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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조명]가난한 자여, 나에게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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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가난한 자여, 나에게 오라

[뉴스메이커 2005-06-17 09:57]




소외계층 창업 지원 ‘마이크로 크레디트’… 상환율 97%, 일반 은행권보다 높아

조흥은행은 지난 6월 2일 저소득층 소액대출 전문단체인 사회연대은행(www.bss.or.kr)과 생계형 영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업무제휴 조인식을 가졌다. 조흥은행은 대출업무를 담당하고, 사회연대은행은 대출 지원대상자 심사와 사후관리를 담당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이 저소득층 소액대출 전문단체와 손을 잡고 ‘금융 소외계층’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이 확정될 것 ▲조흥은행에서 빌린 돈이 가장 많을 것 ▲채권총액이 5000만 원 미만일 것 등의 조건이 있긴 하지만 선정될 영세자영업자 400여 명은 연 6%의 금리로 1인당 2000만 원까지 신용만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이처럼 조흥은행이 사회연대은행과 제휴한 것은 사회연대은행의 우수한 경영성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심사와 사후관리

2002년 12월 설립된 사회연대은행은 저소득층과 신용불량자 등 금융 소외계층에 담보없이 돈을 빌려주고 창업을 지원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무담보 소액대출)’ 활동을 벌이는 단체다. 지금까지 17억1200만 원을 대출해 총 96개 업체의 창업에 도움을 줬다. 이같은 활동 중 조흥은행이 주목한 것은 바로 97%라는 놀라운 상환율이다. 일반 은행권의 상환율은 60~70%에 그치는 실정이다. 신용불량자 등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상환율이다. 극심한 불황 가운데서도 폐업하거나 대출금을 떼먹는 업체가 한 군데도 없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자 구조조정 정책에서 나타난 것처럼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올리며 영업을 유지하는 경우는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흥은행이 사회연대은행에 직원 2명을 파견근무시키기로 결정한 것도 그런 노하우를 배우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사회연대은행의 효율적 관리체계의 결과다. 사회연대은행 관계자는 “까다로울 정도의 사전심사와 지속적인 사후관리 덕택”이라고 말했다. 대출 지원자격은 최저생계비 120%(여성은 150%) 이내 있는 저소득층. 사회연대은행은 이들로부터 사업계획서가 접수되면 현장실사와 면접을 통해 능력과 의지를 철저히 심사한다. 최근 선정된 국민기금 2차 지원 대상자 40명은 약 17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만 했다.

대출대상으로 지정되면 끝까지 밀어주는 것도 성공의 비결이다. 사회연대은행에는 창업·부동산·요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사후관리자 13명이 있어 창업단계에서 다양한 조언을 한다.

얼마 전 한 여성 지원자가 한식집을 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기껏’ 1000만 원 정도의 밑천으로 한식집을 운영하기란 어려운 일. 무엇보다 인테리어에만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사후관리자는 시설투자가 별로 필요없는 곱창구이점을 제안했다. 이미 몇 달 전 곱창구이점을 열어 알차게 꾸려가는 경험자의 얘기도 들려줬다. 그 여성은 흡족한 마음으로 곱창구이집을 열었다. 지난 4월 초의 일이다.

가게 문을 열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방문해 다양한 조언을 한다. 장사가 안 된다면 왜 안 되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한다. 음식점의 경우 새로운 메뉴를 권해주기도 하며 거래처를 소개해주거나 홍보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저소득층의 금융 소외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중 근로능력을 가진 이는 2002년 말 29만 명에서 2004년 말 31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창업을 위해 대출을 원할 때, 기존 금융권은 대부분 대출에 보증이나 담보를 요구한다. 대출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실제로 금융권의 소액신용대출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04년 6월 시중 4개 은행의 500만 원 이하 소액신용대출은 전년보다 2926억 원이 감소한 5조8633억 원이었다. 사회연대은행 등 마이크로크레딧 기관이 주목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부와 ‘시각차’ 지원 없어



정부는 2003년 저소득층생업자금융자사업 항목에 무담보 신용대출을 신설했다. 그러나 ‘기본재산세가 2만 원 이상, 연간소득 600만 원 이상’이라는 제한이 존재했다. 상환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하지만, 일정 수준 ‘이하’를 제한기준으로 설정한 사회연대은행과는 기본 시각부터가 다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대출보다 조건이 낮지만 기준 때문에 대출받지 못하는 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이들을 돕기 위해 민간기관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아직까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민간의 자발적인 저소득층 창업지원사업을 지원,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간단체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운영비다. 사회연대은행의 경우 운영비가 부족해 더 모을 수 있는 기금도 모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7월 집행될 자활공동체 사업에 사회연대은행 등 민간기관이 포함되면 운영비 지원이 가능하다”면서도 “일반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금융체계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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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가 한국을 ‘원조’하다

우리나라에 마이크로 크레디트가 소개된 것은 2000년 신나는조합(www.joyfulunion.or.kr)이 만들어지면서다.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원조는 1976년 시작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이다. ‘빈민의 은행’이라는 그라민 은행은 27달러로 문을 열어 30여 년 만에 자본금 41억 달러로 부풀려 440만 명에게 대출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등 저소득국가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마이크로크레디트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다. 유엔(UN)은 극빈자 수 감소 등의 새천년개발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선정, 올해를 마이크로크레디트 해로 선포했다.

신나는조합은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한국 지부 성격을 갖고 있다. 그라민은행이 미국 씨티그룹으로부터 지원받은 돈 6000만 원을 가지고 출발했다. 이후 민간기업의 기부를 받아 2억5000만 원까지 대출규모를 늘렸다. 신나는조합도 역시 빈곤퇴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연대은행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우선 개인대출은 하지 않는다. 3명 이상 공동으로 노력하는 이에게 1인당 300만 원씩 대출한다. 서로 믿고 의지할 뜻을 가진 이들끼리 모여 공동체를 구성, 창업을 추진하는 식이다. 하지만 구성원이 각각 다른 창업을 할 수도 있다. 소액인 까닭에 포장마차나 엿장사, 쥐포장사 등 비교적 소규모 창업을 하고 있다. 조건도 더 엄격하다. 좀더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도 사후관리가 이뤄진다. 지역에 기반한 ‘두레일꾼’이 창업 이후의 심리적·사회적·경제적 자활을 도와준다. 전문가를 통해 경제적 자활을 중심으로 도와주는 사회연대은행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신나는조합의 회수율은 92%다. 사회연대은행보다는 낮지만 일반 금융권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치다. 지금까지 123명이 대출을 받았고, 현재 15개 소모임 52명이 대출을 받아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나는조합은 현재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출 가능한 돈이 전부 대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검토 중인 사업계획만 20여 건에 이르고 하루에도 문의전화가 수십 통씩 걸려오지만, 기금이 모일 때까지 기약없는 기다림을 계속해야 한다. 신나는조합 관계자는 “5년 동안 해왔는데 정부의 지원금은 전혀 없었다”며 “한국이 방글라데시를 지원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방글라데시에서 6000만 원을 지원받아 한국의 저소득층을 돕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재용 기자 j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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