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일단 신경숙의 표절은 최소한 복수의 전문가들과 본인도 '같다'는 것에는 합의에 이르렀다.

그게 저렇게나 문단 통째로,
그러고도 저렇게 기억이 안날 수도 있다는 게 놀랍고,
기억에 없는 일은 있었다고도 없었다고도 할 수 없음을 경험으로 이해는 하지만
제 이름을 걸고 출판한 책에 일어난 일이라면
기억이 안난다는 자신만의 진실을 항변하기보다는
기억이 안나서 일어난 일이라는 용서를 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서 기억을 되살려보려 남몰래 제 머리를 쥐어뜯더라도.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이번에 신경숙의 인터뷰를 읽으며
나는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묻고 싶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표절은 무엇인가요.
그렇다면 당신의 소설들에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붙일 수가 있나요. 
그리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당신이 죽을 것 같아 끊을 수 없다는 그 글쓰기를 위해
살기 위해 당신의 서고를 뒤져 확인해가며
당신 것을 벼려내라고.
최소한 그렇게라도 해야 당신의 이름표를 붙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세상에 그렇게나 많은 작가들이 작가라는 이름을 갖는 이유는
창작을 하기 때문이다.
같은 걸 더 멋지게 차려낼 줄 안다는 것과
남들 안하는 것을 만들어낸다는 건
엄연히 다른 직종인데
빌려 쓰고 돌려 쓰며 제이름표를 붙이는 건
최종결과물의 완성도만 중시하는
반문학적인 행동아닐까.
작가라면 매끈하고 훌륭한 작품의 다산보다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해
자신만은 포기하지 말고 믿어줘야하는 것 아닐까.
남들도 이 정도는 하니까,
뭐 그렇게 독창적인 것도 아닌데...라는 자기암시는
창작의 치명적인 병충해가 아닐까.

나는 신경숙의 팬이 아니라
그의 사과를 받을 처지도 아니고
예전에 읽은 몇 권 이후로
어떤 책이어도 별로 궁금하지 않은 많은 '세계적인 작가' 중 한 명일 뿐이라
별로 화가 나거나 실망스럽지는 않다.
신경숙을 키운 것은
신경숙 만도 아닌 게 분명하고
아무 근거 없는 나의 감으로
신경숙이 명성과 돈만을 위안삼는 사람은 아닐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표절의혹에 대해
불분명한 기억력과
소설이란 제가 써도 온전히 제 것이 아니라는 정도밖에 말 못하는 지금의 신경숙은
이미 가면 안되는 길에 들어서 버린 것 같다.
이래서야 진정어린 사과를 해서 벗어나고 싶더라도
무엇을 사과해야할 지 모를 지경일 것이다.
이런 건 참 오랫동안 익숙해지도록 봤다.
부인하고 부정하며 
그걸 스스로도 믿어서야 살아남는 뻔뻔한 성공담들의 시대.
정신병자나 뼛속까지 사깃군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 그렇게 우겨댈수는 없을 것이고
시작이 그랬더라도 거듭거듭 말하며 진짜로 믿게 되는 일이 왜 없을까.
부끄러워 하기 힘든 사회.
예민함과 조심스러움 때문에 특별하다는 저쪽 동네까지 
이렇게 아파진 건 기막힌 일이지만
신경숙이 마치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유일하고 최악인 것으로 몰아가는 것도 
이상하다.
그냥 모두가 다쳐가는 중에 
오랜 병을 들킨 환자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자.

......했지만.

놀라운 감성을 강점으로 우뚝 선 신경숙은
독자들의 불신과 분노가 작가와 출판사룰 넘어 한국 문학으로까지 번지는데
아무런 감성적 동요도 안 일어나나부다.
당신의 감성은 GMO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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