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맞았던 다양한 전통춤의 향연.
12가지 다양한 춤이 계절을 테마로 이어졌다.
1막 봄 제의 진연 무의
향연의 봄은
모든 것이 깨어나고 피어나는 화사함이나 화려함이 아니라
조용한 기지개 같은 움직임의 시작이었다.
진연에서 한삼이 꽃처럼 접히는 게 특이했는데
전체적으로는 새해 업무를 시작하듯이
다양한 직종의 공무원들이(^^) 몸풀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
2막 여름 바라춤 승무 살풀이춤 진쇠춤
바라춤에서 너무나도 눈부신 은색 바라가 튄다 싶었지만
일사분란하기도 했다가 자유롭게 움직이기도 하는 무용수들 멋있었다.
승무는 상징같은 고깔을 쓰지 않아서 제목을 봤는데도
나중에 승무를 봤는지도 기억이 안났던--;;
살풀이춤도 획기적으로 보라색 치마를 썼다.
항상 슬프고 한스러운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화사한 표정의 무용수들과 어딘가 힘이 느껴지기도 하는
완전 다른 느낌.
3막 가을 선비춤 장구춤 소고춤 오고무
파란색과 흰색의 도포자락을 휘날리는 모습이 학같기도 했는데
한껏 고조된 부분에서는 선비춤을 추는 무용수들이 아니라
좀 놀아본(^^) 선비들의 연회를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향연의 신바람을 담당한 장구춤과 소고춤.
무거운 장구는 처자들이 메고 돌리고 날리며 엄청난 에너지를 뿜었고
가벼운 소고는 광대들이 치며 차례차례 공중제비같은 고난도 묘기를 선보였다.
빨라지는 리듬과 사물놀이가 어우려져서
객석도 한껏 흥이 났던 무대.
박수가 절로 나오는 무대였는데
특히 소고춤에서 여기가 절정인가 싶어 박수치고 마무리인가 싶으면
다음 광대가 춤판을 벌이여 이어져서
박수관객들에게 애로사항이었다는^^
오고무는 국악한마당 같은 프로그램의 단골무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선명하던 태극문양이 사라지고
사방으로 무용수들을 볼수 있는 회전무대가 멋있었다.
향연의 오고무는 무려 24명의 무용수가 규모로 압도하는데
점점 빨라지며 몸을 뒤로 꺾어 뒤에 있는 북을 치는 것 같은 절정까지는 가지 않았다.
4막 겨울 신태평무
차분한 마무리.
활력의 계절 여름보다 가을의 춤들이 역동적이었던 건
여름은 제의, 가을이 무르익은 축제의 계절이라는 주제여서 라고 한다.
거의 모든 춤에서 빠지지 않았던
한쪽 다리를 천천히 차례로 들어 움직이는 동작을 보면
전통춤은 보기와는 달리
흔들려서도 흐트러져서도 안되는 많은 수련이 필요한 춤인데
내공으로 기운을 뿜어내는 것 같은 고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악기를 들고 추는 춤들이 많은 걸 봐도
누구나 흥겨워 출 수 있는 춤보다는
무대를 감당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춤이었던 것 같다.
보통 다른 나라의 유명한 춤들은 형식미를 갖췄다해도 즐기는 사람들의 춤이 많은데
우리 나라에는 그런 춤이 남아있지 않은 걸까?
선비도 춤을 췄다면서 말이야~
중간에 엄청 큰 북을 치는 연주자의 독무대가 있었는데
신나고 멋있었다.
다음공연은 음악까지 실연이었으면 좋겠다!
여러가지 춤을 한꺼번에 보고나니
묵향에서 느꼈던 갈증은 조금 풀렸지만
향연에서는 변형된 춤들이 꽤 있어서
이 춤들의 원형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신나고 멋진 무대로 더 관심이 생긴 사람들을 위해서
춤을 원형 그대로 하나씩 작은 무대에 올려주면 좋겠다.
커튼콜할때 어딘가 움직임이 나부끼던 할아버지가 인사를 하셨는데
안내책자에 보니 그 분이 바로 안무가 조흥동 무형문화재였다.
태평무 전수자라는데 무려 '한량무'이라는
너무나도 끌리는 이름의 춤 이수자라고 한다.
보고싶네요, 한량의 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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