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5 책의 도시


여행 다니면서 이렇게 많은 서점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크고 작은, 새 책과 헌 책, 실내 복합공간부터 길거리 자판까지
여기저기서 책을 판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책 값은 비싼 편이라고 한다. 

스페인어 수업 둘째 날, 
중고급반의 브라질 친구, 같은 홈스테이 같은 반의 터키 친구와 
몬테비디오 도시 관광을 나섰다.
아침을 먹고 나왔는데도 수업이 끝날 무렵엔 배가 고파져서
제일 먼저 먹자골목에서 밥을 먹었는데
그러고 나니 네시가 넘어버렸고
가려했던 전망대도, 솔리스 극장의 안내도 이미 다 끝나서 결국
다시 아까의 서점으로 돌아왔다. 
Pablo Ferrndo 서점.
아주 큰 규모는 아닌데 극장 같은 건물 1층엔 매장이,
2층엔 매장과 카페가 있다. 

화사했던 아침에는 전혀 예상 못했는데
바람이 엄청 불고
이렇게 바람이 불고 난 뒤엔 비가 온다고 한다. 
어제 홈스테이에서 일하시는 분이 비올거라 하시더니만.
진짜 하루만의 날씨 변화가 드라마틱 하다.

아기자기한 수도 몬테비데오.
드문드문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도시의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은.
아직 휴가 기간이 다 끝나지 않아서 인지 조용한 편이기도 하고
조금만 가장자리로 걸어나가면 멋진 해변가 길이 보인다고도 한다. 
공기만 맑았다면 많이 걸어다녔을 것 같은데...
스페인어 진도는 순조롭다^^
하지만 언제쯤 말을 하게 될까--;;  

Day 64 스페인어 학교 Spanish Uruguay


놀랍게도 나보다 먼저 이 집에 묵고 있던 동급생이 있었다.
무려 일주일 전에 도착해서 
온 도시가 잠자는 연말연시 휴가기간 동안 
두고 온 아들을 그리워하며 문 닫은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는...

관록있는 몬테비디오 경력자 급우^^의 안내로 무사히 버스타고 학교에 도착.
이 얼마만인가, 책상 앞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이~!
걱정과 달리 졸립지 않았다-달랑 두 명인데 졸렸으면 얼마나 민망했을지.
배운 도둑질이다 보니 
얼추 파악되기를
열정보다는 관록의 수업이다. 
나의 기초가 워낙 바닥이다보니 
두 달여 동안 여기저기 주워들은 것들은 
고작 하루에 다 정리되었다^^
그래도 주워들은 게 있어서 
그나마 수업을 여유있게 들을 수 있는 셈.
어차피 궁금한 거 물어볼 사람이 필요했을 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까
소규모 수업을 일주일 간 알차게 활용해 보기로 한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암기가 제일 중요한 때.
별로 할 게 많지 않은 도시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는 건 괜찮은 생각이었다.

세상이 정말 다 똑같이 나빠지고 있는 건지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이나 다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미디어의 폐해, 돈벌이 정치, 빈익빈 부익부, 자본주의의 부작용 등등.
지금까지는 다들 도시를 떠나자는 게 답이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그래도 이 경쟁에서 이겨야지-라고 말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
아무래도 자식키우는 사람의 심경은 다른 거겠지 싶다.

Day 63 몬테비데오, Montevideo

    어딘가 몬테비데오 스러운 집^^ 

이틀 전에 신청한 거라 안된다고 하면 포기하려고 했는데
학교와 홈스테이까지 다 예약이 됐다.
놀라워라.
하지만 막상 집에 도착했을 땐 아무도 없어서
동네 아이스크림가게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연락해 
한 시간여 만에 홈스테이에 입성.
너무 친밀한 분위기에서 불편해지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헐...이곳은 모두가 휴가를 따난 빈 집--;
주인집 아들이 남아 민원을 처리할 뿐.
모든 게 나무랄 데 없지만
누군가가 같은 집에 있다고 하니 덜 무섭긴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분위기가 좀 당혹스러운 가운데
내 방에서의 첫 날.
그리고 내일은 일주일 짜리 스페인어 수업의 첫날.

Day 62 로차 Rocha


사구 산책을 하고 
온동네 맛있는 엠파나다도 고루 먹어보고
이제 다 이루었다 싶어
떠나기로 했다.
남은 시간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각각 다양한 취한 수준^^과 언어수준에서도
너무나도 즐거운 대화가 가능하다니
숙소 문제만 매끄럽게 해결됐어도
하루 더 있을 법했다.
가끔 사귀는 사이가 된다는 재미있는 스페인 커플의 뒷얘기가 궁금하다.

하지만.
몬테비데오행 버스는 매진.
중간 기착지 아무데나 골라서 표를 샀는데
다행이 열정적인 관광안내소 직원 덕에
비싸지 않은 숛소까지 구했다.
오늘 하루는 또 지나는 길에 하루 묵어가기.

로차.
관광객 별로 없는 동네라서 인지
더욱 신기하게 보며 엄청 친절했던 동네^^
  

Day 61 전기 없는 마을 카보 폴로니오, Cabo Polonio


몬테비데오에서 네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타고 다시 삼십 분 정도 뚜껑없는 승합트럭으로 도착한 곳.
전기가 없다고 해서 한적한 시골마을을 예상했는데
이곳은 두 달 전에 예약을 하는 게 상식으로 여겨지는
연말연시 우루과이 최고의 관광지^^
12월 31일의 파티가 연휴동안 계속되는 곳이었다.
게다가 이 조그만 마을의 술집에서 직접 담근 ^^ 색다른 맥주까지 팔고 있다. 

이곳의 특성 때문인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재미있다.
몬테비데오행 버스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교환학생과 동행.
페루에서 6개월 연마했다는 스페인어 실력이 유창하다.
 
전기가 없으니 은하수와 별들은 당연히 기대했던 것이지만
빛을 내는 파도
해돋이와 석양이 있고
늦은 밤 자발적인 뮤지션들의 출몰로
지구 위의 단 하나 뿐인 마을 같은 느낌은
특별히 오랜 만이다.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는 즉석 가수와
이따금 따라부르는 관객들을 보면
갑자기 이런 곳에서 김광석 노래를 듣는 감흥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아마도 인도의 고아가 70년 대에 이렇지 않았을까 싶다. 

버스 시간만 보고 대책 없이 찾아오는 바람에 
숙소를 구하지 못해서 숙소 마당에 걸린 해먹이나마 힘들게 구했는데 
두꺼운 옷을 주섬주섬 입고 견딜만한 날씨라서
오히려 늦게까지 별구경하며 자는 게 기대될 정도였지만 
결국 추워서 남의 침대에서 그냥 잤다는^^
다행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냥 자버리기엔 밤이 너무 아까워서
바닷가에 나가 몇 시간을 놀았다.
노란 달빛도 예쁜데
별들은 빛나고
발끝에서 빛나는 모래도 신기하다.  


Day 60 강수욕


차를 가지고 브라질에서 여행 온
화통한 두 처자와
어제 음악잔치를 벌이던 볼리비아 청년, 같은 방 부에노스 아이레스 처자와 같이 
물가 나들이를 떠났다.
혼자 여행하면서 하기 어려운 게 일광욕이어서 
불러준 그들에게 감사~
거의 인간 주크박스에 가까운 음악청년 덕에 
내가 아는 얼마안되는 스페인어 노래 중 하나인
Eres Tu를 원어로 들었다.
몇 개 단어를 주워듣고 나서
한국어 가사는 번역이 아니라
완전 새로운 것임을 눈치챘다.
엄청 오래된 노래일텐데 그걸 알다니 뮤지션은 뮤지션.
원래는 바순 대체 연주자라는데
색소폰에 기타에 탬버린까지 들고 다닌다. 

오늘의 문제 해결 방식.
중형인 자동차에 다섯 명이 타야하는 상황인데
이 음악청년의 악기와 배낭을 실을 자리가 부족했다.
보통 그런 상황이면 되게 미안해하면서
자리를 사양하거나
아니면 다들 합심해서 불편을 감수하거나 할텐데
이 쿨한 차주인은 네 문제니까 니가 알아서 하라고 ㅋㅋ
결국 앞자리에 짐과 악기를 다 구겨 넣어서 탈 수 있었다.

붉은 바다인 줄 알았는데 붉은 강이었다.
몬테비데오까지는 다 강이라나-아무도 이름은 알지 못했다^^
색깔은 광물의 영향이라고.
색은 저래도 깨끗하다더니
물속은 정말 깨끗했다.

보통 저녁을 팔던 식당들은 일찍 문을 닫고
일찍 닫던 곳들이 늦게 다시 열어 파티를 한다.
오늘 달밤승마를 하려고 했는데 새해 전날이라 쉰다고 한다.
여기는 대목보다 자기가 노는 게 더 중요한 듯^^
그래도 우루과이는 해가 빨리 지고 저녁시간도 좀 이른 편이다.  
어제 찜해두었던 부두가 자리는 오늘도 내 것.
12시에 시작한 파티는 거의 새벽 까지
요란해서 사람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Day 59 콜로니아 데 세크라멘토 Colonia de Secramento



생각해보면 내게 여행이란 건 
낯선 곳 다른 풍경 속에서 아무때나 한가롭게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좋아하는 안주를 발견하면 엄청 기쁘고
새로운 안주를 발견하는 것도 즐겁고.
그러다 가끔 어딘가가 가고 싶어지고
뭔가가 보고 싶어지면
열심히 가보다가 
다시 쉬고.
그러니 대부분 한가로울 수 밖에.

오늘은 콜로니아의 자랑이자 전부인 옛날 마을을 돌아다녔다.
돌바닥, 등대, 성벽, 교회 사이로 식당과 상점들이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어서
무슨 테마공원같기도 하고 야외 쇼핑몰 같기도 하다.
작은 박물관들이 여럿 있지만 하나도 가지 않았다^^
죽 돌아보고 나니 오늘 아침에 떠나던 미국 처자가 
여긴 너-무 이쁜데, 너-무 작아 했던 게 실감이 났다.

초저녁에 숙소 마당에서 짧은 노래마당이 펼쳐졌다.
노래 참 못하던데^^ 
즐겁게 들렸다.
어울리기에 기타만한 것도 없지 싶다. 

해지는 시간이 좀 빨라진 걸 까먹고 늦게 나와서
오늘의 선셋을 놓쳤다.
좀 심심한 동네이긴 하지만
해지는 걸 보며 한 해를 보내게 된 건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