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신화속 아킬레스 같은 느낌의 이순신
용맹이나 지략 보다도 피의 무게를 괴로와 하는 그의 모습이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난중일기를 읽었을때 나는 책만 읽으며 그가 남긴 기록속에서
무장의 일기가 보여주는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기만 했는데
인터뷰에서 최민식은
짧으나마 매일의 기록을 남긴 이순신에게서 사색가를 느꼈다고 한다.
영화속 어디가 사실이고 어디가 상상인지와 상관없이
재능 있는 배우의 탐색이
입체적이면서 일관성있는 인물을 표현해 낸 것 같다.
50분이 넘는 전투씬을 기대하며 갔지만
요즘 영화치고는 드물게 허술해뵈는 후반부의 CG와 특수분장,
설마 고증 후에 나온 것이겠지만
내 눈엔 후레쉬맨 같던 일본 장수들,
전 세계 외국어 전문배우 류승룡을 제외하고는 리듬이 깨진 것 같은 일본어 대사-
등등의 방해로
막간 취침과 병행한 오랜만의 영화감상이었다.
제일 멋있었던 건 마지막,
이순신보다 더 멋있던 거북선의 등장^^
나는 완벽하다고 알려진 실존인물의 그 완벽성을 잘 믿지 못한다.
사람인데 그럴 수 있을까-라는 의문보다도
기록이 남겨지고 전해지는 과정속에서 이루어졌을 자발적 혹은 의도적인 편집을
그냥 따라가고 싶지 않다는 어린 반항심이 있다.
그가 백성을 향해 충심을 가진게 사실이든 아니든
구국의 영웅을 변치 않는 사실로 믿는 것과는 별개.
소문에 듣던 대로 울컥한 지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남들이 어디서 울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초반 바다의 배가 그랬다.
그냥 바다의 배를 보는 것만으로 세월호가 떠올랐고
눈물이 났고
곧 깨달았다.
한번은 이렇게 울어야하는 거였다.
그렇게 시작한 이 영화의 감상리듬이 멋대로 달리는 바람에
방치된 백성들이 영웅에 환호하며 마지막힘까지 다할 때
나는 명량의 승리가 이순신의 승리라고 믿고 싶지 않아졌고,
백성이 소중한 건
마지막엔 뭐든 되어주고 뭐든 해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라 생각하면서도
순식간에 영웅의 지휘를 따라
공포와 용기를 뒤집어내는 그 많은 사람 속 하나이고 싶지는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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