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42 아리카 Arica


오랜만에 넘어보는 칠레 국경.
먹을 것 검사 철저히 하던 게 생각나서 혹시 가방에 든 퀴노아 걸리나 싶었는데 
건조 곡물은 그냥 통과인 모양이다.

타크나를 거쳐 국경을 넘으면 나오는 칠레의 첫 도시 아리카.
원래는 이키케로 갈 생각이었지만 국경을 넘으면서 두 시간이 빨라졌고
어딘가 맘에 드는 아리카 사진을 본 기억에 
무작정 시내로 들어와 숙소를 잡았다.
칠레에 다시 와보니 내가 초반에 파타고니아에서 얼마나 물가개념 없이 다녔는지 완전 실감--;;

콜렉티보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는데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가 없어서 대충 찍은 숙소의 이름을 댔는데
어쩐지 아저씨가 
이건 콜렉티보라 근처에서 대충 내리는 건데
택시처럼 내려달란다고 뭐라 하는 것 같았다.
내릴때는 웃으며 잘 내려주시더만...

와이파이를 찾을 수가 없어서 지도에서 이름만 보고 고른 콜로니아 호스텔.
발음도 쉽지 않은 내 이름을 금방 외워서 
일일이 이름 불러가며 얘기하는 친절한 직원과 볼일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손녀라는 에너지 넘치는 세 살 짜리 꼬맹이가 먼저 통성명을 해왔다.
-근데 난 덩치만 크지 실은 스페인어 바보야 ㅋㅋ 
원래는 12,000페소에 도미토리 침대였는데
선풍기 없냐고 물어보니 창문을 열라며 2000페소를 깎아줬고
8인용 도미토리에 나 하나라서 
다시 방을 옮겨주는 바람에 10,000페소에 무려 화장실 있는 독방이다.
일종의 로비가 옆이라서 늦게까지 시끄러웠지만
난 오히려 안 무섭게 잘 잘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졸립지만 내일은 못볼지 모를 아리카의 밤을 구경하러 나갔다가
공원에서 춤구경을 했다.
볼리비아-페루가 가까워서 그런지 음악은 '안데스'느낌?
시원시원하게 팔다리를 뻗는 춤에서 산맥의 기상이 느껴졌달까.
부둣가에서 아직 문닫기 전인 세비체가게를 지나가다
예전 칠로에 섬에서 못먹었던 해산물이 세비체였단 걸 이제 알았다.
페루에서는 그렇게 맛있게 먹은 걸 그때는 못 먹었었다니...

엄청 빨라진 와이파이로 재빨리 관광명소를 찾아보니 
가보고 싶은데가 여럿.
내일 다시 밤버스 타기 전까지 알찬 관광을 즐겨보자.
신기한 게 페루 시간으론 10시인데
칠레에 왔다고 칠레시간인 12시에 걸맞는 피곤함이 몰려온다.
나스카-타크나 14시간 짜리 버스에서도 계속 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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