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여교수의 은밀한 매력|2005

 
모두가 명장면인 `실루엣 대결` 중 하나
 
'웃어들 봐'로 시작해서 '제발 웃어주세요'로 끝나는 게으른 코믹코드가 싫은 나는
'웃어주실까...?'쯤 되는 이 영화의 겸손한 자세에 좀 호감을 느꼈다.
이걸 끝까지 봐야하나-싶게 만든 초반의 육두문자 퍼레이드를 제외한다면.
희화된 등장인물들을 아주 담담하게 담고 있는 카메라는 종종 웃음을 막기도 하지만
그 방식에 좀 익숙해지고 나면 선동하는 배우 없이 자발적으로 웃을 수 있는 영화.
감독의 독특한 정신세계에 거부감이 없으면^^
 
이제야 제 옷을 입은 것 같은 지진희.
발음도 전도연 경지에 올라섰고(역시 권상우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H에서는 꽤나 따로 놀던 ㅆ-대사들도 입에 잘 붙어 있다.
야구네트에 얼굴을 들이밀던 장면은 초반에 꺼버리려다 말 뻔한 고비를 넘기게 해 준 공신^^
 
영혼마저 가식스런 조은숙의 문소리.
재수없음 100만배일 수도 있는 조은숙에게서 인간미마저 느낄 수 있던 것은 평소 당당한 문소리의 이미지가 살짝 덮여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전사의 옷을 입고 덤비는 여자들의 완전한 승리보다 이런 불여우들이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인간미가 더 세련된 균형감각처럼 보인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이 분!

 
순수하고 참 사람 괜찮은데 유독 여자들에게 인기없는 남자의 전형적인 샘플인 불쌍한 유선생.
살인의 추억과 마지막 늑대에서는 누구였는지 기억 안나지만 이 영화에서 그의 포스는 강렬하다.
그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그렇게 웃어서 죄송합니다--;;
우리나라 영화계, 연극계에 빚을 좀 갚아야 하지 않나? 이런 배우들을 끊임 없이 수혈받으면서?
 
이제 참 다양한 영화들을 만들고 있구나.

 
PS. 영화제목을 `여교수의 은밀한 사생활`(어쩐지 빨강테입삘이 나는-)이라고 했더니 그런 나를 비웃으며 `여교수의 은밀한 유혹`이 맞다고 누가 우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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