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나고
얼마 전에 대학 여자야구선수 기사를 읽은 기억이 야구 관련 흥미로운 경험의 전부인데
주수인이 큰 공 하나 던지고 간다.
확신 없이도 이렇게 달려가는 열망의 힘.
저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의 꿈이란 건
그냥 언젠가는-에 그치는 많은 꿈보다 절실한 게 당연하다.
구석구석 자기 몫만큼 힘들었던 주변의 사람들도
다들 조금씩 마음을 옮겨주었다는 게
동화같으면서도 또 끄덕여진다.
천재야구소녀였으니까
주수인은 어쩌면 선택의 고민할 필요없는 선택받은 사람인데
자라면 더 잘하게 될 것 보다
중학교가 끝이다, 고등학교가 끝이다라는 시한부 야구인생 선고를 체감하며 자란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공을 던질 자리를 만들며
스스로 단련하는 줄도 모르고 단련한 수인의 인생스킬은
누구나에게 정답일 수 없는데도 빛난다.
트라이아웃에서 수인이 글로브로 공이 떨어질 때
나도 모르게 환호했다.
감정구걸 1도 안하면서 마음을 얻는 우리 주수인 선수^^
어떻게 응원을 안할 수가.
극악스러운 것 같았지만 그래도 솔직할 용기가 있었던 엄마,
-한 달만 주시면 6천만원 마련해보시겠다는 데서 울컥했다.
아침 생라면도 오도독 잘 먹고, 어린이의 정체성을 뽐내는 수형이
-그건 나는 모르지. 아침부터 아무도 없었는데: 이런 천진난만한 탈어린이 화법^^
가장 갑작스런 인간반전의 주인공 최코치
-단점은 보완되지 않는다니...슬프다.
공인중개사 시험 장수생에 알 수 없는 불법에도 연루됐지만, 그래도 수인이 편인 아빠,
-경제력 없다고 시시한 아빠는 아니란 걸 보여준다.
리틀야구단 때부터 아직까지 야구하는 사람은 우리 뿐이야-로 그냥 이해되던 정호의 동지애,
분야가 다른 동료이자 친구인 방울이,
잔잔하게 어울리면서도 개성있는 사람들이어서 좋았다.
어딘가 공포의 외인구단 시절을 생각나게 만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악은 좀 특이했고.
이동진의 소감 멋있었다-
온 세상이 한 소녀의 꿈을 응원하는 얘기가 아니라,
꿋꿋이 길을 가는 한 사람이 주변을 변화시키는 얘기-라는.
그러고 보니 수형이는 여기서도 특별했다.
보통 가족 영화에서 형제자매는 앙숙이거나
찌질한 갈등을 유발하는 소모품 같은 건데
우리 수형이는 언니 시합 전에 치어리더 공연도 펼쳐줬으니까.
놀랍게도 이 이야기 같은 진짜 주인공이 있다고 한다.
안향미 선수-아쉽게도 없는 것 없는 유선생채널에도 동영상이 없는데
고교선발로 뛰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니 대단한 분이 있었다.
이 남는 여운을 주체 못하고 있는데
코멘터리가 딱 눈에 들어왔다.
기억나는 이야기 몇 개.
주수인이 너클볼 연습을위해 매니큐어를 바르면서 하던 대사,
'이건 예뻐지는 거 아니고 단단해지는 거야' 맘에 들었는데
이주영도 그 대사가 좋았다고.
밥 때마다 수인이 가족이 앉는 자리가 달라진 건 불안정한 가족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한 설정
최코치가 헥헥대며 수인이를 못따라가던 날은 설정 상 술마신 다음날이기도 해서였다고.
원래 주수인은 1호인 안향미 선수에 이은 2호를 상징하며
등번호 2번을 달게 하려고 했었는데
아무도 몰라줄 것 같아 감독 부인의 생일로 바꿨다고^^
감독이 생각했던 영화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학교에 걸려있던 주수인의 입단사진이 정호의 프로입단사진으로 바뀌는 장면과
또 하나 있었는데-기억이 안남--;;
최윤태 감독 말이 너~~~무 느려서 좀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이렇게 참한 영화를 만들었나 싶기도 했다^^
들을수록 수인이 같은 이주영,
들을수록 참한 이준혁-영화 속 정호 같은 느낌인데, 서동재가 더 유명해져서 말이야ㅋㅋㅋ
의 애정 넘치는 코멘터리도 영양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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