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솔자의 빽으로 한국단체관광객 틈에 끼어서 하노이 개괄정보를 들으며 시내에 입성, 하노이 최고 호텔의 꽤 널찍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다. 9년 전에는 이 대우호텔주변이 다 논밭이었다는데 대단한 안목이었긴 했다, 이런 호텔을 지은 것은. 가이드북의 평가도 최상. 음. 하노이에만 오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네, 어째.
한 장에는 담을 수 없는 하노이대우호텔의 럭셔리 룸
별다섯개짜리 아침부페를 먹고 하룻밤 동거인 J씨(파리의 즐거운 두 처자에 이어 이 분도 부산처자-특이한 점이라면 나보다도 연상이었다는 것--;; 언제부터인가 여행 중에 연상을 만나는 확률은 거의 “0” 이었는데)와 인사하고 배낭을 호텔 맡기고 기차역을 찾아 땡볕에 한 네 시간은 헤맸나. 지도 보며 시도한 워킹투어인데 하노이는 호치민과 비교도 안 되게 넓다. 게다가 가는 길에 발견한 박물관은 무조건 다 휴관. 월요일이었다.
지나는 길에 들어간 커피집. 저 기계에 넣으면 이 귀여운 뚜껑이 덮여 나온다.
기차표에는 표시되어 있지도 않은 부가세 때문에 좀 찜찜했고, 맛있다는 스프링롤 집 퀸넴을 찾아가던 길에 만난 오토바이 기사 때문에 밀린 피로가 확 몰려왔고, 기차역으로 다시 갈 때 길도 잘 모르던 오토바이 기사와 기차 출발 직전까지 간 실랑이에 완전히 뻗었다.
덕분에 하드슬리퍼 좌석에서도 잘만 잤다.
이것이 하드슬리퍼-잘만 했다.
오늘의 교훈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일단 협상은 먼저 할 것.
몸을 너무 고된 상태로 몰아가지 말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노이를 다시 온다면 절대 택시를 타리라!
짐 가지러 다시 돌아간 하노이 대우호텔. 기차여행을 준비하며 별다섯개짜리 화장실에서 이 닦고 세수도 하고, 한국단체관광객 어르신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한국말 못 알아듣는 척하고 로비에 앉아 담배도 피우고 나왔다.
그 화려한 호텔에서 맨발에 그나마 한쪽 끈은 끊어진 샌들을 질질끌며 배낭을 메고 나오려니 다들 어리둥절한 눈으로 본다. 좀 당황들 했을 거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