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2013



깜짝 놀랐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심초사가 들었든지
이렇게 짜임새 있게 다가가는 '사람'의 이야기라니.
법을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
이런 재판이 이렇게 진행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보면
법을 쓰는 사람의 능력차와 철학차가 대단함을 느낀다.
원작을 읽지 않았지만
어쩐지 영화보다 덜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에 대한 만족감.
약자의 배신과 책임도 봐주지 않는 꼼꼼한 물음표가 맘에 들었다.
군데군데 의미심장한 대사와
법을 다루는 사람들의 원칙이 예측불허라는 반전도.

가장 소름끼쳤던 건
용산재판을 담당했던 강수산나검사를 재현한듯한 국민참여재판의 검사.
배경이나 설정의 유사함은 모르겠고, 실제 인물보다 훨씬더 유능하게 그려졌지만  
목소리나 말투까지 그 재수없음은 100% 재현해낸 듯한 그 인물. 
두개의 문을 보며 고급자 수준의 쌍욕을 하게 되었던 대상.
호주 영사관으로 대접받으며 간 것까지 알았었는데
오랜만에 찾아보니 어느새 돌아와 부부장 검사에 이르고
이석기 내란 음모 재판까지 대업을 달성하셨다고 한다.
미래의 청문회에서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이런 비범한 분들은 평범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질 않는 나라이다 보니...
우울하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독재자의 딸인 것도 모자라
최초의 여성 공안검사의 탄생까지 경축드려야 하나...

마지막에 작전검사였던 홍재덕의 질문,
누구는 희생하고 누구는 봉사한다.
철거민 박재호는 희생을 했고
검사인 자신은 봉사를 했는데
변호사인 너는 무엇을 했냐고.
톨스토이 어르신의 정리를 빌어 조금은 정리를 할 수 있다.
국민이 희생한 것은 맞지만
너는 봉사가 아닌 폭력의 하수인 노릇을 했을 뿐이며
변호사는 미약하나마 구조의 손길을 내밀었던 거라고.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강한 암시와 주문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하게 외운들
행간에 논리를 세운들
궤변과 변명이라는 건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밖에 없다.
국가에 의존하며 국가를 내세우는 사람들의 힘으로
국가가 망가진다는 것도 변할 수 없는 속성일까.

세월호 이후엔 부쩍 하게 된 생각-
그래도 저 아버지는 아들을 구하려 덤벼봤구나....
안아 보냈구나.....

배심원들까지도 내면연기를 하시던데
주인공 윤계상은 발동이 너무 늦게 걸려서
초반엔 생활대화를 보면서도 오글거리는 근래에 드문 경험을 했다.
이 영화에 대한 윤계상의 선택에는 박수를 보낼 수 있을 지 몰라도
연기에 대해서는 글쎄다.
사실 전체를 아우른 건 유해진이었는데
꽤 튈 것 같은데도 그렇지 않았다.
멋있었다.
오랜만의 김의성은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두툼한 주먹으로 기억될 것 같은 이경영의 존재감도 크다.
밤샘을 하거나 중환자실에 누워서도 마스카라를 포기하지 않는 평범한 여배우들과 달리
미모집착증이 별로 없어서 더 예쁜 김옥빈도 그럴듯했다.
이 처자 좀 맘에 든다.

크레딧에는 엥? 싶은 의외의 이름들이 좀 있다.
추노의 작가인 천성일이나 가을로의 감독 김대승 같은.
공들여 이렇게나 볼만하게 이 영화를 완성하고도
2년의 세월을 기다렸다니.
이제 보람 좀 있겠다.
참 잘했어요~

PS. 그런데 궁금하다. 
계약된 용역이라도 경찰의 지휘를 받고 있었는데
살인이 용역의 범죄라해도 국가의 책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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