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Pentaport Rock Festival

국카스텐
느즈막히 도착해서 텐트와 씨름하다 결국 지각할까봐 달려서야 도착한 국카스텐의 무대.
(근데 나만 달린 건 아니었다 ㅎㅎ)
음반이나 TV나 무대나 강렬한 사운드의 매력은 여전했다.
그런 선동적인 멜로디와 함축적인 노랫말이 어우러진 독특함. 근데 왜 새음반은 아직...?

코리아넘버원
장수만세에 출연해도 관광버스댄스의 폭풍을 이끌어낼 고적대밴드.
그러고보니 이번 공연에 관악기들이 꽤 등장했다. 쿵짝쿵짝의 재유행?

Kishidan
어쩜 그렇게 웃긴 복장으로 신나게 놀다 갔는 지. 소방차의 어젯밤이야기를 한글가사로 부르는 데선 그 정성에 탄복했다. 이렇게 성실할 수가. 떼로 나온 촌스런 보라돌이 기사들. 귀엽고 즐거웠어요~

YB
그러고보니 노조발대식과 헬로루키, 혹은 걸그룹과의 듀엣콘서트도 가능할 다양한 레파토리의 밴드.
그저 관록이라보기엔 좀 특이하다. 한때 말랑하게 돌아서던 달콤한 시절이 끝나고 새로 돌아온 깃발부터 다시 마음이 가는 바, 한국락다시부르기에서 내가 좋아했던 혈액형을 이번 프로젝트음반에선 러시아어로 불렀단다, 긴 인트로에 힘입어 장장 8분여의 곡으로. 모르는 노래들이 많긴 했지만, 즐길만 했던.
이상하게 매번 윤도현의 머리모양이 탐난다. 어디서 저렇게 예쁘게 머리를 하고 오는지...그 예쁜 머리에 오늘은 채 다 못마신 양주를 부었다. 양주 한병이면 취하기도 했을듯.

LCD Sound System
귀여운 테크노라고나 할까. 도서관 갈 옷차림으로 무대에서 성실하게 노래하던 밴드였다.
그닥 열광하는 음악은 아닌데 이상하게 그 이후로 몇 소절이 귓가를 맴돈다.
주술적인 테크노의 마력...? 물 좋은 바다건너 오빠들이 열광하더라.

아스트로보이즈
신나보였던 기억은 난다, 나 빼고.

Hootastank
노래 한 곡 아는 게 없이 펜타홈에서 듣고 찍어뒀던 밴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로 몸을 움직이는 몇 곡이 있었던 만족스런 헤드라이너.
무리해서 앞자리를 지킨 보람 있나 싶었지만,
한증막을 방불케하는 온도와
고양이오줌에서 개오줌으로 진화하던 강렬한 체취에 굴복,
뼈 하나 부러지기 직전에 탈출했다.
고양이에서 개 한마리로 퇴장^^
(그런데 그 이후로도 펜타스테이지 앞쪽에선 언제나 같은 냄새가 났다 ㅎㅎ)

오르겔탄츠
내가 사기로 찜한 것과 비슷한 모양의 잠베에 끌려 봤다가, 보컬의 신묘한 컬러에 빠졌다.
단순히 옥타브로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한 가창력의 소유자.
다만 세계음악이라 가사가 국경을 넘나들다보니 한글 가사도 내용파악이 어렵다는.
맘에 드는 두 처자와 바이올린, 젬베의 구성에 애쉬라는 무희가 등장했다.
밸리댄스복장에 춤은 러시아 분위기와 남미의 짬뽕이었는데
춤보다, 밸리복장보다 춤과 공연을 즐기는 그녀의 풍부한 표정이 매력적이었다.

슈퍼키드
윤도현이 노라조 노래를 부르는 듯한 청순발랄 인사까지 깍듯하게 하고 간 예의바른 밴드.
그러나 오르겔탄츠의 관객을 반토막 낸 관객도둑^^

허클베리핀
멤버도 는 것 같고 어딘가 섹시해진 분위기. 무엇보다 커플재킷입은 두 사람, 혹시?
그렇다면 꽤 잘어울려요!
그래도 역시 허클베리핀의 매력은 강한 보컬. 신곡도 좋았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리허설도 하더니, 참 변함없는 성실한 밴드야.

세렝게티
노골적으로 박카스를 표방하는 손발오글거리게 하는 가사만 아니라면 더 자주 들을

I&I장단
좀 달려보았으나 목에는 이상이 생긴 것이 확실.

킹스턴 루디스카
쿵짝음악의 흥이 내 기운빠진 팔다리를 움직이게는 못하였으나,
처음으로 끼고 싶은 생각 전혀 없이 남의 흥을 구경하는 것만도 흥겹다는 것을 느꼈다
슬램깃발이 꽂히면 홍해갈라지듯이 인파가 갈라지면서 몸을 던질 사람들이 모여든다.

김창완밴드
모자와 스파게티를 들으며 처음 울었다. 슬프기도 했을텐데 환호가 반갑기도 한듯 김창완의 얼굴은 자주 바뀌었다. 예상외로 폭발적인 반응과 더불어 홍해의 기적(^^)이 일어나면서 바로 옆에서 슬램을 목격했다.
이틀간 가장 뜨거운 분위기의 공연-이 광란의 관객들에게 김창완은 젠틀하게 칭찬 한 마디를 남겼다.
여러분 멋쟁이.

Dir En Grey
파워보컬의 폭발력. 그러나 워낙 화려한 무대 때문인지 쇼가 음악을 압도하는 느낌이다.
노래 끝날때마다 누가 부부젤라를 불었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열심히 노래하는 음치의 응원같은 느낌^^
하지만 펜타 최초의 지각밴드로서,
늦으면 왜 늦는다, 늦었으면 죄송하다 말이 있어야지 시치미 뚝 따고 노래하다 들어간 점은 맘에 안든다.

뜨거운 감자
듣기에 좋은 곡은 많지만 그다지 열광은...이라고 생각했는데 늦은 시간에 적당히 놀기 좋았다.
내 보기엔 드림스테이지최고의 관객동원-끝무렵에 이안 브라운 보러 사람들이 좀 빠지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즐겁게 마무리 됐다.
내년엔 좀 큰 데로 진출하시겠어요~

이안브라운
이름은 어쩐지 맘에 들었는데....죄송하지만, 혹시 음치신가요....?
춤 바람 잡더니 헉.... 무슨 춤을 추라는 말씀이신지...혹시, 얼쑤?
내 예감대로(음치인 건 빼고) 뜨거운 감자 끝까지 본 것과 자리펴고 누워서 버스시간까지 버티기로 한 건
너무 잘한 일이었다. 몇 번 어이 없는 폭소가 튀어나온 것도 예상외의 일이긴 했지--;;
이안 아저씨, 헤드라이너 뿐 아니라 펜타 이틀 중 최악입니다.
사람들 정말 착하다...그나마 춤은 깜찍하게 추셨쎄여...  

작년에 Weezer가 온 지산을 망설이다 못간 것이 내내 후회되서 올해는 그냥 갔다.
올해도 역시 지산과 펜타를 저울질하다가
신선한 국내밴드를 기대하며 펜타를 선택했는데 처음 들어보는 밴드치고 나빴던 밴드가 없다.
역시 다양한 음악을 들어볼 좋은 기회였다.
지산의 화려한 라인업에 끌리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아주 좋아하는 밴드라면 단독공연이 낫고,
한두곡 맘에 드는 밴드일 뿐인데 내가 분위기에 쓸려 좀 오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아쉬워했던 위저도 음반은 달랑 한장, 올해 보려고 했던 펫샵보이즈도 음반 달랑 두장^^)
가는 길에 신발끈이 끊어지는 불길한 징조가 있었지만
다행이 이틀간은 흥겨웠다, 이 이상 무슨 말을 하리.
하지만 예전 쌈싸페 기억으로 덤비기엔 역시 내 연식의 무게가 녹록치 않았다--;;

테크노에는 몸까지 끌리지 않는 취향이라 새벽의 클럽은 내 동네는 아닌데,
테크노 팬이라면 새벽 4시까지 펜타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터.
(토요일밤-일요일새벽 DJ팬들럼은 내 취향이었다)  
반드시 지참할 물건-올해 정도면 장화는 필요 없지만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모기쫓는 약 혹은 모기향.
이 동네 모기들은 바지 위에 앉아 당당히 침을 꽂는 호기있는 녀석들이다.
약 묻은 손으로 담배 피우다가 첫 날 두통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리고 사실 펜타의 보안에 감동하긴 했는데
마음속 궁극의 안정을 원한다면 텐트입구에 채울 자물쇠도 하나 가져가면 좋을 듯.

담배 피우는 사람이 경유차 모는 사람보다 더 욕을 먹는 이 시절에,
이런 대단위 흡연자유구역은 그 사실만으로도 고마웠다. 지붕이 있든 없든 신경 안써도 되고 말이지.
다만 생수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카스는 거품나는 물의 역할을 충분히 했지. 엉, 맹맛.

일요일 아침에 열시부터 리허설을 시작한 부지런한 허클베리핀을 가까이서 보러갔더니,
펜타스테이지 앞 특별구역에 텐트를 친 하나은행고객들만 들어갈 수 있었다.
제값 다주고 공연만을 보려던 관객으로서 유유히 들어가는 하나카드고객을
목장테두리 밖에서 지켜보자니
할인카드발급받은 고객행사에 펜타포트가 들러리 서주는 느낌.
누가 뭐라 했는지 나중엔 아예 리허설 사정거리 제한을 했지만
협찬 좀 당당하게 받지?
아무리 돈으로 들이대더라도 행사에 누가 되는 짓거리는 좀 삼가는 게 품위있어 보이는 거 아닌가.
오늘 이후로 하나은행 에스케이 참 모지라 보일 것 같다.

또 하나의 불만은 수면반친화적인 캠핑장이다. 한 잠도 못잤다......
일단 캠핑장이 4시까지 야간클럽이 운영되는 드림스테이지 앞이다.
11시에 공연이 끝나는 펜타스테이지 앞은 아마 괜찮았을 텐데
거긴 불평했다시피 하나은행 고객 전용이다.
그러고보니 이것도 협찬 때문이네?
차라리 이 기간 수면은 절대 불가능하다 하고 모기장 휴게실을 분양하시지?
공연도 즐거웠지만 마지막날 밤엔 집에 가서 잘 일이 더 기대만발이었다~
새벽의 클럽을 포기한다면 굳이 캠핑을 할 필요는 없을 듯.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텐트치는데 성공은 했지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