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네버랜드를 찾아서|Finding Neverland|2005


원래 피터와 진짜 피터


어른이 되는 것-정확하게는 나이먹는 것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는 나로서는 동심의 세계에 대한 특별한 헌사같은 걸 가진 사람들이 오히려 좀 신기하기도 하다. 그래서 물어보면 다들 좋은 기억을 잘 포장해서 가지고 있었다. 남의 집 애들도 괴롭혀 봤을 것이고 아주 야비한-그 나이수준에서-짓도 별 죄책감없이 해버릴 수 있는 거침없는 나이가 바로 그 '어렸을 때'인데 그게 그렇게 아름답기만 했었나? 내 기억에 의하면 아이라고 다 순진한 것만은 아니고 진짜 못된 애도 있고 영악하거나 심지어 어른들의 환상을 이용할 줄 아는 혀를 내두를 만한 수준의 아이들도 있으니까.
그들에게 여전히 '아이들에 대한 환상'을 품을 여지가 남게 되는 건, 아이들은 깊이 숨길 줄 몰라서 윗물이 뿌옇거나 맑거나 밑바닥이 그럭저럭 보이는 호수같다는 점 일 것이다.

작년인가 이 영화 얘기를 들었을때 이건 대체 어떤 영화일까 참 궁금했었는데, 영화는 아주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평범한 외모의 조니뎁의 매력은 여전하고-이러니 디카프리오가 더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자칫 얌전해보이지만 이 영화의 조니뎁은 상당한 변화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 자신이 소년같은 모습일때와 어른으로서 소년이 되어 소년들과 어울리는 모습, 그리고 어른이어야만 하는 모습. 이제는 영화속의 모든 역할들이 그를 위한 맞춤 캐릭터인 것처럼 보이니 나의 라부가 전혀 식지 않은 것도 있지만, 불혹에 이른 이 시점에서 그가 그의 얼굴 못지않게 그의 참..스럽기까지 했던 특이한 필모그래프를 잘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를 내기보다는 상처받고, 할 말에 앞서 기다려주고, 가질 수 있는 애정에 성실한 호감을 보이는 것-이 그에게서 느낀 소년의 미덕이었는데  답답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요즘엔 나이만 먹고 자라지 못한 어른들이 많아서 아마 이 영화의 공감대가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
뭐 다들 네버랜드에 집착하지는 않을 정도는 컸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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