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를 목표로 했으면 동원이와 지원이의 운명적인 키스 신 정도는 있어야지” 하니까 대결 장면에서 칼날들이 부딪치는 것이 ‘쪽, 쪽, 쪽...’ 입 맞추는 거라며 그것도 모르냐는 식이다. 기가 막혀 “시나리오 문제 투성이야. 가장 중요한 두 개의 플롯이 빠져 있어. 슬픈 눈과 남순이가 왜 첫눈에 반하는지와 슬픈 눈이 왜 병조 판서를 배신하는지가 없어” 하면 “영화는 소설이 아니라 시야. 이미지야” 하면서 플로베르의 일물일어(一物一語)론까지 들먹이며 교수의 자질을 시비한다.
<이명세가 플롯은 없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물고 늘어지는 강한섭-이 얘기 할때는 애증중에 '증'만 있었나봐>
사랑얘기를 볼 때.
왜 좋아하는 지 이해가 안 가-라는 말.
나도 해 본 적이 있다.
잉글리쉬페이션트라는 러브대로망을 보면서 그랬다.
아주, 인생 하나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히스토리까지 싹 갈아엎는 그 대단한 로망.
만화도 순정만 보는 내가 반해 마땅한 스토리였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남녀주인공이 모두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뭐가 저렇게 좋다는 건 지 쯧쯧...
러브스토리의 러브에 공감이 안된다면 그 영화는 정말 내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
사실 사랑에 빠지는 동기가 뭐 별 거 있나?
둘 사이에는 히스토리가 있을 수 있어도 관객들이 보는 건 언제나 꼴깍 넘어가는 그 찰나부터인데.
왜 좋아-라고 물어볼 기회가 있다면 뭐 나름의 대답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 왜 좋은지는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만 알면 되고,
다만 구경꾼들은 그 둘이 얼마나 좋아하는 지를 통해 공감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유라는 건 결국 호감과 비호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받아들일 수 있는 얘기라면 이유 필요 없다.
뭔가 못마땅할때 이해할 단서가 필요하니까 이유를 따지는 것이다.
연기 잘하는 배우에 다 열광하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배우의 연기에 곧잘 감탄하지 않나, 마치 그런 명배우가 없는 것처럼.
그러니까 실은 결국 취향의 문제다.
가끔 '그래도 누군가는 좋아할 지 모른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게 만드는,
'쓰레기'라고 외치고 싶은 무언가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죽이고 싶은 X이 있어 내가 욕하고 다닐 수는 있어도,
죽어 마땅한 X이라고 내맘대로 선고하고 죽여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취향에 대해서는 무조건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
형사를 멜로라고 생각하고 본 나는 스토리의 허술함을 전혀 눈치챌 수 조차 없었다.
배경이 있으면 설득력은 더 생겼을지 모르지만
아님 어때? 감이 오면 즐기면되고 아니면 싫어하면 되지.
슬픈눈이 살았거나 죽었거나
어쨌든 그 둘은 만남보다 추억이 더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아쉬운 사랑을 하는 연인들이고
칼쌈질의 독특한 데이트로 보는 사람의 시선을 붙잡는 연인들이기도 하다.
저 칼날들의 '쪽, 쪽, 쪽...'은 정말 재밌다.
아마도 '쪽, 쪽, 쪽...'보다 더한 것도 있었으리라 짐작되는구만~
드디어 아이러뷰쏘머치까지 감동적으로 듣게 된 경이로운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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