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FIBA 남자농구 아시아컵


허재가 국가대표 감독이고 허웅과 허훈이 다 선발되었다는 소식에 한 번 봐야지 하면서도
허재은퇴와 동시에 농구팬 은퇴를 한 마당이라 내내 까먹고 있다가
광복절 한일전 승리 소식이 찔끔 뉴스에 등장해서 뒤늦게 찾아봤다.
경기 직후에는 별로 없더니 어느새 전체경기가 다 올라와 있다. 
처음이다, 허재가 뛰지 않는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필리핀전
이렇게 화통하게 이기면서도 재미있는 경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운도 따라주었던 지 모든 선수들 슛 성공률도 대단.
마치 모든 주전이 키 큰 허재가 된 듯^^ 포지션과 상관없이 막 잘한다.
허재의 전매특허였던 
가로채서 속공에 레이업, 노룩 어시스트가 장신선수들로 더 화려하게 마무리되는 즐거움.  
작전타임에 필리핀 선수들의 도발에 말려들지 말라고 선수들을 진정시키는 허재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물론 바람직하진 않지만 한때 대걸레도 등장하던 경기중계를 본 적이 있어서 ㅋㅋㅋ
안 해본 게 없어서 해줄 얘기도 많으실 듯^^
해외중계 하이라이트에서는 최준용 이름이 제일 많이 나와서 슈터인가 했는데 무려 2미터 가드...!
전체 경기에서는 김선형의 기술 멋있었고, 이제 어지간해서는 밀리지 않을 것 같은 장신선수들 듬직하다, 
절반 이상이 2미터 언저리...
나중에 또 보고 싶어질만한 경기.


4쿼터가 폭발했다고 해서 나중에 본 일본전, 
최근 기량은 그렇지 않다 해도 일본에 진 적은 별로 없다보니 승리도 별로 극적이지 않아서 선수들에게 미안^^
일본 전은 전력과 상관없이 항상 이기는 게 당연하고 지면 욕먹는 
선수들로서는 부담크고 보람은 별로 없는 경기일 듯.
일본한테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된다(는 부담을 느낀다)는 선수의 인터뷰도 백미^^
역전슛이 허웅이어서 반가웠다. 
스무살에 펄펄 날던 허재와는 분명 다르지만
놓친 득점 직후에 바로 가로채기로 만회하던 걸 보면 피는 못속인다 싶었다.
모르는 거 안해본 거 없는 아부지 덕에
-아부지는 무려 중국 기자들에게도 사이다 쌍욕을 날렸던 적 있는 유일한 감독^^
아부지도 모르는 자기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 놀라운 선수가 되는 순간일듯.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죠-라니; 선수들에게 존댓말하는 허재를 처음(아마도 유일) 봤다^^



왜 졌는지 궁금해서 본 이란전.
좀 아깝기도 하고 필리핀전처럼 대단한 운이 따라주지는 않았다. 
작전타임 때 감독들이 하는 말은 정신차려, 잘 봐-뭐 이런 아무리 들어도 대단한 작전 같지 않은 내용이 많은데 
그걸 맥락에 넣고 풀어주는 조현일 해설위원에 감동했다. 
편집에서 해설이 몇 번 끊어지는데 해설 끊기는 게 아쉽기도 처음.
어느 팀과 경기를 해도 그 팀의 주전들을 다 꿰고 있는 대단한 해설이다. 
이름이 귀에 익어 찾아봤더니 허재와 동갑의 프로선수출신.
앞으로 주요 경기는 다 조현일 해설이었으면~



보다보니 안볼 수 없어 본 뉴질랜드전까지 다 재미있게 잘 봤다.
중계자막도 깨알 재미가 있었는데 
슛 성공률 때문에 양궁이 아니라는 센스 있는 자막을
우리나라가 강세라서 양궁 같다고 해석하는 눈치 없는 캐스터 때문에 더 웃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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