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슬리 레트로 턴테이블 사용기


내게 필요한 CD, 튜너, 턴테이블을 제외한 쓸데 없는 기능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망설임 없이 질러버렸는데.
예상했던 대로 전원 하나면 오케이라 이전 오디오에 턴테이블에 변압기까지 연결하느라 복잡했던 코드 연결이 간편해졌다. 이와 동시에 110볼트짜리 가전제품들은 이제 모두 퇴장.
 
그러나.
음질은 한 15년 전쯤 10만원대로 팔던, 지금의 CD플레이어 대신 카세트데크가 끼워진 `뮤직센터`보다 한 수 낮은 수준이다. 왜냐구? 일단 스피커가 부실하니까.
그나마 LP는 그럭저럭이지만 CD는 절대 외부스피커 필요하다.
다 망가진 고물 오디오에서 스피커라도 재활용하게 되서 다행이기는 한데 스피커들의 어중간한 덩치가 그대로 남아 좁은 공간을 활용해보자는 계획은 별 영양가 없어졌다.
내 재활용 스피커는 나름대로 서라운드 지원이 되는 것인데 크로슬리씨에게 서라운드 단자가 없어서 강력한 서라운드는 포기.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훨 낫지만.
외부 스피커를 연결하면 음질은 나은데 볼륨은 작아진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황당한 것은 헤드폰 꽂을 데가 없다는 것이다.
구멍 하나 더 뚫는 게 뭐 어렵다고...
 
암튼 수려한 미모에 비해 황당한 실망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노단자 지원되는 오디오와 턴테이블을 함께 알아봤을 때의 견적에 비하면 경제적인 선택이다. 중고로 사서 10년 넘게 가지고 있던 크로슬리씨보다 월등한 음질의 턴테이블을 내버리려니 거짓말 많이 보태서 눈물이 앞을 가리려 하는데...그러나 어쩌랴. 너를 살리자면 내가 파산하고 말 걸. 
어쨌거나 나름대로 올인원이라 처박혀 있던 음반들을 더 자주 듣게 되기는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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