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달|The Moon of Seoul|1994

이만한 크기의 사진이 남아있다니 놀랍네~ 
원제는 서울의 달빛이었다는데 결말을 생각하면
쓸쓸한 서울의 달이 더 어울리는 것도 같고...

상큼한 다음버전^^


"사랑해...영숙아...난... 지쳤어..." 라고 했지만 
홍식은 이 말을 하고서도 살겠다는 몸부림을 쳤었다.
누워 바라보던 서울의 달을 마지막 세상 풍경으로
홍식은 쓰레기통 옆에서, 서울의 외면 속에서 죽었다.

생각해보면 참 엄격한 권선징악.
쓰레기 같은 놈이라쳐도 
마지막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물만큼은 사랑받던 홍식이라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겠지만
사랑장사를 하던 제비가, 결국 법이 아니라 사랑의 심판으로 죽는 건 
피할 수 없는 비극이지 싶다. 
그 덕에, 1회와 달리 성실하게 살아가기로 한 다른 주인공들의 행복한 인생반전은 
더 빛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뺀질거리는 직업의 대명사가 제비인데 홍식은 항상 '노력'을 강조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춤이면 춤, 골프면 골프 밤낮 없이 열심이고 본격적인 '낚시'에 들어가서도 정보전에 열심이다.
낯선 곳에서, 심한 경쟁틈에서 느끼는 좌절과 고립은 어쩌면 통과의례같은 것일수도 있는데
홍식은 어디를 다쳤길래 서울에 대한 복수심을 그렇게나 불태우게 된걸까.
악역이 주인공인 것도 처음 같지만, 처음으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악역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누구나 마음 속에 제비한마리가 있다는 말이 그렇게나 와닿았다는데 그 제비는 어떤 제비일까...



홍식의 마지막, 막동이의 전조도 보이는 한석규 갤러리.



춘섭의 발견: 영숙의 눈으로 보던 진상찌질이가
호순의 눈으로는 이렇게도 보일 수가^^
  



 

잊고 있던 개성있는 음악의 고향이었네...
 

가끔 옛날TV 케이블이 따로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프로그램들이 좀 있다.
DVD같은 게 나오기도 전, 한류가 없던 시절의 인상깊은 드라마들이 그렇다.
아마도 다시보고 싶은 드라마 고르기를 하면 꽤나 상위에 오를 것 같은 서울의 달은
벌써 몇년째 보고 싶은 드라마였는데 세상에나..
혹시나 검색해본 유튜브에서 mbcclassic이라는채널로 전 편이 다 올라와 있는 것이다!
1회는 없어서 못보고 2회부터 계속 보고 있는데
거의 20년 전 드라마이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요즘과 다른 건, 아무리 잠깐 나오는 조연이어도 발연기는 절대 없다는 것.
이런 건 신기하다.
그때에 비하면 요즘 연예계야 말로 인력이 넘쳐나고
자본도 훨씬 많이 받쳐주는데 왜 품질은 그만 못한 건지...

홍식-춘섭-영숙의 열연은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국민엄마라고 불리는 김해숙의 좀 어린 엄마 시절이 나오는데
목소리가 좀 높을 뿐 이때부터 명연기다.
좀 재미있는 건 유일하게 가끔 어색한 나문희.
지금의 그 무게감에 비하자면 이때는 신인 중년연기자 같은 느낌? ㅋㅋ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대근도 나오고...
윤미라가 연기파 배우라는 생각 안해봤는데
나이와 상관없이 해맑은 백치미에,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마는 이런 역할은
윤미라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무표정밖에 생각안나던 백윤식은 엉뚱해 보이지만 휴머니즘 넘치는 인물이었고,
김용건의 애잔한 러브스토리도 처연하고,
셋방살이 부부와 아들의 이야기도 잔잔하다.
이제 후반부에 접어들면 홍식과 결혼하는 이미지도 나오고
깜찍한 호순이 김원희도 등장할 예정이라 기대된다.

요즘 드라마속의 가난은 두 가지 뿐이다.
인물의 욕망을 설명하기 위한 배경, 혹은 분노의 원인.
그러다보니 가난이 뭐다 보다는 가난은 이래서 나쁘다가 도식화되어버렸다.
가난이 아름답다고 미화할 것 까지야 없지만
얼어버린 수도에 좌절했다가
따뜻한 물을 부으며 조금씩 희망을 갖고
결국이 물이 나올때 기뻐하는 모습 같은,
좋다, 나쁘다를 떠나
그냥 바라볼 수 있는 가난의 다양한 일상,
가난에도 여러가지 얼굴이 있다는 사실이
아예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시절의 사람들이 꿈꾸던 미래는 외관상으로는 오래 전에 왔다.
상국이네 식구들은 열심히 돈 벌어서 아파트로 이사했을까?
단지 집없는 설움이 싫어 번듯한 아파트를 원했던 욕망의 끝에서
혹시 지금은 아무 목표도 없이 돈만 긁어모으며 살고 있진 않을까?
아니면 번번이 대한민국의 풍파를 정면으로 얻어맞아
지금은 아예 희망도 없이 분노로 세월을 보내고 있을까?
그 결과들은 20년이 지나 그 시절의 미래인 지금도 확실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의 20년 후가 그보다 확실하지도 않다는 것이 더 우울한 일이다.
----상국이네는 마지막회에서 드디어 아파트로 이사간다.
공사장 일용직과 커피집 아르바이트 맞벌이로 아파트는 살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이때가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서민드라마이다 보니 서울의 달에는 물가를 짐작할 만한 내용들이 많아서 흥미를 끈다.
재벌들도 이 드라마 한 편이면 버스요금 70원 같은 소리는 할 일이 없던 시절~
얼마나 달라졌을까? 서울의 달로 보는 물가!

마을버스 200원
김밥 1000원
고졸 8년차 월급 38만원
대기업 4년차 대리 100만원
원두커피 1300원
파출부 전일 2만원
커피집 아르바이트 시간당 2000원
건설일용직 3만원, 숙련 5만원, 전문가 7만원, 최고 10만원(칠과 미장, 보일러까지 담당)
초코파이 90원(송가네 수퍼 100원)
스포츠댄스 한달 20만원
고깃집 회식 회비 2만원
호떡 200원(1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김밥...지금 1000원짜리 김밥은 대체 정체가 뭐냐 싶고,
고깃집 회식회비도 비슷한 것 같아서
식당주인들의 남는 것 없다는 얘기가 새빨간 거짓말은 아닐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지금은 좀 아니지만 한때 교통요금 싸기로 유명했던 우리나라에서
마을버스비가 4.5배 비싸질 동안 임금상승 정도를 생각해보면
가격이 붙은 모든 것들 중 노동이 꼴찌구나 싶다.


구글에서 찾은 옛날 기사
원본 링크: http://cue.imbc.com/Common/Publish.aspx?Idx=5677


인터뷰ㅣ「서울의 달」의 한석규-이미지 ‘양면화’에 성공한 행운아
[MBC 가이드][인물] 1994년 10월호

91년 제20기 MBC 탤런트로 데뷔한 이래 평범하면서도 지적인 역할을 주로 맡아온 한석규는 10월 16일 막을 내린 주말 연속극 「서울의 달」에서 야누스적인 인물인 홍식을 잘 소화해내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한석규-이미지 ‘양면화’에 성공한 행운아

 “홍식은 제겐 특별한 역할이었죠. 아마 평생 잊혀지지 않는 배역일 겁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밖에 없는 두 농촌 청년의 서울 생활을 그린 주말 연속극 “서울의 달”이 지난 10월 16일 막을 내렸다. 탄탄한 구성과 잔잔한 재미 등 방송 초부터 최종회까지 수많은 화제를 뿌린 이 드라마는 홍식 역을 맡았던 한석규 개인에게도 의미가 깊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연기자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주말 연속극에다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기 때문에 그 기쁨이야 말로 다 할 수 없었죠. 그런데 그 기쁨의 시간이 지나면서 부담으로 바뀌더라고요. 다행이 홍식이란 인물의 성격을 나름대로 파악해가면서 자신감을 가졌고, 연기자가 한 역할에 몰입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됐죠.”

「서울의 달」에서 한석규가 맡았던 홍식은 이를 테면 악역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랑까지도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의 직업은 사회의 암적인 존재인 ‘제비’. 
그러나 한석규는 이러한 악역을 악역으로서만 끝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진 홍식의 가장 연약한 속살을 드러내면서 그를 나쁜 사람으로 매도하고 미워할 수만은 없게 만들었다.

“저는 홍식을 불쌍한 사람이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멋있는 구석도 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솔직하고 뒤끝이 없는 남자죠. 사람은 천차만별이지만 또 어떤 면에서 보면 모두 똑같습니다. 
 내 성격 중 홍식과 가까운 면들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홍식과 같이 음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됐을까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홍식을 닮아가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인간의 약점, 본능, 슬픔 등을 더 치열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텐데 왜 그만큼밖에 하지 못했을까 하고요.”

사실 한석규는 단정한 용모에 늘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고 있는 ‘이웃집 오빠’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스스로도 “너무 평범하게 생겨서” 연기자로선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한때 자신의 직업으로 성우를 택했을 정도로 그의 개성은 조금은 약한 듯하다. 하지만 한석규는 이번의 「서울의 달」을 통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평범하고 부드러운 청년의 이미지를 탈피했다.

“사실 처음에는 홍식이 이전의 배역들과는 너무 달라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걱정스러워했어요. 그러나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눈이 날카롭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아마도 제 눈의 쌍꺼풀이 아니어서 더 그렇게 비치나 봐요. 연기자가 양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말들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았고 힘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지금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다면 그것은 데뷔 시절부터 이어지는 운 때문이라고 말한다. 91년 데뷔하던 해에 MBC 탤런트 20기 동기생 중에서는 처음으로 한창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던 청춘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서 고정 배역을 맡았고, 주말 연속극 「아들과 딸」에서는 귀남 역인 최수종의 대학 친구로 잠시 등장할 예정이었던 그가 후남 역의 김희애의 상대역으로 내정됐던 문성근 대신 그 역을 차지하게 된 것. 
특히 가난하고 마음의 상처를 지닌 후남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석호는 부와 명예, 인격을 고루 갖춘 인물이었는데, 이 역으로 인해 한석규는 성실하고 밝은 남자라는 이미지를 얻어 청춘 스타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10월 중순까지 그는 「한 지붕 세 가족」「서울의 달」「도전」의 세 드라마에 출연했다. 
특히 9월 23일에는 녹화 일정이 겹쳐 하루에 세 드라마 녹화를 동시에 해야 했다고 한다.

“우선 부끄러운 마음이에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한 가지도 잘 하지 못하면서 너무 여기저기에 얼굴을 내비치는 것 같아서요. 데뷔 초창기만 해도 겹치기 출연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무슨 고집처럼 갖고 있었는데, 드라마라는 것이 여러 사람이 더불어 함께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나만의 생각을 고집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충분히 고민하지 못하고 드라마에 임할 대는 무척 안타까웠지만 앞으로 이런 과정들이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가 이렇게 바빠진 것은 이승렬 프로듀서가 연출하고 있는 미니시리즈 「도전」에 갑자기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파일럿」에서 이승렬 프로듀서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그는 평소 그의 완벽한 연출 스타일을 존경해온터라 「도전」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드라마가 이미 진행중인 데다가 일정 또한 여의치 않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고.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중간에서 화해의 매개체로 나서는 알렉스 김이 한석규가 맡은 역할. 한국계 영국인으로 여섯 살 때 영국 가정에 입양 됐지만, 아픔을 극복하고 젊은 나이에 박사까지 된 인물이다. 알렉스 김은 「서울의 달」이전의 배역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편한 점도 있지만 이전과는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은 더 크다고 한다.

“밝고 쾌활하고 사려깊은 유러피언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인물 성격에서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고 해서 의상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아무래도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의 이미지를 많이 바꾸어주니까요. 이미지 변신이란 하나의 어려운 숙제죠. 이건 시청자를 위한 것보다는 연기자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 할 수 있죠. 
어느 선배가 ‘연기자는 끊임없이 자기를 학대하고 이것을 즐기는 사람’ 이라고 말한적이 있는데,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었어요.”

한석규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연기자이다. 2년여의 성우 경력이 말해주듯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고, 노래 실력은 대학시절 “MBC 강변 가요제”에 나가 입상한 적이 있는 ‘수준’이다. 
요즘은 장르의 구별없이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연예인도 많지만, 한석규는 이러한 것들이 자신이 맡은 역을 완벽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 아직은 연기만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한다.
10월 말에 미니시리즈 “도전”이 끝나면 한석규는 당분간 드라마에서 모습을 감춘다. 광복 50주년 특집 드라마 “전쟁과 사랑”의 준비를 위해 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글 이미희 홍보국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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