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끝|End of Animal|2010


신과 인간의 자유의지

-신을 믿는 쪽이나 안 믿는 쪽이나 할 말 많은 의문점이다. 

어떤 미래는 모르고 어떤 미래는 아는 신은 일단 불완전해 보였지만

증명하지 않아도 결국 믿지 않을 수 없는 신

그 안에서 '잘해보려다가'(이 정도는 신도 인정해 줌) 결국은 거스름을 범하는 인간

그래도 '사랑이 죄'라 인간을 버리지 못하는 신

소박한 바램을 구원의 증표로 받아들이는 인간......

인간을 향한 꼰대형 신의 등장이라니 정말 신선하기도 하고

얼마 전 본 맨프럼어스 만큼이나 독창적이기도 한데

이 자유로운 상상력의 주인도 

상투적인 폭력의 굴레에 대해서 만큼은 전혀 독창적이지 않았다는 게 불쾌함1,

(보는 영화마다 반짝반짝하는 유승목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서 그런 것 만은 아님^^)

순영에게 찾아왔다가 떠나는 야구모자의 뒷모습이 꼭 화장실 장면 같이 보인 건 불쾌함2. 

성모 마리아의 다 믿는 것 같지도 안 믿는 것 같지도 않은 마지막 소원은 참신. 

국도를 달리는 택시 한 대에서 시작해 다시 텅 빈 국도로 돌아오는 사이

이렇게 뭔가 계속 궁금해지고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들을 엮어낸 뇌구조는 정말 신기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지금

늑대소년은 정말 많이 포장되고 자기를 지운 영화였구나-싶어지면서 

세상에 하나 뿐인 것 같은 조성희 감독이 

불쾌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로운 상상력의 장인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자기 옷을 입은 것 같은 박해일 반가웠지만 

이것이 무려 10년 전.

온갖 개고생이 묻어나는 열연의 이민지-진짜 순영이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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