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녀, 칼의 기억|Memories of the Sword|2014

내가 보고 싶었던 바로 그 그림

무협지 줄거리에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지만
제 손으로 어찌 못하는 정인을
딸에게 어찌 해보라고 키우는 엄마는 너무 이기적이고 비겁하며
비밀을 다 알고나서 갑자기 결심해버리는 홍이는 더 이상하다.
갑자기 엄마의 의지가 훅 들어온거니?
게다가
영화 비천무를 연상시키는 오랜 연인들의 최종선택.
아, 정말 연애 요란하게들 하시네, 자식 앞에서...

그런데
와호장룡 이후로 이제는 과한 게 뭔지를 모르게 되어버린 와이어 액션 멋있었고
전도연과 김고은의 액션씬도 기대만큼이었다.
불쑥 나타난 이경영 멋있었고
연기로는 큰 몫 하시던 이배우-참 싫은데도 설득되는 연기였는데 그래도 싫더이다 ㅎㅎ
그래도 영화는
멋있는 장면들 많아서 멋졌다.

오피스|Office|2014

무서운 배성우와 무서운 고아성-덜덜덜....

신다미씨는 아무 잘못 없지만
멀쩡한 사람이 쭈구리가 되어 버린 것이든
쭈구리들만 미치는 것이든
열심히 일하면 없어 보인다니
불행과 가난의 냄새를 어찌하란 말이냐......

이런 이상한 도시에
이런 괴담 하나 없었던 게 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새로웠던
익숙한 공간 다시보기.
플란다스의 개에서 나왔던 아파트 다음으로
신선한 공간활용이었다.

난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어떻게'를 싹 다 빼버린 대범함.
대체 마무리는 무슨 생각이셨던 겁니까 ㅋㅋㅋ

 이건 진짜 무섭다....

시티즌포|Citizenfour|2014

 
매력인간 스노든

영화 초반
스노든에 앞서
통신감청을 고발한 다른 제보자가 시작한 재판에서
국가기밀을 주장하는 정보국직원과 법관들의 짧은 대결이 있다.
한국 같으면
재판정에 세우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 같은 재판에서
'뭐래?'하는 표정으로
항변하는 정보국 직원을 바라보던 판사들
-웃겼다.
똑같은 건 결국 졌다-는 것.

첩보전 같은 접선, 만남, 인터뷰, 기사, 도망자, 그리고 일시망명.
그러고 보면 러시아도 참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위험을 감수하느냐는 말에
스노든이
자신은 결코 희생하는 것이 아니며 잘못된 일을 알리려는 것 뿐이라 답할 때
멋있었다.
사진으로만 볼 땐 몰랐는데
말하는 스노든은
상식과 소신이 단단한 더 멋진 청년이었다.

아직 단기 망명상태이지만
그래도 일상의 평안을 어느 정도 찾은 듯한 모습과
보통 이런 영화의 평범한 마무리
-주인공의 고초는 끝나지 않았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건조한 사실명시-가 아니라
이전의 다른 제보자들에게서 스노든이 힘을 얻었듯
더 어마어마한 불의를 폭로하려는 후배 제보자의 결단이 마지막 이어서 좋았다.

포스터에서 처음 봤는데
아카데미 수상에
무려 스티븐 소더버그 제작...!

엔드크레딧을 보다가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스노든의 감사를 받는 저 많은 사람들에게
아마도 특별감시대상자격을 선물했을 듯^^

하지만
거대하고 불의한 권력이 명백한 비리를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 취급하며 뻔뻔하듯
그 거대한 불의는 없다는 듯이
순진하게 따질 수 있는 상식을 포기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그래도 실망이다, 오바마.

얼마전 브렉시트에 대한 트위터 글 중에서
헬조선이 혼자가 아니라고 외쳐주는 느낌이라는 댓글보고 빵 터졌는데
시티즌포도 그런 외로움을 조금 달래줄 것 같다.
아...친구를 만나는 게 꼭 기쁘지만은 않구나 ㅋㅋ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2014


살고 있는 49,000의 존재를 무시한 영국의 동성애 불법정책.
봉건시대 조차도
전쟁에 공을 세우면 신분을 바꿔주는 제도가 있었건만
동성애자에게는 그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몇 년전에 영국정부가 앨런튜링에게 공식사과했다는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게 영국왕실의 사면이었나보다.

기록이 참 중요하구나 싶다.
그게 없었다면 무엇을 근거로 바로잡겠는가...

전형적인 천재상이었던 앨런 튜링.
아마도 그렇게 망가지는 삶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동성애가 됐건, 이성애가 됐건
매매춘은 곱게 보이지 않지만
그렇게나 짓누르는 세상을 살다간 그에게
그것까지 따지기가 머뭇거려진다.

당연히 허구의 인물일 줄 알았던 조앤이 실제 인물이란 게 좀 놀라웠다.
동지애로 충분하다는 그녀의 청혼도
남다른 사람만이 남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특별한 뭔가를 이뤄낸다는 말도 멋졌다.
하지만 차별의 관습이 어디나 굳세게 잘 살아나고 있는 건
차별이 이롭거나
차별로 인한 손해를 몰라서가 아니라
차별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성격만 특이한 천재였다면 충분한 위로가 됐겠지만
거의 인생을 포기해야했던 그에게 현실적인 구원이 되기에는
너무 짧은 위안.
불과 몇 십년 전 그렇게나 야만적이고 권위적이었던 사회가
이렇게나 빨리 지금처럼 극적으로 변한 것도 신기하다,
의식의 변화라는 건
건물 올리고 도로 닦는 거 하곤 비교도 안되게
시간 많이 걸리는 줄 알았는데......

헤드헌터|Headhunters|2011

어딘가 마지막은 '오피스'같던...아, 이게 먼저구나....

그냥 이중생활 정도라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헐...계획적인 절도와
막무가네 살인활극이 펼쳐진다.
뭔 권태기를 이렇게 피뿌리며 극복하시는지...
마지막은 인기영합주의 경찰로 끝났다손 치더라도
대체 그 기업인은
대체 무슨 대책을 가지고
것도 남의 나라에서
이런 활극을 시작하신 걸까...
획획 지나가는 사건들 따라 시간은 잘도 가지만
좋아했다...고는 못하겠다.
어떻게 빠져나갈 생각이었던 건지가 없는 사건일지. 

이상하게도 북유럽 영화는 어딘가 서늘하다.
관계라는 걸 사람들 사이의 끈이라고 본다면
아주 매끈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달까.
꽤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이든
정부이든
7년을 산 부부든
질척거리는 게 없다.
매치포인트에서도 그랬지만
결국은 이 사단을 시작한 인간보다
더 많은 피를 보고도 멀쩡한 주인공의 무용담은
전혀 이뻐보이지 않았다.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고 호기심에 보게 된
감독의 다른 영화.
원작은 안봐서 모르겠지만
이야기는 촘촘히 엮어가신듯.

무뢰한|The Shameless|2014

이런 눈빛의 전도연-매혹이다

왜 제목이 무뢰한인지는 모르겠는데 좀 멋있게 들리기는 한다.
킬리만자로 이후로 참 오랜만인 오승욱 감독의 영화.
마치 세포 내 단백질 알갱이까지
'나 남자야'를 외치는 마초인듯
영화는 그렇다.

신체나이와 상관없이 거의 7-80년대 대쪽 마초를 보여주는 것 같은 형사, 남자와
또 고풍스런 설정인 나이 좀 먹은 술집마담, 여자.

궁금하다.
왜 마초 감독들은 이런 얘기에 그렇게나 끌린다는 걸까.
마음끌려 찾아간 여자에게 칼맞고 거친 쌍소리로 표현하는 애정이라니
멋있으라고?
모두가 함부로 대하는 여자를
애인마저도 이용해먹으려 드는 여자를
그녀도 몰래 지켜주는 멋진 형사님 이니까?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
혜경은 밥 차려주고 재워줬을 뿐
그런 혜경을 이용해 결국 범인 검거까지 성공하신 분이.
욕을 하려면 차라리 혜경이 했어야지.

그럼에도
의외로 지루하지 않았던 건
전도연 덕분.
오랜만에 보는 좋은 표정들이었다.

머니볼|Moneyball|2011


전에 광고대상을 보다가
대상 수상자가 광고제작자가 아니라 광고주라는 게 이상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새로운 광고를 만들어도
그걸 알아보는 광고주가 없으면 그 광고가 태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 
피터가 자신의 생각을 자신있게 말하게 해주고
그걸 받아들인 빌리의 유연함은 그래서 굉장한 것이겠지.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에게 더 감동을 준 건
그들이 계산할 수 없었던 극적인 경기였기에
빌리에게 밀려난 그 많은 '야구인'들의 야구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방식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드라마란 어느 조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니
그렇게 다들 저렴한^^ 방법으로 
야구산업계를 정리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를 다루는데도
어딘가 80년대 미국영화 분위기가 났다.
극적인 홈런의 주인공을 위한 소소한 장치들도 참했고.
야구를 마지막으로 본 것도 까마득한 내게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어느 개척자의 이야기.
브래드 피트.
시작은 꽃돌이였지만
이제 그의 출연작 목록은
너무나도 창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