐. 그러고보니 새삼 날씨의 힘이 느껴진다.
참 운이 좋았던 걸 자주 잊지.

밥 먹으러 동네 맛집에 갔다가  
오늘 새벽 내가 탔던 택시 아저씨를 만났다.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가 칠레 사람이란 걸 갈쳐주고 
내가 들어본 적 있다니까 굉장히 기뻐하면서도 택시비는 안 깎아줬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난 김에 바닷가랑 옆마을을 공짜로 구경시켜주신다고 한다.
원래 아침에 얘기하려고 했는데 내가 금방 인사하고 숙소로 쑥 들어가 버려서 말을 못했다며. 
헐...칠레에선 이런 바가지는 한 번도 없었으니 그럴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진심이어도 너무 고맙지만 부담스러워서 사양할 수 밖에...

밥 먹고 바닷가에서 노을이나 보려다 
언덕위에 엄청 큰 십자가가 있는 옆동네 행 버스가 지나가길래 그냥 탔다.
하지만 도착한 시간은 이미 입장시간이 끝난 후.
5시 라니 뭘 이리 일찍 닫아... 
잠을 한숨도 못자서 약간 멍한 상태로 있다가 사진이라도 한장 찍자고 카메라를 꺼낼라는데
길을 가르쳐준 아저씨가 라 세레나로 돌아오는 버스를 애써 잡아세우는 바람에 그냥 버스를 탔다.
오늘은 다 공치는 날.
어제부터 생각하면 나는 2박 3일 버스타고 삽질.


헤매다가 돌아오는 길에 본 노을.
라세레나에서는 적도의 달처럼 다른 데보다 엄청 커보이는 둥근 해가 진다.
이것도 사진찍으러 가까이 가기 전 꼴딱 넘어가 버려서 해는 못 찍음.


숙소에 털레털레 돌아오니 
주인아저씨가 이곳이 칠레 피스코의 고장이라며 망고맛, 루쿠마맛 피스코를 한 잔씩 먹여주신다.
페루가 원조라는데 오늘의 맛보기들, 여태 사먹었던 것 보다 더 맛있었다.
피스코도 가정식이 최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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