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빌헬름, 나는 이 사람을 매우 좋아하지만 이 '단'만은 정말 질색이다. 일반적 명제에는 반드시 예외가 있다는 것 정도는 다 알고 있는 일 아닌가! 그런데 이 사람은 매우 꼼꼼한 사람이다. 자기가 어떤 경솔한 말, 전체적인 것, 불확실한 일을 말해버렸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한정시킨다든가, 수식한다든가, 덧붙이거나 뺀다든가 하는 것을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끝내는 핵심이 되는 문제는 그림자조차 없어져 버리고 만다.
-스스로의 자유로움에 초조해진 말이 안장과 마구를 얹어달라고 했다가 끝내는 사람을 태우기만 하다 죽은 말의 이야기-
...게다가 공작은 나의 지성과 재능을 나의 감정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감정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자랑으로서 이것만이 모든 것의 근원이다. 힘도 행복도 불행도 모두 여기서 솟아난다. 아아, 내가 알고 있는 것쯤은 누구라도 다 알 수가 있다 - 그러나 감정만은 나 혼자의 것이다.
진정 나는 한 사람의 방랑객, 이 지상의 한낱 나그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자네들이라고 해서 그 이상의 존재일까?
스스로의 감성을 자랑스러워하는 청년에게 사랑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내용을 대강 알고 읽자니 베르테르의 슬픔보다는 로테의 애정행각에 더 관심이 갔다.
아름다운 여자와 오랜시간을 함께 한 그녀의 멋진 약혼자, 그리고 이웃에 등장한 도시청년의 삼각관계.
약혼자는 거의 가족 같은 관계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우정이 있다.
새로 온 청년은 감수성 어린 애정표현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두 남자는 적당히 세련되었기에 드러내놓고 연적을 공격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성으로 무장하려 노력하면서 사이좋게 지내기까지 한다.
아마 그녀는 베르테르의 피를 말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 관계를 평생 유지하고 싶었을 지 모른다.
베르테르가 있음으로 인해 약혼자-남편에 대한 불만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다.
남편에게 없는 것은 베르테르에게서 찾으면 되니까.
남편도 그리 손해 볼 것은 없다.
선택받은 남자로서의 자부심도 가질 수 있으며, 미녀를 쟁취한 승리감도 즐길 수 있다.
-전에 어떤 남자애가, 제일 갖고 싶은 여자친구는 자기만 바라보는 여자가 아니라 남들이 다 쳐다보는 여자라고 했다-.
이때 약자인 청년이 먼저 항변을 시작한다.
가질 수 없어서 더 미칠 지경이 된다.
이때가 바로 로테의 삼각연애질의 클라이막스.
이때 베르테르는 로테의 남편을 헐뜯기 시작하는데 그는 단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진 자를 질투했을 뿐, 그 남편의 자리에 자기가 있었대도 별로 다를 바 없었으리라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고전의 탈을 쓴 현대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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