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될수록 여행지에 정이 들곤 했는데-정이 들어서 오래 있게 되는 것 일수도 있지만-시칠리아는 어디를 가도 전에 있던 곳과 연결되는 것 같아서 짧게 여기저기를 다니는 게 재밌다.
처음엔 문 닫은 여행안내소를 원망하며 그냥 떠나야했던 팔레르모를 이번엔 안내소 영업시간(!)안에, 숙소도 찾아놓고 든든하게 다시 찾아왔다. 찻길 건너기는 다른 어느 도시들 보다도 어려운 상태였지만 나도 그동안 기술이 늘었기에 도우미 현지인 없이 혼자서도 잘 건넌다.
황송하게도 가끔 버스아저씨가 차를 세워준다. 큰 차에서 내려다보면 내가 더 불쌍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보통 더 거칠게 운전한다고 생각했던 트럭이나 버스가 내 앞에서 서주시면 황송하다.
좀 딱딱하게 말하는 것 같던 호텔 언니가 갑자기 내 앞을 지나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라고 한마디 한다. 그 말에 힘입어 맛있는 시칠리아식 식당을 물었더니 안 물어본 아이스크림가게까지 알려줬다.
전시용 미소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이탈리아 사람들.
지날수록 샤랄라 미소로 엿먹이거나 더는 한마디도 말 못 붙이게 딱 잘라 말하는 사람들보다 편한 느낌이 든다.
이런 게 한국사람들하고 비슷하다는 걸까?
팔레르모 성당
약간 캄보디아의 괴목을 연상시킨 나무
Porta Nuova
슈퍼마켓을 찾아 쭐래쭐래 걸어가고 있던 내 앞에 짠 나타나준 팔레르모의 매력덩어리. 비가 왔었고 또 어두워져 있었는데, 맑은 날 다시 보겠다고 바로 결심할 정도로 인상적인 건축물이다. 시칠리아에서는 익숙한 흙빛 건물위에 모스크 같은 지붕이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고, 그 뒤편은 재미있는 표정이 여전히 살아있는 부조들이 이집트의 람세스 같은 자세로 새겨져 있다.
꽤 오랫동안 바쁘게 옆 나라들이 드나들던 시칠리아의 상징을 본 듯한 느낌.
온 거리가 유적으로 뒤덮인 것은 비슷하지만 로마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건물들이 새로운 팔레르모다. 지나간 다른 문명들이 빠짐없이 흔적을 남기고 간 자리를 보는 것 같은.
역시나 이곳도 공사 중이고 골목은 텅 빈 듯 한 곳도 많이 있지만 사진에는 남지 않는 소리들이 끊임없이 들려와 한적할 틈 없는 팔레르모.
이탈리아 최악의 교통체증과 공해의 도시였기도 했지만 이 거리를 걸어본 기억들로 밝게 기억될 것 같다. 유일하게 중국보다 인도이민자들이 많이 보이는 곳이기도.
넘의 결혼식
관광객인줄 알고 따라 들어갔더니 교회에서 결혼식 중이었다. 객이 사진 찍느라 진짜 하객의 방해물이 됐다--;; 전통결혼식은 아니었고 그냥 현대식 교회 결혼식.
내눈에는 엉뚱해 보이는 이탈리아 그림속의 이런 표정들-실수일까, 의도일까...
Terraza a mare
타일로 만든 붙박이 일광욕 침대들, 밤이면 더 예쁠 가로등, 넓은 잔디밭.
대낮에 장장 3시간을 쉬는 근무시간이 나 같은 방문객에게는 황당하고 불편한 영업시간이지만 천천히 밥 먹고 산책하고 낚시하며 돌아다닐 수 있는 직장이라면 또 모두가 선망해마지 않을 터. 늘 시간과 몸으로 때우는 경쟁력에 익숙한 한국 사람에게는 신기할 따름. 유러피안들은 오후 7시가 늦은 퇴근이라고 질색하기도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점심시간 1시간인데도 7시 퇴근 많이 하는 걸.
호텔레지나의 발코니에서 찍은 이마뉴엘 거리
PS. 밀자가게는 이미뉴엘거리에서 포르타 누오바 지나서 좀 더 올라가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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