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UP|2009



실은 알록달록한 사랑이야기인 이 집-알고보면 낭만 할아버지 칼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보게 된 업.
칼과 앨리의 수십년 된 단란한 가정생활이 대사 한줄 없이 이어지던 깔끔한 시작(특히 넥타이 장면!)에 감탄.
하지만 정작 나를 흥분시킨 건 영화보다도 부가영상 'adventure is out there'에 들어있던 테푸이라는 곳이었다. 제작진들은 영화준비중에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테푸이를 알게 되어서 베네주엘라로 찾아갔다.
20분 남짓의 영상이었지만 테푸이의 경관은 놀라왔다. 나중(^^)에 가야지~


구름과 황새가 한 조가 되어 피조물을 만들고 그걸 지상으로 나르는 세상.
어느 모자란 구름과 착한 황새의 우정이야기.
지루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았다.

Exclusive Animated short film:  “Dug’s Special Mission”
– All new short follows The Misadventures of Dug
보다가 많이 웃었는데 어이없는 더그의 행운 때문에.
더그 버전 맹구시리즈 같았다^^

Adventure Is Out There” – Travel to the real Paradise Falls!
실지로 가보지 않으면 스케일은 알 수 없다-는 말. 진짜 그렇다. 
나머지는 사진이나 그림이 더 잘 전해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테푸이를 알게 해 준 놀라운 부가영상. 
게다가 파라다이스 폭포의 모델이 된 엔젤폭포도 등장한다. 한 편의 '잃어버린 세계'를 보는 듯한 기분이...
직접 오르고 취재하고 고생한 제작진들의 근성도 박수.

The Many Endings of Muntz—Alternate Scenes
찰스먼츠의 최후를 여러가지로 고민했다고 한다. 
나는 먼츠가 욕심때문에 케빈을 쫓다가 미로에 갖혀버린다는 결말이 제일 좋았는데, 
칼과의 연결고리 없이 먼츠에 집중되기 때문에 포기했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헐리웃 시나리오의 강점은 편집이구나 싶다. 
내용 자체 보다는 구성을 먼저 생각하는 시야. 
하지만 세상에 좋기만 한 건 없어서 
그게 영화의 집중도를 높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주인공중심주의로 인해 단순해지고 은밀한 재미가 떨어진달까.  
그 밖에도 원래는 먼츠가 칼과 함께 돌아오는 결말도 있었는데 
그건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이야기가 이상하더란다. 
또 먼츠를 칼의 집에 가둬 죽이려 했는데 
칼의 집은 엘리를 상징하기에 그럴 수가 없어서 
죽기 직전에 풍선 몇 개 달아 밖으로 내쫓았다고... 

양손으로 쭉 잡아당겨보고 싶은 탐스런 러셀의 볼
노인의 길을 고민하게 만드는 찰스 먼츠


아이와 노인들.

현실적으로는 보호의 대상인 사람들의 모험담이 볼만은 했지만(여러 번 쉬엄쉬엄--;;),
뭔가가 산뜻하지 않았다.

우리는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
어질어야 하고 너그러워야 하고 특히 욕망이 없어야 한다.
아이의 욕망은 근성이 될 수도 있지만 노인의 욕망은 그저 추하기만 하다.
아이의 욕망은 미래에 수정될 가능성이 있기도 하며 또 잠재력이 될 수도 있는 반면
노인의 욕망은 완제품이자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고정 관념때문에 뭔가를 원하는 것,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항상 잘못된 인생, 누군가를 통해 수정받아야될 불량사양으로 찍혀있다.

하지만 칼을 보자.
얼마 남지 않은 삶을 평생 사랑하는 아내와 가꾼 집에서 마저 살겠다는 욕망이 추한 탐욕일까?
그 다음은 먼츠.
모험정신으로 씩씩하게 살아왔지만 '증거'가 없어 사기꾼이 되어버린 불운의 탐험가다.
먼츠에게 케빈은 사리사욕을 채우기위한 증거라기 보다는 자신의 누명을 벗길, 
그래서 지난 인생의 억울함을 풀어줄 증거이기도 하다. 
애초 남들이 뭐라건 그냥 파라다이스폭포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리고 그 후에 원래의 뿌리에서 멀어져 새한마리에 목숨걸게 된 상황은 괴물 같은 욕망이 되고 말았지만, 
기구한 사연까지 싸잡아서 '탐욕스런 인간'이라고 낙인 찍어버리기엔 
진짜 '탐욕스런 인간'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러셀이 아니었다면 칼이 먼츠같은 사람이 되었을 거라고 얘기하는 건
무해한 오타쿠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무례한 발언이다.
또 모험 덕에 단단해지긴 했지만 
러셀의 불굴의 정신과 타고난 번죽은 분명 언젠가는 칼과 친구가 되었을 거라 확신한다.

탐욕은 늙거나 젊거나 추한 것이지만
욕망은 살아갈 힘을 내는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욕망때문에 탐욕이 생겼다 해도
탐욕을 다스릴 일이지
욕망을 죽일 일은 아니다.
그런 '싸잡음'이야 말로 본질을 흐리기도 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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