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씨엠립-둘째날 장거리 관광


드디어 하드코스 시작! 읍내에서 80Km, 32Km, 그리고 그 사이에 있다는 세 군데 사원 방문 계획. 12시간 중에 한 8시간 이상은 오토바이 뒷 자석에 있었다.
얼싸안고 달릴 만한 등짝에 기대서 갔더라면 좋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허리힘으로 버틸밖에. 오토바이 청년이 혈기에 엄청 밟아대는 통에 처음에는 좀 무섭기도 했지만, 나름 신경 써서 빌려온 헬멧-태어나서 처음 써 봄-을 이고 가다보니 목가누기 하느라 무서울 틈도 없었다. 잠깐 자동차를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비포장도로가 섞여 있어서 오히려 오토바이가 더 빠르기도 했던 것 같다.    
먼 곳을 묶다보니 연대기별 감상은 어제 하루로 끝이 났다-하루는 재미있었지만 결국 불가능하군...벵 미알리아에서 돌아오는 길에 룰루오스 사원들을 지나왔다. 다시 온다면 장거리 뛸 때 룰루오스 사원들도 함께.   


 
크발 스피엥(Kbal Spean)
등산하다 우연히 발견했다면 아마 무척 흥분했겠지만 그걸 보러 등산을 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실망스런 폭포. 폭포는 원래 눈보다 귀로 먼저 발견하는 건데 역시 이번 폭포도 조용..... 물이 없다는 거지. 폭포랑은 인연이 없는 지, 항상 내가 갈 때면 폭포는 수도꼭지다, 쫄쫄쫄. 실망하고 돌아서려는 찰나 홀연히 나타난 관리인 아저씨, 말 한마디 안 통하는 나를 데리고 폭포까지 오르락내리락 물속의 조각들을 다 안내해줬다.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물속의 조각이라는 게 특이한 점. 만약 여기 하나만을 보러 장거리를 뛰었다면 좀 실망했겠지만 엮어서 보기는 괜찮은 듯 싶다. 암튼 아저씨의 친절이 완성시켜준 방문지.

반티에이 스라이(Banteay Srei)

정말 예쁜 사원이다, 샌드스톤의 색감도 그대로 살아 있고. 아기자기한 조각들이 구석구석 새겨져 있다. 조각들로만 치자면 앙코르마을의 으뜸. 다만 이곳은 워낙 상태가 좋은 사원이다 보니 앙코르왓에서 유일하게 접근제한 금줄이 둘러져 있다.

벵 미알리아(Beng Meaurlea)
사원이라기보다는 그냥 루인이라는 게 맞을 것이다. 부서진 그대로 완전히 방치된,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복원할 계획은 없다는 아주 특이한 곳. 하지만 지금껏 본 사원 중에서 제일 맘에 들었다. 제일 멀리 있고 힘들게 가서 아마 좀 더 그랬을지 모르지만. 규모는 작은데 입구부터의 구성은 앙코르왓과 비슷했다. 여기는 앙코르왓사원마을에 묶이지 않아서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가이드북에는 통행료도 있다고 그랬는데 그런 건 안냈다. 

 
앙코르왓(Anchor Wat)
그 유명한 앙코르왓. 드글드글 사람들도 많고 입구부터 규모가 대단하기도 하고. 대강 둘러본 감상-앙코르왓은 앙코르사원마을에 있는 모든 사원들의 백화점 같다. 하나 하나 따져보면 더 나은 사원들도 있지만 어지간한 넘버2들이 다 모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여러 군데 볼 필요가 있기도 하고 시간 없는 사람은 앙코르왓만 휙 봐도 될 것 같기도 하고...
가이드북에 있던 일몰감상지들은 높이가 좀 있어서 전망이 좋은 곳들이었다, 엽서에서 본 것 같은 앙코르왓을 보게 해주는 곳이 아니라.
엽서 그림 같은 앙코르왓을 보고 싶다면 앙코르왓 마당에 있는 연못 앞에서 보는 게 그나마 좀 비슷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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