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씨남정기|2016


갑이 달라지길 기대하지 말고 을부터 바뀌자는
발랄하고 솔깃한 구호는 경쾌했다.

이야기의 흥미로운 지점은 
전혀 반대인 것 같던 남과장과 옥다정이
서로의 성장을 이끌어준다는 것이었다.
결국 성장의 열쇠는 '누가누가 잘배우는 좋은 학생인가'^^

회사를 지켜온 사람들보다
투자자들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에 대한 의문은
제법 묵직하게 화두를 던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인간이란 존재가 사지육신 측정으로 정의되는 게 아닌데
측정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과한 횡포를 부리는 자본에 대한 존중은
왜 이리도 지나친 것일까.

 
그냥도 매력있는 배우지만 찌질함을 연기하는 윤상현은 정말 급이 다르다^^
매 장면 상대배우들이 웃음 참느라 엄청 고생했을 것 같은 
코믹퍼레이드도 보는 내내 즐거웠다.


남정기 과장.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경험에서 오는 비관,
내가 절대 약자라는 굳건한 자기 믿음 하에
없는 자리에서는 나랏님도 씹는다는 딱한 경구를 의지삼는 동료들에 공감은 하되
마치 그게 직장생활의 교본인양 당연하게 뒤에서 씹고, 앞에서 아부를 떨 때
찝찝해하고 고민하는 남과장이 좋다.

상사가 홈쇼핑 입점의 공을 돌려도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상태에서는 기뻐하지도 않는 양심
소심할지언정 비겁하지는 않겠다는 성장의 발판,
정신적 섹시함의 새 지평을 여는 멋진 주인공의 자세였다.

남정기의 사과를 보면
내가 뒤끝이 심한 게 아니라
실은 진짜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욱-하는 장면 많았지만 난 이 장면이 제일 시원했다
"너야말로 우리 눈에 피눈물 나게 할 거야, 새꺄!!!" ㅋㅋㅋ

옥다정 본부장.
부하직원을 달래주지는 않지만
공정한 판을 만들어서 아예 달랠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야심의 상사.
이 산이 아닌가 봐-가 절대 없을,
부하직원의 공을 인정하는 걸 대단한 게 아니라 상식으로 생각하는 상사.

어마어마한 전남편들이 셋이나 있는 옥다정은
성격부터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드문드문 과거의 모습에서
그런 그녀조차도 그렇게 타고났다기 보다는
여자가 잘 나갈 때의 수군거림과 세 남편들을 대차게 견뎌내며
단련되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몇 번 인사고과로 위협을 하긴 했어도 
몸로비 오해를 한 부하직원 남과장이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엄청 불편해 했던 걸 보면
상식적인 공정함도 있는 상사다.

 무려 9살 짜리와도 커플 연기가 가능한 지존 이요원 ㅋㅋㅋ
 
남우주 소년의 이상형 세일러옥

PS.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이킹에 그냥 평범해 보이는 대학생 의상까지도 인물에 맞는지 입어보고 맞춰보던 장면이 있었다.
화려한 설정이니 잘 때 속눈썹을 붙이고 자도, 어지간한 화려한 의상으로도 거슬리지 않을 법했지만 문제는 좀 과했다는 것. 의상이 인물을 압도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수 십 명이 몇 달을 고생해서 겨우 PPL 전시장을 차려주다니-뭐래....
투자자들이 고생한 직원들 낼름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PPL-신짜증의 온상. 

한영미 과장.
누가 옆구리 찌르지 않아도 스스로 반성할 줄 아는 똑똑한 직관의 소유자,
자신의 바닥을 드러낸 고백을 한 직후에 남과장은 용기를 내보겠다고 말할 때
아마 그는 더 비참함을 느꼈을텐데도
시기하지 않고
안될거라고 좌절시키지도 않고
남과장을 응원했다.
이 분도 한 욱-하시지만 역시 합리적인 선을 지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라고들 믿는 손주를 타박하며 며느탓을 하던
한과장 시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니 시아버지 아직 저녁도 못드셨다-였다.
잠깐 등장하는, 전통적 악역의 포지션인 시어머니 조차도
끝없는 가사노동의 희생자임을 놓치지 않게 하는 마무리.

주인공들 말고도 이런 고민의 흔적으로 꼼꼼해진 장면들도 즐거웠다.
짧은 치마를 핑계로 장미리를 성추행해 놓고
다른 직원에게 가서는 블라우스 단추를 끝까지 채웠다고 껄떡거리던 신팀장이나
옥다정을 항상 902호라 부르는 경비아저씨의 직업정신,
한과장이 박대리의 도움 없이 양부장과 싸워 장부를 지켜낸 것,
그리고 옥다정의 ok싸인.

조직을 사랑하고 조직에 몸 바칠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서
그렇게나 사랑하고 헌신하는 직원들에 완벽공감을 하지 못했지만
그러고 싶은 직원들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회사는
좋은 대우나 좋은 이름을 넘는 무언가를 더 가져야 한다고
꽤 설득력있게 보여준 것 같다.
이런 팀웍이 멋져보이는 건 사실이니까.

산해진미를 혼자 먹으면 무슨 맛이냐
김치라도 나눠먹는 게 맛이지-라고 강요하지 않고
어떤 게 더 맛있는 사람이냐고, 자신을 보라고 묻는 방식도 마음에 들고
평범한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쓰레기가 되지 않는다는 말은
오래 전 나의 깨달음과도 같아서 반가웠다.
우린 정말 생각보다 더 나쁜 것만 더 많이 보도록 각도를 고정 당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조종당하기 쉬우니까...

 남의 밥 먹기가 쉽냐는 남정기의 일갈에
내가 일해서 번 거면 내 밥이라는 남봉기.
한가함 속에 깊어진 백수 남봉기 선생의 빛나는 통찰^^
결과우선주의에 맞서 65점짜리 받아쓰기 시험지를 당당히 내밀줄 아는
현명한 소년 우주

"내일 또 오래.."
사장님 고생하시는데 웃어서 죄송하지만 난 정말 빵터짐^^
아마도 욱씨남정기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나 내일 출근 안해~~!"
내가 본 이정진 최고의 명연기 ㅋㅋ
 남우주 결혼폭탄선언 사태 ㅎㅎ


 춤에 유행어까지, 이번에 딱 제옷을 입은 임하룡
"그런 거 다 잘하고요, 공부도 잘해요."
미래의 갑들이 긴장해야 할 욱본 주니어^^수정이

드라마와는 어찌보면 정반대지만
나에게는 왠지 와닿던^^ 남씨네 가훈-노여움이 일면 그 결과를 생각하라.
어느덧 뒷담화에 적응해버린 나도 다시 돌아본다.

처음엔 해맑고 공손하던 수정이가
욱본의 까칠함에 점점 까칠력 상승하는 게 포인트
너무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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