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투게더|春光乍洩|Happy Together

오늘  우슈아이아 정보를 보다가 이 영화에 나왔었단 등대이야기를 기억해냈다.
슬픔을 묻고 오는 등대였었네....


정확하게 이 장면은 아닌데 이 전후로 양조위를 보는 장국영의 눈빛은 열애-그 자체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장첸을 좋아했다. 와호장룡에서 다시 나왔을땐 더더더 멋졌지만
여전히 첫 매력의 순간은 바로 여기.
왕가위의 사랑이야기는 사랑의 단계 어디를 보더라도
쓸쓸함과 외로움이 있다.
갈구하는 모습도 절실하거나 애처롭기보다는 
고독하다.
상처받기에도 지친 연인.
다시 만났을까. 

물고기 자리|Pisces|2000



꽤 오래 특별한 영화로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 보기 힘들었던 동안.
혹시나 찾아봤더니
드디어 DVD가 출시되어 있어서 반갑게 질렀는데....

대체 왜 다시보고 싶어했던걸까.
애련은 그냥 스토커.
수줍어서라고 보기에
그녀의 거짓말은 너무 적극적이고
저럴 수 있을 걸 왜 그의 옆이 빈자리였을때 시작하지 않았는지도
이해가 안된다.
게다가 절박한 고백은 너무나도 공격적이다.
이상성격이라고 밖엔 봐줄 수 없는.

주인공이 이 지경인데
주인공 아닌 인물들이 섬세할 리 없다.
짧은 순간에도 촌스럽게 지나가는 남-녀의 설정.
다시 보니 이미연의 연기는애련을 엽기적인 이중성격 이상으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그냥 이미연이 너무 예뻐서 기억하고 있었던 건지...


내일을 위한 시간|Deux jours, une nuit|Two Days, One Night|2014


남을 슬프게 할 상황을 면하는 가장 소극적인 방법은 피하는 것이다.
그 편한 방법을 두고 미안한 만큼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람들,
때로는 미안함에 더 공격적이 되는 어리석음을 이길 줄 아는 사람들과의 만남.
이런 얘기로도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영화 한 편이 탄생한 것은 순전히 장인의 솜씨 덕분.
정의를 호소하며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도
충분한 마음을 얻은 그녀의 예의바른 투쟁이 올바르게 느껴지면서도
한 편, 원래 다들 이래야 하는 것 아닌가-싶기도 했다.

클로즈업을 감당하는 것이야 어쩌면 당연한 배우의 능력이지만
다가갈수록 그 사람을 향해 들어갈 수 있게 문을 열어주는
이렇게나 괜찮은 배우.
확실히 배트맨 시리즈에서보단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역할이었다.

Day 02 환영맥주

여행하는 동안의 하루하루가 늘 크고 작은 사건들로 특별한 날 처럼 느껴지는 건 
한가해서다^^
뭔가를 잘못 알아듣고 뭔가를 착각하고 뭔가를 잊는 일은 늘상 있는 흔한 일인데 
여행 중엔 그런 것 하나 하나가 하루의 전부가 된다. 
그리하여 오늘의 특별한 사건 사고는 예약한 투어를 결국 혼자 찾아가게 됐고, 
나에게는 일상인 길 헤매기가 시작됐고, 
약간의 반전이라면 나의 절대길치감에 가르쳐 준 사람의 이상한 주소도 한 몫을 한 것. 
어찌됐건 한가한 내가 더 헤매기를 마다 않고 결국 장소를 찾아왔다.
오픈 마이크라는 건 알고 보니 일종의 라이브 가라오케 같은 건데 
드럼, 피아노, 더블베이스 밴드가 연주를 해주고 신청한 사람들이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한다. 
가게에 들어섰을 때 노래하던 이쁜 처자가 가수인줄 알고 노래 되게 못하네 했는데, 
이상한 게 아니었다.
다만 이후 등장하신 동네 어르신 혹은 타지 어르신들의 흥이 정말 장난 아니었고, 
심지어 내가 아는 노래를 불러준 귀여운 여인의 카리스마는 강렬했다. 
가창력과는 별개로 청중을 사로잡는 매력 이랄까.  
어린 시절이었다면 걸그룹을 하셨음직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흥에 빠지지 않는 사랑과 연애 노래들. 
오래된 노래들의 드문 드문 알아 듣겠는 고전적인 가사들이 귀엽다. 
Only wanna be with you.
드디어 둘째 날이 되어서야 나에게 환영주를 선사-블루문 생맥주, 오렌지를 꽂아주는데 맛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무료라는 유니온페이는 카드 전면에 홀로그램 그림이 있는 것이라는데, 
직원이 설명은 해주고 상관없다며 그냥 입장권을 줬다. 
인터넷에서는 카드번호가 6으로 시작하면 된다고 했었는데. 
상관없으면 그냥 주지 설명을 듣고 나니 왠지 일부러 무임승차하는 기분... 

Day 01 공항방문

친절한 나리타 공항.
멍하게 헤매는 모지란을 발견하면 기다리지 않고 먼저 찾아와주는 서비스 덕분에
조금만 헤매다가 나리타 관광에 나섰다.
생각만큼  북적이는 곳은 아니었지만, 방문객의 다수는 일본 사람들인 것 같았고,
오모테산도는 인사동 미니어처 같달까.
좀 특이하게 다양한 반찬들을 팔고 있었다.
신쇼지는 다른 일본 절들처럼 그다지 큰 감흥은 없는 걸로.

기대했던 우나기동. 
우리나라식 민물장어 소금구이는 쫄깃한 맛이라면 
우나기동의 우나기는 스르르 녹아없어지는 부드러운 맛이고 
양념 범벅에 대한 기우를 깨고 비교적 재료를 살린 맛을 냈다. 
게다가 모르고 공항보관함에 짐을 남겨두고 갔었는데 찾으러 가보니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다--;; 
다행이 짐은 그대로 있었고, 문이 열려있으니 
결과적으로는 본의아니게 무료로 보관함 이용.   
게이트 찾아가는 길에 다리받침까지 세트로 구비된 휴식용 의자 너무 좋았다. 
잠시 뻗어서 쉬는 것 까지는 완벽했는데 늑장부리다가 비행기 타러 전력 질주^^

댈러스 DFW공항
미국의 악명높은 보안검사는 익히 들어알고 있었는데 
워낙 정신없이 지나가는 통에 불쾌할 틈도 없었다. 
신발이랑 시계는 다른데서도 벗어봤던 것 같은데 
지문을 다 찍고 엉거주춤 만세로 엑스레이를 찍는 건 여기 뿐이겠지. 
흡연실을 찾아봤지만 건물 밖으로 나가야하고, 
안으로 들어올 땐 보안검사를 다 다시한다고 해서 포기했다. 
세계 제일의 담배생산국이 세계 최고의 흡연지옥이라니...

뉴욕 라과디아 공항  
아담하고 꼬질한 분위기. 
처음에 교통안내 직원이 이 공항 점수를 별점 몇 개를 주겠냐길래 
네가 친절해서 5점이라고 후한 인심을 썼지만 
와이파이도 안되고 먹을 데 하나 없는 어지간한 터미널 만도 못한 이상한 공항이었다. 
할렘에 있는 숙소에서 가깝다는 장점은 있다.   
Viator에서 예약했던 셔틀 기사는 얼추 한 시간을 늦게 와서는 
서울을 연상시키는 '경적울리며 운전하기'를 시전했는데 
사전에 여기저기 팁을 잊지 말라는 안내문구가 떠올라 괴로웠지만, 
마지막 차 문에 붙은 안내를 보고 마음이 평화로와졌다. 
아주 잘했을 때 주시면 감사하다네? 
잘하기는 커녕 컴플레인 상황이니 안줘도 미안하지 않았다. 
어차피 기사분도 별 기대없이 가시더만^^

1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시간

문득 
내가 아직 디뎌보지 못한 이 행성의 자리가 그렇게나 많은데
한 곳을 여러 번 오가고 머물기도 한다는 건 
참 굉장한 우연이구나 
새삼 느끼다가
지나쳐 기억도 못하는 많은 우연을 어림해보면
의미있는 것은 
결국 시간. 

0 출발

직전까지 일을 하고 이삿짐과 여행짐을 동시에 싸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편이 아니긴 해도 이번엔 좀 아쉽다.
장기배낭을 싸는 것이 꽤 오랜만임을 떠날 시간이 다가올수록 크게 느끼면서 
감이 정말 떨어졌구나 싶어 웬지 불안불안 했던 출발.
여권하고 돈만 잘 챙기면 된다는 말이 갑자기 큰 위안이 되었다.
그런 듯 아닌 듯 비교적 성실한 밥벌이의 시간 끝에
드디어 떠났다.
처음이라 새로운 것 뿐 아니라
생각해보니 이곳은-공정한 이름이 아니라고도 하지만- 
아무튼 신대륙.
이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